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 왠지 마음도 스산해진다. 이럴 때 아련히 떠오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겨울연가>의 그곳, 남이섬이다.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만든 아름다운 길과, 강물들, 곳곳에 아기자기한 멋을 주는 소품들, 자전거, 낭만… 이런 것들로 가득한 남이섬은 연인과 가족들의 공화국이 된다.
나미나라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서울에서 차로 달려 1시간 반 거리. 가평 그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가 시작된다. 강 위로는 보트가 달리고 강변으로는 그림 같은 펜션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이 정녕 우리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즈음, 어느덧 나미나라(남이섬의 애칭)에 도착한다. 나미나라여권발급(표파는 곳에서 표를 사고)을 받고, 입국심사대(배타는 곳 입구)를 거치면 나미나라로 가는 배가 기다린다.
배를 타면 마치 해외여행을 떠나는 자의 그것처럼 벌써부터 가슴은 쿵쾅대고 다리는 종종댄다. 연인들과 가족들 단위로 배에 탄 사람들의 얼굴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환하게 웃음꽃을 피운다. 잠시 후 배는 북한강 물살을 가르며 나미나라에 외지인들을 내려놓는다. 입구 한 켠에는 옷을 벗고 강물에 발을 적시며 저편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석상이 손님들을 반긴다.
하트 모양 겨울연가의 흔적들
나미나라 입구에서 얻은 지도에는 곳곳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 지도설명에 의하면 그 하트 모양은 겨울연가의 촬영지란다. 드라마 한 편이 이다지도 섬 하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본래 남이섬은 섬이 아니었다. 청평댐이 세워지면서 주위가 물에 잠겨 섬이 된 것이다. 남이 장군의 묘가 있어 그 이름이 남이섬이 되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우측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남이 장군의 묘로 그간 적적했을 심사가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조금은 풀어졌을 것 같다.
이곳은 최근에 와서 주목을 받는 것 같지만 사실 과거부터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다. 7,80년대에는 강변가요제가 열렸고 80년대에는 <겨울나그네>의 촬영지로도 유명했다. 그러다 행락객들에 의해 파괴되던 섬을 생태공원화하고,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지면서 다시 사랑 받고 있는 섬이다.
숲이 아름다운 섬
남이섬이 아름다운 건 자연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들과 다양한 수종들, 그리고 거기에 더부살이하는 동물들이 있어 남이섬은 살아있다. 먼저 길을 들어서면 잣 향기 가득한 잣나무길을 가게 된다. 그 곳은 청솔모들의 낙원이다. 길을 걷는 중간 중간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린다면 그것은 청설모가 떨어뜨린 잣이다. 길가에 몇몇 사람들은 그 잣 덩어리를 발로 밟아 잣을 꺼내 먹기에 바쁘다. 나뭇가지 위의 청설모들은 그들이 남기고 간 잣을 빼먹는다. 사람과 익숙해서인지 경계심이 없는 그들과 함께 남이섬의 산보는 특별한 것이 된다.
잣나무길을 빠져나오면 메타세콰이어길과 은행나무길로 갈라진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 나무터널들은 어떤 지붕 같은 포근함을 전해준다. 청설모들이 느꼈을 편안함을 똑같이 느끼면서 메타세콰이어길을 들어선다. 이곳은 <겨울연가>에서 연인들이 자율학습을 빼먹고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던 곳이다. 이국적인 나무들과 그 사이를 넘나드는 가을햇살이 아련한 어떤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숲 속의 강변을 낀 집들
연인이라면 당연 은행나무길에서 은행나무의 사랑을 떠올려볼 일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연인의 길이 나오는데 거기에는 강변 옆으로 낮은 지붕의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서 있다. 연인들끼리 가족끼리 놀러온 이들은 집 테라스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뒤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석양이 내리는 저녁이라면 없던 사랑도 절로 솟아날 운치가 있는 곳이다.
