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핵실험 추정 장소.
ⓒ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 동해 상공에서 방사능 물질을 탐지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는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제 남은 관심은 핵실험 규모와 그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북한의 '핵능력'이다. 한·미 당국은 내주 초 이에 대한 종합적 분석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북한 함경북도 지역에서 감지된 인공지진의 폭발력은 통상적인 핵실험 시 발생하는 폭발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탄의 폭발력은 5~20kt(1kt은 TNT폭약 1000t의 폭발력)이다.

이번에 탐지된 북한의 핵실험 규모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0.8kt, 미국 정보당국은 이 보다 훨씬 작은 0.2kt 규모라고 밝히고 있다. 각국의 측정기관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지만 어느 것도 1kt을 넘지는 않는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는 북한이 핵실험 20분 전 중국에 4kt 규모의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한 것과도 어긋난다.

이로 인해 한 때 북한의 '위장실험' 의혹까지 부상했으나, 방사능 물질이 탐지됨으로써 이는 근거 없는 추측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폭발력이 통상 핵실험 보다 지나치게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불완전 폭발인가, 첨단 소형화인가?

지금까지 나타난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두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북한이 만든 플루토늄탄 전체가 폭발하지 않고 일부만 폭발하는데 그친 경우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고도로 소형화시킨 핵폭탄을 개발했을 가능성이다.

핵무기는 소형화시킬수록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던 원자폭탄은 각각 20kt 규모였다. 당시에는 폭탄을 항공기로 실어날라 목표지점의 상공에서 투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지금은 핵탄두를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없으면 무기로서의 의미가 없다.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일수록 더욱 작은 핵탄두를 개발해야 한다. 핵무기를 가장 소형화한 형태가 바로 사람이 직접 손으로 운반하는 '핵배낭'이다.

만약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고도로 압축된 소형 핵탄두를 폭발시킨 것으로 판명되면 상황은 아주 심각해진다. 북한이 금방이라도 핵무기를 노동이나 대포동 미사일에 탑재, '실전력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부만 폭발했더라도 '핵폭탄'

그러나 북한의 핵 능력이 이런 단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부 당국이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여러 정황상 북한의 핵 능력은 아직 초기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불완전 폭발' 쪽에 무게를 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번에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탄은 원자로의 사용 후 핵연료봉에 1% 정도 함유돼 있는 플루토늄239를 90% 이상 농축해서 제조한다. 이 플루토늄239가 스스로 핵분열을 하지 못하도록 원자들 사이에 절연체 막을 형성하는 것이 플루토늄탄 제조의 핵심기술이다.

폭발시킬 때는 고폭약을 떠뜨려 절연체를 일시에 제거하면서 중성자 빔을 쏴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 때 TNT폭약 몇 만개 규모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플루토늄탄에는 반드시 절연체를 제거하는 고폭약 기술이 수반된다. 북한은 1983년부터 고폭약 테스트를 실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고폭약의 성능이 좋지 않으면 플루토늄탄이 폭발하지 않거나 일부만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핵실험의 폭발규모가 작았다는 것은 이럴 가능성을 충분히 상상케 한다.

그러나 핵폭탄이 100% 다 폭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핵실험 실패'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령 10%만 폭발했다고 하더라도 재래식 폭탄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되는 큰 파괴력을 갖기 때문에 '가공할 위협'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방사능 탐지 사실 왜 늦게 내놓았나

또 하나 눈 여겨 볼 대목은 미국이 북한 상공에서의 방사능 물질 탐지 사실을 왜 이렇게 늦게 내놓았느냐 하는 점이다.

CNN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인 10일 'WC-135 콘스턴트 피닉스'를 동해 상공에 띄워 방사능 물질을 탐지했다. 그런데 '위장 논란'이 이는 가운데서도 이 사실을 나흘이나 감춰온 것이다.

CNN은 미 정부당국자가 "수집된 데이터는 '예비적인(preliminary)'인 것으로 북한의 이벤트에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차관보 등의 발언과도 맥이 닿아있다.

즉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불완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분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외교적' 해결의 길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핵능력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에 다가갔느냐'라는 점에 대한 판단은 14일(현지시간) 채택될 예정인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이나 관련국들의 대응 방향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