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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지 21.9%로 급상승… 2위 한나라당과 0.4%차"

이런 시절이 있었다. 2004년 5월 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 결과다. 정당 지지율 13.1%로 원내진출한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그만큼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2006년 9월 28일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5.8%로 나왔다. 참혹한 수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런 양극단의 현실을 놓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을 만났다. 그는 최근 당 민생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사실, 어느 정당보다 '민생당'임을 자부해온 민주노동당이 이같은 기구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노 의원은 "우리가 부족했다는 걸 시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기다.

원인은 3가지로 정리된다. 1차적인 책임은 지도부의 지도력. 당 지도부와 의원단이 분리되어 있는 '이중권력' 구조. 권력을 배분하는 역할로 전락한 '정파 담합' 구조. 여기에 외부 환경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다.

노 의원은 "몸통은 우파인데 머리로 좌파연(然) 하는 노 대통령으로 인해 보수가 망친 경제를 진보가 망친 것처럼 비쳐졌다"고 지적한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와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위기라는 사실보다 위기 타개책이 없다는 점이다. 노 의원에 따르면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지방선거 평가도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미래 청사진(마스터플랜)이 없다. 이 얘기는 민주노동당이 원내 입성할 때부터 나왔다.

"나는 진보를 파는 사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

당내 공공연하게 떠도는 노 의원의 대선 후보 출마 의사도 물었다. 큰 꿈을 꾸는가? 그는 눈감으면 30초 안에 잠이 들고 꿈을 꾸지 않을 정도로 숙면을 취한다는 말로 비켜갔다. 진지하게 물었더니, 에둘러 이런 답이 돌아왔다.

"대선에 한 번 나가보는 게 내 꿈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집권이다. 잘 하면 될 것도 같다. 아니 돼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나 같은 사람을 알아보고 호감을 주고… '정치인을 이렇게 예뻐해 보긴 처음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웃음).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이 박수 많이 받기 힘든 현실인데 이런 호응을 받는 것은 나의 가능성 보다 당의 가능성 때문이다. 진보가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진보를 파는 사람이다. 어떻게 전달할지, 그게 나의 고민이다."


내처 민주노동당의 대선 구도까지 나갔다. 노 의원은 "87년 체제의 막을 내리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며 87년의 한계에 대해 "6월 민주화 항쟁은 계승되었지만 7, 8월 노동자 대투쟁의 정신은 포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구시대(87년 체제)의 막내'라는 표현에 빗대 "민주노동당은 8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체제의 맏형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적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경제문제를 서민의 관점에서 해결할 철학과 기초가 없었다"고 진단한 노 의원은 자신의 민생철학을 "획기적인 복지 강화로 성장의 질을 높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그의 위기의식이 어떤 민생의 내용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노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8일 한 시간 반 가량 의원실에서 열렸다. 다음은 질의응답 내용이다.

'달변가' 노회찬 의원도 말 실수를?

노회찬 의원은 참 말을 잘한다. 특히 '수사'의 달인이다. 그의 순발력 있는 비유에는 기자도 맥을 못 출 때가 있다.

가령 그는 '민생투어'를 벌이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 "자체 제작한 '체험, 삶의 현장'에 고정 출현하는 꼴"이라고 꼬집은 뒤, 자신의 민생철학에 대해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투어하지 않는다, 백인이나 하는 것이다"라고 차별화했다.

웅변학원 한 번 다녀본 적이 없는 그의 말솜씨는 어디서 연원한 것일까? 타고났나? 아니라고 한다. "운동을 통해 오랜 시간 의식화, 조직화 사업을 해온 결과"라고 한다. 짧은 시간, 쉽고 강렬하게, 신뢰를 전달해야 했기에.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건 최근의 일이다. 지난 4·15 총선거 때부터. 노동운동을 오래 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겐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연사의 자격으로 들을 준비가 된 청중에게 강연을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주제를 잡아내 노동자, 서민 청중들의 관심을 끌고 얘기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짧은 시간에 호감,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단어 두세 개로 책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비유법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서울시장 출마 권유가 나왔을 때 노 의원은 "왜 전교 1등 보고 학교를 그만 두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가 눈총을 샀다.