그 곳 근처에는 타조농장과 야외음악당이 있다. 날씨가 쌀쌀해져 타조농장은 청설모들의 차지가 되었고 야외 음악당도 그 과거 기억의 흔적들만 허공에 떠돈다. 잔디밭 위에 놓여진 평상에 앉아 그 기억 속의 음악소리를 찾아 듣는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숲의 향기 속에 그 음률이 들리는 듯 하다.
하늘자전거의 묘미
남이섬이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자동차에서 해방된 곳이라는 점. 이곳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는 무공해라는 점은 물론이고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남이섬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겨울연가>의 연인들이 타던 쌍쌍자전거에서부터 나홀로 자전거, 요즘은 전기자전거, 서서타는 트라이웨어, 누워타는 트라이커까지 이곳이 탈 것이 지천이다.
그 중 가장 특별한 것은 아무래도 자전거로 하는 하늘 하이킹! 지상 3미터 높이에서 공중을 유유히 떠다니는 듯한 하늘 자전거는 남이섬을 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녀와 함께, 연인과 함께 서로 도와가며 페달을 밟아나가는 재미는 사는 재미와 거의 같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 곳에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협궤도열차인 유니세프 나눔 열차가 있다. 오래되어 낡고 덜컹거리는 맛이 제법 재미있는 열차이다. 수익금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후원금으로 기부된다고 하니 재미도 보고 좋은 일도 해보자.
| | 남이섬의 먹거리, 쉴거리 | | | 추억을 먹고 섬 속, 숲에서 자다 | | | |
| | ▲ 호박을 싣고 가는 자전거가 정스럽다 | | ▶ 먹거리 - 추억을 먹는다
남이섬은 먹거리에서도 추억이 묻어난다. 길 중간중간에 테마형 식당 혹은 카페가 들어서 있는데 각각의 음식점들은 그 특징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사각 철 도시락에 밥, 김치와 달걀프라이를 얹어 뚜껑을 덮은 뒤 난로 위에서 데워 흔들어먹는 ‘옛날 벤또’는 남이섬의 명물이 되었다.
벤또를 파는 ‘연가’는 또한, 겨울연가 촬영에 앞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던 곳으로, 배용준과 최지우가 남이섬에서 처음 사인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이섬을 배경으로 한 각종 드라마 촬영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밤나무 식당은 움막김치를 얼큰하게 끓이고 끓인 김치국밥, 독일식으로 주문제조 된 숯불구이 소시지 등이 나오는데 숲 속에서 먹는 정찬의 느낌을 준다. 중앙잣나무 길목에 있는 고목식당은 동동주에 파전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찾을만한 곳이다. 야외자리에서 마시는 동동주의 맛이 일품이고 음식점 뒤쪽으로 펼쳐진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놀 수 있어 더욱 좋다.
▶ 쉴거리 - 섬 속, 숲 속의 호텔
남동쪽 강변에 놓여있는 남이섬 호텔은 1979년에 지어져 남이섬에서 가장 유서깊은 숙소이다. 1980년대 배우 신성일 엄앵란 커플이 자주 들렸다고 하며 겨울연가 촬영 시 배용준, 최지우가 묵어가기도 했고 남이섬을 찿는 유명인사들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하는 숙소이다. 강변에서 가까워 아침산책에 편리하다. 남서쪽 강변에 있는 별장촌은 콘도식으로 되어있어 가족들이 찾기에 좋다.
80년대 <겨울나그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또한 게스트 하우스는 수영장이 있는 건물로 강을 바라보며 바비큐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작가들의 창작공간인 문학인촌, 몽골식 천막집으로 특색있는 게르별장 등 다양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 | | | |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서울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대성리를 지나 청평, 가평으로 들어오면 SK경춘주유소 사거리에서 우회전한다. 그리고 북한강변을 따라 약 2킬로 정도 달리다보면 남이섬 주차장을 만난다. 여기에 차를 주차시키고 배를 타고 들어간다. 블로그(thek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