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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봉을 들고 일하고 계시는 아저씨
안내봉을 들고 일하고 계시는 아저씨 ⓒ 이혜민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이 일도 속을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고작 2평도 안 되는 컨테이너 초소에서 한여름을 보내야 하고, 겨울이 오면 한파도 이겨내야한다. 게다가 24시간 운영되니 휴식도 쉽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되면 동료 근무자에게 본의 아니게 부담을 주게 되니 그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아찔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 달 전 홍천 철정검문소를 지나가던 도난차량이 도주하다가 이 고정초소를 제대로 들이받아 컨테이너가 90도 회전하면서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그 당시 음주운전과 무면허는 물론 절도범이었단다. 다행히 아저씨들이 밖에 나와 앉아 계셨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아저씨들의 일터, 단속초소
아저씨들의 일터, 단속초소 ⓒ 이혜민
아저씨들 중 한 분은 너무 행복하시단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출근의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란다. 그 아저씨를 보면 자기 일이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게 참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아저씨는 이동차량이 없는 시간대만 되면 주변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만히 앉아 계시질 못해서 초소 옆에 있는 올갱이해장국집 마당청소까지 해주시는, 정말 못 말리는 분이다.

초소가 운영된 직후에는 야간 이동차량이 많아서인지 단속 건수가 주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이제는 약간 뜸해졌다. 담당 직원분의 말로는 철이 지나서라는데 이렇게 되면 아저씨들을 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성실하게 일하실 분들이라 큰 걱정은 안 하지만, 그래도 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섭섭해진다.

아저씨 여러분, 앞으로도 소나무 이동차량들 제대로 단속해 주시고요. 꽁꽁 추운 겨울 다가오는데 초소 안에 따뜻한 난로라도 틀고 계세요. 참! 불조심, 꼭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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