노 의원은 이에 대해 "그건 뭐 제가 드물게 실수한 말 같은데…"라며 멋쩍어했다. / 박형숙
- 당의 정체성 자체가 '민생'인데 뒤늦게 '민생특위'를 꾸린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그런 지적이 있었지만 그동안 의원별로 민생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노력들 했음에도 대외적으로 한 일이 없다는 식으로 알려졌다. 5·31 지방선거에 대한 반성이다. 그리고 우리가 한 일이 부족했다는 걸 시인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서 민생과 관련해 기억에 남을 만한 활동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특위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력의 부재로 느껴진다.
"힘든 문제다. 국회 입성 이후 전략과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 당 지도부와 의원단이 분리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당의 실질적인 지도력은 지도부에게 있는데, 대중 앞에 보이는 것은 의원들이다. 일종의 이중권력 상태다. 당 구조의 문제다. 책임, 권한, 역할이 일치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어서 몸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 힘 있게 일을 추진하고 평가를 받고 잘 하면 계속하고 잘못하면 물러나는 식이 안 된다."

- '당직·공직 금지 조항'(공직을 맡은 의원은 당 대표나 사무총장 등 당직을 겸할 수 없다)을 풀어야 하지 않나.
"아직 찬반 논쟁 중이다. 당직과 공직을 분리하는 취지는 이상적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의원들까지도 지도해 낼 수 있어야 그 의미가 살아나는데 지도가 안 되니까 문제점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이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지도부 지도력의 문제다."

- 민주노동당에 '리더'가 있나. 일반 국민들은 당 대표가 누군지, 사무총장이 누군지 모른다.
"민주노동당의 독특한 지도부 구성방식 때문인데 당 대표가 더 권한이 있는데 국민에게는 안 보인다. 이른바 '새도우(그림자) 리더십'이다. 그렇다 해도 1차적인 책임은 지도부에게 있다. 2004년, 2005년 당이 뭘 했나. 민심을 잘못 짚었다.

가령 국가보안법에 '올인'했다. 안그래도 민주노동당은 국보법에 있어서 가장 열심히 하는 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국보법에 '올인'하다가 결과적으로 민생 문제를 소홀히 했다. 그 다음에 의원들이 상임위별로 민생법안을 내놨지만 민생정당으로서 위상을 확보하는데는 부족했다."

"국보법 '올인' 전략은 잘못"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런 바탕에는 사실 정파 문제가 깔려 있는 것 아닌가.
"의원들도 책임이 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2005년 1월에 내가 민주노동당 '위기론'을 꺼냈다. 당시 지지도 12%였는데 8%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민생에 주력해야 하고, 당내 다툼으로 당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운동권 동창회'라는 말도 그때 했다. 좌냐, 우냐 따지지 말고 일단 가자. 노선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지도부는 나의 지적에 대해 지지율이 내려간 것은 민주노총 비리 사건 때문이고 곧 13%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수용하지 않았다. 내 말은 재수 없는 예언으로, 당에 고춧가루 뿌리는 것처럼 오해됐다. 그 정도로 무감각했다. 그러다가 2005년 10월, 울산 북구 선거에서 패배하자 위기를 하는 수 없이 시인했다.

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지도부만 바뀌었다. 비대위가 만들어 졌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새로운 선거에서 또 다수파가 되었다. 사람만 바꾸는 게 책임을 지는 게 아니다. 위기의 근원인 전략전술의 부재에 대한 반성은 없다. 지금의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당의 과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 아직 지방선거 평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위기는 있는데 위기 타개책이 없다."

- 노 의원은 어떤 정파인가?(웃음)
"'당파'라고 아시는지(웃음). 실제로 그렇다. 정파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노선이나 현안에 대해 생각이 같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 발전, 당 민주주의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에 현존하는 정파는 과거의 인연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당이 위기이고 지도부가 물러나는 상황이 되었는데 어느 정파도 당이 이렇게 나가야 한다고 내놓은 적이 없다. 권력을 나눠먹는 기구 이상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 당의 최대 권력, 바로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당'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이나 정책은 전체 노동자를 넘어서 서민을 위한 것에 있다. 때문에 당의 정책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와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4대 보험 징수 통합의 경우도 보험공단 조합원들은 손해여도 국민에겐 이롭다. 조합원들을 설득해서라도 통합에 응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사실과 다르게 '민주노총당'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민주노총의 일탈 등에 대해 보다 더 따갑게 충고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 비정규직 법안 처리 저지해 왔다. 그래서 비정규직들에게 박수를 받았나.
"별로 안 그렇다. 원인은 비정규직에 대한 당의 대응책에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이 당의 제1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악법을 저지하는 것 외에 거의 한 일이 없다. 일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투쟁하는 걸 지원하는 정도로 해선 안 된다. 지역활동을 비정규직 센터로 바꾸는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대책 "악법 저지 외에 한 일 뭐 있나"

