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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을 마친 이 전 총재가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 대권주자들 사이에 첨예한 사안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열린우리당에서 도입키로 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에 대해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이는 '당원:국민'의 반영 비율을 '50:50'으로 규정한 현행 경선 제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의 박근혜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박 전 대표에 비해 '당심' 장악력이 떨어지는 반면 '민심' 지지도가 높은 이명박 전 시장은 국민참여 비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쪽에 마음이 가 있는 상황. 이 전 시장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으나, 그의 측근들은 당내 토론에 부치는 것조차 부정적인 박 전 대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 총재는 1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포럼' 주최의 행사에 참석해 "한나라당이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한 뒤, "다만 일반론 차원에서 말하자면 우리 민주주의가 이 정권이 내세운 참여민주주의로 너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총재는 "우리 사회가 보존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 좋은 의미에서의 권위가 사라지는 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오고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프라이머리 제도"라고 지적했다.

북의 핵실험 사태와 관련, '우리나라의 생존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뒤 청중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같은 답변이 나왔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지난 한국헌법학회 주최의 행사에서도 언급하신 적이 있다"며 "특정 정당의 사정과 무관한, 민주주의 일반론 차원의 언급"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계복귀 하시라" "나라가 위태로우면..."

이날 청중들의 질문은 '이회창 역할론'에 맞춰져 있었다. 정계복귀를 강하게 주문하는 질문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저는 지금도 뭐가 되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다만 나라가 위태롭고 저를 필요로 할 때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줄곧 이같은 수준에서 '조건이 되면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참석자가 "지난 9년여 정권이 잘못됨으로써 나라가 위태롭게 된 것에 책임을 크게 느끼야 한다"며 '결단'을 촉구하자, 그는 "충고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웃어보였다.

아울러 지난 달 말 이명박 전 시장이 자택을 방문한 것과 관련 이 전 총재는 "인사를 하겠다고 해서 만났다"며 "정치적으로 별다른 뜻은 없다"고 간단하게 답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최소한 정체성에 대해 국민들이 왔가갔다 한다는 의심을 갖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태도와 정책 방향에 대해 국민이 헷갈리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대선 후보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도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한 태도"를 반복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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