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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과 만나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과 만나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결·긴장 국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한중 정상의 평화적 해결합의와 유엔 안보리의 '비군사적 해결' 제재안은 일단은 분위기 진정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결국은 북한과 미국이 북한 핵의 핵심당사자라는 점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난 탕자쉬안 외교위원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일본은 12일 밤 '비군사적 제재'내용을 대북 제재결의안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고, 14일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대북 군사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통상 '강제제재 조처의 장'으로 불리는 유엔헌장 7장을 포괄적으로 원용하는 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41조 즉 비군사적 제재조처 적용을 강력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중국, 비군사적 제재 요구 관철시켜

해상검문은 '화물을 검문하기 위해 회원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기를 결정한다'에서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경우 북한에 출입하는 (선박 등의) 화물의 검문을 포함한 협조행동을 취하도록 의무화하기를 결정한다'로 완화됐고, 무기도 '포괄적인 금수'에서 '중화기'로 그 대상이 좁혀졌다

이 과정에는 중국 특사인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탕자쉬안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핵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 라이스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탕자쉬안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후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추가핵실험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강경한 추가결의안을 낼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신속한 제재결의안을 위해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 같은 스탠스는 "제재와 평화적 해결방안이 병행돼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무력 행사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북의 핵실험 훨씬 이전에 예정돼 있던 13일 한중 정상회담은 큰 주목을 받았다. 양쪽 다 북한에 배신을 당한 처지지만, "핵 상황이 생겼을 때 직접 영향을 받는 두 나라"로서는, 미국와 일본의 제재 흐름과는 달리 평화적 해결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북한의 생존에 결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배신 당한 중국이 북한의 손을 놓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제재는 절대 안 된다"고 못박았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이미 비군사적 제재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군사제재 반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았다. 경제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경제제재라는 것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만큼 어떤 효과를 갖는지 검토할 것이며, 효과가 있고 두 정상이 확인한 목표에 맞으면 반영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 판단하겠다"는 '여유'가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단독·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단독·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 청와대 홈페이지

사태 악화가능성은 도처에 산재

그러나 강풍은 여전히 거세다. 비군사적제재 부분은 빠졌지만,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으로 대응할 경우 상황은, 추가제재를 초래하면서 파국으로 갈 수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유엔 결의안에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활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다. 일본은 ▲모든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북한으로부터 모든 상품 수입 금지 ▲북한 국적을 가진 자의 원칙적인 입국 금지 등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를 끊는 추가제재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진타오의 특사인 탕자쉬안이 부시 대통령에게서 어떤 메시지를 받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이번 한중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해결 방침도 북한의 유의미한 태도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만난 탕자쉬안 특사가 어떤 메시지를 받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문제는 결국 '북·미' 문제이고, 양자를 연결하는 중국의 탕자쉬안이 북한에 들고갈 보따리에 무엇이 담겼느냐가, 현 상황을 가르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유엔 대북결의안에서 비군사적 제재를 끌어냄으로써 북한에 대한 발언권도 높아진 상황이다.

조성렬 국제문제연구소 기획실장도 "중국 고위인사인 탕자쉬안이 부시 대통령 등 미국 핵심인사와 북한의 중장기적인 운명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탕자쉬안이 미국의 진의와 이에 대한 중국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방문을 마친 탕자쉬안 특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를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탕자쉬안 특사의 방북을 거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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