- 최근 당 진보정치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는 좀 충격적이었다. 민주노동당에 대선 후보로 지지할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답변이 60% 가량 나왔다. 지지자들조차 '인물'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일반국민도 아니고 지지자들에게 후보감이 없다고 인식된 것은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사표심리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을 다투는 후보가 아니므로 다른 당 후보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당의 지지율 보다 후보 지지율이 낮다. 당은 지지하지만 대선은 달리 생각하는 경향이 지금도 남아 있다. 당에서도 지도력을 길러내고 크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상대 후보가 정해지고 우리 후보가 정해지면 좀더 달라질 수 있다."

- 노 의원은 의정활동은 활발히 하는데 거당적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한 기억은 없다.
"일부러 의정활동만 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당과 (의원단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당권 경쟁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사즉생'의 각오로 한번 뛰어볼 수 있지 않았나.
"사즉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 건은 그렇지 않았다. 설사 내가 죽더라도 당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판이 아니었다. 강금실, 오세훈 구도에서 의미 있는 득표가 사실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고민도 많았다. 막판에는 51-49로 고민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나가라고 하기 전부터 나갈지, 말지를 고민했었다.

총선 전부터 서울시장 나가는 문제를 주변에 의논을 한 적도 있다. 내가 몸을 사린 게 아니다. 득보다 실이 큰 판이었다. 아마 서울시장 선거가 2005년 9월에 치러졌으면 출마했을 것이다. 당 지지도가 9, 10월에 2, 3% 올랐는데 '삼성 X파일' 효과였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내가 한 번은 1등, 또 한 번은 2등으로 많이 나왔었다. 아마 그때 선거를 했으면 내가 30%는 나왔을 것이다.(웃음)"

- 최장집 교수는 노 대통령에 대해 "선출된 독재자"라는 표현까지 쓰면 혹평을 했다. 노 의원은 어떤가.
"참 복잡한데, 노 대통령의 문제는 가볍게 말하면 시대적 염원이 본인을 당선시켰는데 본인은 시대적 염원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당선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과잉 확신이다. 큰 병이다. 자신을 당선시킨 시대적 염원들이 다 떠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서민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IMF를 포함해 지난 12년간 고통이 가중된 서민들이 이제는 자신들을 어루만질 지도자로서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것인데 결국 역대 대통령들과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썼다. 사실 노 대통령이 신자유주의를 처음 쓴 것도 아닌데 해가 갈수록 그 병폐가 축적되다보니 노 정권에 이르러 빈부격차 등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가장 큰 불행은 노 대통령이 몸통은 우파인데 머리는 좌파 연(然)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경제를 망친 건데 좌파가 경제를 망친 것처럼 비춰졌다.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이 망친 것을 좌파가, 진보가 망친 것처럼 보여지게 한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공격을 받아야 하는데 좌파가 공격받는 상황이 돼버렸다."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지지도의 연동 현상도 그 때문이라고 보나.
"그렇다. 좌파연한 노 대통령 때문이기도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몫은 민주노동당에게도 책임이 있다.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한패로 보여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한국 정치, 대선이라는 이름의 도박판"

-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진보개혁연대'를 말하면서 민주노동당이 2007년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방안을 제기했다.
"한미FTA,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등 한나라당과 연대를 해오고선 대선 때 경쟁에서 겁이 나니까 후보내지 말라는 건데. 자기들이 내지 말아야지. 우리는 한판 쉴 테니 니들이 내봐라, 그게 연대 제의 아닌가. 연애는 한나라당과 하고 너희 집에서 하룻밤 자자, 그러면 안 되죠."

