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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장 드라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북한 내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0월 27일자 <조선중앙통신> 및 28일자 <노동신문>에 의하면, 평안북도·황해남도·황해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에서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시민대회가 연일 개최되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핵실험을 계기로 내부 통합을 한층 더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럼, 이러한 북한의 핵 드라이브로 향후 최대의 손해를 보게 되는 쪽은 어디일까? 그것은 북한일까 아니면 미국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다 아니다. 그것은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내 수구세력이 될 것이다.

북·미간 전쟁이 발발하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할 때 향후 양국 간에 어떤 식으로든지 절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북·미 쌍방 간의 측면에서 볼 때, 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으로부터 1950년 한국전쟁 그리고 1993년 제1차 핵대결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확실한 승패가 판가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향해 무리수를 던지기는 힘들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중동의 이라크를 상대하기에도 벅찬 미국이 중국·일본·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포진한 동북아에서 또 다른 전쟁을 수행하기는 더 더욱 힘들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하는 것은 동북아에서 ‘전직 챔피언’의 무덤을 파는 실수가 될 공산이 매우 높다.

국제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 동북아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일본까지 전쟁터로 만드는 행위이며, 이는 경우에 따라 일본 자본주의를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자본주의가 무너지면 미국 자본주의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 같은 몇 가지 측면만 고려해 보아도, 북·미 양국이 결국에는 모종의 절충으로써 사태를 매듭짓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지만, 북·미 양국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북·미 양국이 핵대결을 적절히 절충할 경우에 최대의 손해를 보는 쪽은 북한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다. 양국 간의 절충은 경우에 따라서는 두 나라의 동맹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절충은 양국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통일의 최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인 동시에 북·미 경제협력의 단서를 여는 것이 된다.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는 ‘핵무장한 북한’과 함께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핵대결은 결국에는 북·미 양국에게 모두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두에서 북미 핵대결의 최대 피해자는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향후 한나라당을 둘러싼 내외(內外) 환경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 그 점을 내부적 측면과 외부적 측면으로 나누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먼저, 내부적 측면. 지금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수구세력의 국내 입지는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 점은 1987년 6월항쟁 이후로 등장한 한국 정권의 성격을 통해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6월항쟁 이후로 등장한 정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민주적인’ 정권이 계속해서 출현해 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 때보다는 노태우 때가 더 민주적이었고, 노태우 때보다는 김영삼 때가 더 민주적이었다. 노태우-김영삼 시절에는 집권당 내부에 군부 출신들뿐만 아니라 상도동 계열의 야당 민주화세력까지 포진함으로써 정권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더 민주화되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역시 마찬가지다. 6월항쟁 이후 한국 정권이 계속해서 ‘더 민주화’되고 있다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1987년 이후의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도 한국 정권의 성격이 계속해서 민주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수구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처럼, 내부적 측면을 볼 때에, 한나라당의 미래는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은 눈앞에 보이는 정당지지율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매번 한나라당이 대선에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최근 10년간 ‘승리의 여신’은 막판에 가서 ‘한나라당의 적’과 눈이 맞고 말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나라당이 권력을 상실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한나라당은 지금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가 새로운 질서를 향해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지지율을 하루아침에 뒤집어놓을 만한 사건들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다음으로 외부적 측면. 핵실험 때문에 북한이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그것은 한나라당의 심각한 착오가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미 양국은 앞으로 좀 더 친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수구세력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우군인 미국이 한나라당의 적인 북한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고립을 의미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굳이 북·미 타협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에게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을 가장 반대하는 세력 중 하나가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에게는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약해지고 북한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한나라당에게는 분명 마이너스일 것이다.

위와 같이, 한나라당을 둘러싼 국내외적 환경은 날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국내 기반이 약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래의 적이던 북한은 핵무장까지 하고 있으며 종래의 동지이던 미국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양국이 모종의 절충을 이룰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신세는 멸종기의 공룡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 외로워진다는 것은 곧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생존을 모색하려면, 그러한 고립을 타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럼, 한나라당은 어떻게 그런 고립을 타개할 것인가? 그것은 한반도 및 동북아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남과 북이 화합하고 북한과 미국이 타협할지도 모르는데, 한나라당 혼자서만 북한을 반대하고 냉전을 부르짖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과 북, 북한과 미국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 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살 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살 길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한나라당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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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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