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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모 구청의 내부 모습, 관공서에는 '일시사역인부'라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다.
서울시 모 구청의 내부 모습, 관공서에는 '일시사역인부'라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다. ⓒ 김귀현
가까운 구청, 동사무소 등의 관공서에서는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 중인 공익근무요원이 있고, 3개월간 파트타임 형식으로 근무하는 공공근로요원도 있다.

이외에도 관공서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다. 다른 비(非)공무원은 모두 '필수근무자'라는 뜻의 '요원(要員)'이라 부르지만,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바로 '일시사역인부'이다. '품삯을 받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인부(人夫)'다.

일시사역인부인 이씨의 말에 의하면 이런 인부는 상용직 공무원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0여년 전 상용직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각 관공서에서 수시 채용을 했고, 어느 정도 근무 연수를 채우면 정식 공무원으로 전환을 시켜준다는 전제 하에, 싼 임금으로 이들을 고용했다.

이들의 업무는 공무원이 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엄밀히 따지면 말단 9급 보다 더 낮은 지위에서 모든 잡일을 맡는다. 정식 공무원의 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그 공무원 보다 더 많은 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호봉, 계급이 없기 때문에 5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대우는 그대로다.

IMF가 터지고, 이들의 정식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은 산산 조각이 났다. 정부는 이들을 정식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약속을 무시한 채 상용직 공무원을 점차적으로 감축했다. 이씨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2년에 정부에서 공무원을 감축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주로 6급 공무원이 맡는 사무장이라는 자리가 있는데, 감축을 위해 사무장이란 자리를 없앴다. 사무장 자리가 없어져서 사무장 관련자들이 감축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무장들은 '주무'라는 명칭으로 그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해고 대상자는 바로 우리 상용직들이었다."

이씨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도 해고를 당했다. 10여년 동안 공무원 월급의 반도 안 되는 보수를 받으며 일했지만, 정식 공무원 채용은커녕 해고를 당했다. 눈앞이 캄캄해졌고 정말 배신감을 느꼈다. 이후, 해고된 상용직 공무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이후 이들은 1년여 간 투쟁을 진행했고, 투쟁의 결과 복직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명칭은 '일시사역인부'. 정규직을 꿈꾸며 상용직으로 일했던 이들은 일순간에 '인부'로 전락해 다시 관공서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후,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연맹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정규직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가 출범하였다. 공무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무원노조 대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찌보면 자신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자, 그리고 정규직 전환을 위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집단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예상과 달리 공무원노조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공무원노조의 투쟁에 언제나 함께 했고,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탄압할 때 그들과 연대해 싸웠다. 공무원 인원 감축시 '공무원 대신 해고당한 이들'이 왜 공무원노조를 지지하는 것일까? 이들은 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정규직 공무원노조를 지지하는 것일까?

공무원노조와 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강병월 부위원장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강병월 부위원장 ⓒ 김귀현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이하 전민노조)'의 부위원장 강병월(52)씨를 만났다. 전민노조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거두절미하고 공무원 노조 지지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공무원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강 부위원장은 이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가장 낮은 계급에 있으므로, 위쪽의 상황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알면서 당하는 것 보다 모르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모두 공무원노조에서 알려준다. 피해 대처는 물론 공무원노조 때문에 공직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게 되었다."

강 부위원장은 "2002년 대규모 인원 감축시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당했지만,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 이유는 공무원노조 때문이란다.

"공무원들이 밖에서 보기에는 편해 보이지만, 보수적인 공무원 집단 성격상 일부 고위층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주장을 표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공직 사회의 비리와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고, 밑에 있는 사람은 묵인 하거나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생긴 것이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게 노조 활동이 오히려 공직 생활에 해가 될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공직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것이다."

'인건비'가 아닌 '재료비'라니...

강 부위원장은 공무원노조에 의해 알게 된 기막힌 사실을 하나 털어 놓았다.

"공무원 노조 조합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시사역인부의 임금은 '인건비'가 아닌 '재료비'로 예산이 편성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릴 사람으로 대접하지도 않는다는 처사다."

강 부위원장은 "정말 미운 공무원들도 있다. 우리는 10년 이상 근무를 했기 때문에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아무리 계급이 우선이지만 새파랗게 젊은 공무원이 우리에게 막대할 때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은 우리가 정규직이 되길 바란다. 근무시간에 집회가 있을 경우, 배려도 해 준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공무원을 지지하는 비정규직 공공노조,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정부가 한 번 한 약속은 언제가 되었건 반드시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공무원 노조와 우리 비정규직 공공노조가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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