- 지난 6월 열린우리당과 공조, 사학법과 동시에 '주민소환제법'을 통과시켰을 때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민주노동당의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과도 공조했다. 주고받기식, 교환식 공조는 당으로선 부담이다. 뭔가를 얻기 위해 동의할 수 없는 것을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 당시 내부에선 '저 정도면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 있었지만 열린우리당 편을 들었다.

한나라당이 워낙 세게 공격하니까 우리가 해임건의안에 손들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식이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잘못된 출발이었다. 명분이 있으면 같이 가면 되는데, 어느 당에 이익될지에 따라 공조하면 오히려 한패거리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 진보세력의 위기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구도는 뭔가.
"일단 한국 정치의 특성은 대선 정치, 이게 문제다. 그런데 최근 대선 정치의 특징은 최종 후보가 선거일에 임박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2002년에도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식이었다. 한나라당이 2006년 6월에 후보 선출을 한다고 되어 있지만 그 후보가 최종 선거에 반드시 나가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가 한나라당 내에서도 나올 정도로 가변성이 크다. 정치는 대선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되어 가고 있다. 후보의 도박성을 높이는 것으로 국민을 몰입하게 만든다.

내년 대선의 이슈는 경제다. '87년 체제'의 막을 내리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87년은 6월 항쟁의 산물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근본 한계는 경제문제를 서민의 관점에서 해결할 철학과 기초가 없었다는 것이다. 87년 체제는 7, 8월 노동자대투쟁은 포용하지 못하고 적대시하면서 출발했다. 노 대통령이 자신을 구시대(87년)의 막내라고 했는데 민주노동당은 87년 이후 새로운 체제의 맏형이 되겠다. 내년이 6·10 항쟁 20주년인데 지난 20년 간 기득권 소수를 위한 경제정책을 심판해야 한다."

- 참여정부도 '복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세금폭탄', 이 한 마디에 맥을 못추는 현실이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참여정부의 정치적 미숙함이 있다. 어정쩡한 복지였다. 복지를 더 강하게 밀고 나갔으면 지지층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지지층은 없고 반발층만 많다. 또 세금을 올리려면 조세정의 강조해서 조세에 대한 신뢰를 확보한 뒤 증세로 가야 하는데 세금 안 내는 사람 그대로 살려두고 세금 올리려고 하니 봉급쟁이 반발하지 않나."

대선 출마? "발언하지 않는 게 당을 위해, 나를 위해 중요"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민주노동당의 당내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상이 짙다. 대통령 후보 선출에 일반국민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딜레마다.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정당문화는 당의 문턱이 낮아져서 많은 사람이 당원으로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유럽형이다. 그러려면 당원으로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당장 실현되지 않는다. 왜 니들끼리 하냐는 지적 받으면 곤혹스럽다.

국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당의 정체성과 국민적 요구가 맞느냐를 잘 따져야 한다. 흥행이 중요하게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다보니 이 사람 저 사람… 어느 신문에 보니까 여당 오픈프라이머리 대상에 내 이름도 집어넣었더라(웃음)."

- 여론조사에서 보면 권영길 의원에 이어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서 지지도가 높다. 특히 노 의원의 경우 '제로'에서 시작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우리 정치의 역사가 길지 않다. 과거 군사독재형 정치, 3김 정치, 지금은 뭔지 모르는 'X정치'다. 과거의 전혀 다른 정치다. 사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의 1기생이다. 탈권위주의적이고 굉장히 인간적인, 정치를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넓혔다. 그런 점에서 저 같은 사람은 새 정치의 유형에 속한다.

여성을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노처녀가 시집 안 가는 것은 거짓말이다. 정치인이 권력의지 없다면 이중인격이다. 그게 왜 나쁜가. 권력을 가져서 꿈을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 정당도 집권 의지 없으면 정당 존립 필요가 없다. 다름대로 정치 이상, 철학, 포기 있다면 권력의지를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권력의지가 몇 년 몇 월 어떤 식으로 가시화될 것이냐의 문제는 상황과 조건이 고려해 의논을 하고…."

- 경선 출마 의사가 있나.
"정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은 발언하지 않는 게 당을 위해 저를 위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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