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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
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 ⓒ 2003 몬테레리 연구소
북한 핵실험의 후폭풍으로 한반도 안보 동향이 매우 심상치 않다. 미국이 유엔 결의안을 통한 북한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무력제재가 가능한 유엔 헌장 7장에 바탕을 둔 유엔 결의안이라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과 파괴 침략행위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41조에서 경제제재와 외교관계 단절을, 42조에선 군사적 제재 등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이 당장 군사적 제재에 나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라도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북한의 움직임을 이유로 미국이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군사적 제재를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금융거래 금지와 북한 선박의 해상 검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조치 또한 매우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선박의 검문, 검색도 무력제재의 성격을 띠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이러한 조치를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고 나설 경우다. 북한 선박의 검문이나 검색이 갖는 일촉즉발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북한 제재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한반도를 위기로 몰지 마라

북한의 핵실험이나 핵무기 보유가 결코 북한의 안전, 나아가 한민족의 안전을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국 또한 일방적으로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북한 핵실험을 유발한 책임이 크다.

미국이 한반도 군비 증강과 군사 훈련으로 위협적 압박을 가해 온 결과가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생존의 위협을 느껴 '핵 카드'를 빼든 북한이 미국을 불신한 나머지 이판사판 자구책으로 핵 실험의 유혹을 느끼게 만든 미국의 잘못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미국 안에서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 방치가 북한 핵실험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한민족을 적대적 관리 대상으로 삼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으로 한민족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이 한민족을 패권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미국이 한민족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905년 미국과 일본의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통해 미국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도록 해주지 않았던가. 한반도 분단의 불행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의 일부 보수세력은 한국민들이 1950년 한반도 전쟁 때 미국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무릅쓰고 도와준 은혜를 생각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을 막아주고 경제발전을 도와 준 은공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한반도 전쟁 억지와 경제적 지원은 엄연한 사실이다. 반면, 한반도가 냉전 정착을 위한 전쟁터가 되고, 냉전의 전초기지 노릇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미국의 패권을 위한 첨병 역할을 시켰다. 미국의 도움이 한국의 미국 첨병 역할에 대한 대가의 성격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과거의 사실을 새삼 들추는 것은 미국의 잘못을 비판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더 이상 미국의 패권적 이익을 위해 한민족을 존망의 위기로 몰지 말라는 얘기다. 북한 문제를 중국 봉쇄를 위한 미일 군사동맹 강화와 일본의 군사대국화, 미사일방어체제 추진의 빌미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미국이 참된 의미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도와달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미국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참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만 가할 게 아니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북한이 정말로 핵 무기를 가지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평화적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핵 실험 시위를 하는 것인지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지 않은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정녕 바란다면, 북한 제재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진정한 해결 노력을 보여야 옳다.

미국이 6자회담 통한 평화적 해결 도모한다면...

미국의 평론잡지인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는 지구적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의 최근 움직임을 '제국적 거대전략'이라고 분석한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존 벨러미 포스터는 이 글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의 제국적 확장과 공고화를 위한 거대전략 추진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반도의 위기는 동북아,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의 위기이기도 하다. 거꾸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은 바로 동북아 평화체제의 바탕이다.

미국이 이제 막판의 위기 단계에 놓인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단초를 열어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해 준다면, 이야말로 미국은 한민족의 진정한 우방, 고마운 나라로 길이길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한미동맹 관계를 가장 확고하게 다지는 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거대전략'이다. 그 첫걸음은 다름아닌 북한과의 협상이다. 미국이 전쟁과 신냉전이 아닌 평화의 패권국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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