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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박효신 객원기자] 지난 2000년 혼자 몸으로 버섯농장을 시작, 매년 농장을 하나씩 늘려 이제는 5개 농장에서 연간 매출 36억 원, 83명의 직원을 가진 반듯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머쉬하트’의 김금희 대표.

‘머쉬하트’는 버섯과 가슴의 합성어이다. 왜 버섯(Mush)에 가슴(Heart)이라는 단어를 붙였을까? 이름을 직접 지었다는 김 대표는 말한다.

“농업은 가슴으로 해야 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가슴이 움직여서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어야 농사로 성공할 수 있어요.”

김 대표가 버섯을 접하게 된 것은 90년 천안 연암대학 원예과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당시 연암대학은 다른 대학과 달리 규모가 큰 버섯재배 실험실을 갖고 있었다. 지금같이 웰빙식품으로 버섯이 각광받는 때도 아니었으나 김 대표는 버섯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학교 실험실에 남아 연구원으로 일한 8년은 그에게 큰 기회가 되었다. 버섯 균 배양부터 재배까지 버섯에 관한 모든 지식을 그때 습득할 수 있었고 이때부터 김 대표는 버섯에 인생을 걸어볼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2000년 드디어 사업에 착수했다. 많은 버섯 종류 중 그가 택한 것은 새송이버섯. 2000년 당시는 느타리버섯이나 팽이버섯이 주류였다. 새송이를 하겠다고 하니 모두 말렸다.

“처음 시작할 때 갈등도 있었죠. 이미 버섯농장을 하시는 분들이나 학교 교수님, 동료들 모두 공연히 모험하지 말고 안전한 팽이버섯으로 가라고 그러셨어요. 그러나 난 새송이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새송이가 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안성에 200평 정도의 조그마한 땅을 마련하고 하우스를 한 동 지어 시험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서울을 오가며 시장 조사를 하고 상품 출시를 위한 박스를 맞추고 포장 디자인도 직접 했다. 초기 투자비용 약 1억 원. 사실 젊은 여자로서 1억 원이라는 투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이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버섯은 식물과 동물의 경계선에 있는 특이한 생물입니다. 살아 있는 균이죠. 그래서 버섯으로 성공하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해요. 첫째 균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둘째 재배기술이 있어야 하고, 셋째 시설을 제대로 갖추어야 해요. 그런데 이 세 가지가 모두 내 손 안에 있었거든요. 겁나지 않았어요. 돈이오? 대출도 받고 도움도 받고… 뜻이 있으니 길이 열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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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성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김 대표는 차별화된 재배방법으로 승부를 걸었다. 첫째 ‘크린 룸’ 재배방식이다. 톱밥, 밀기울, 대두피, 비지, 해초분, 효모, 옥수수 가루 등을 섞어 배양액을 만든 뒤 살균처리하고 여기에 버섯 종균을 심어 유리병에서 키워내는 방식이다.

한번에 1100㏄짜리 4만여 병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다. 둘째, 저온재배법이다. 보통 버섯은 16~18도에서 재배한다. 김 대표는 이것을 1~2도 낮추었다. 이렇게 온도를 낮추면 성장 속도가 느려 생산자는 손해다. 대신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조직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고 보관기간을 늘릴 수 있어 유통기간에 여유가 생기는 장점이 있다.

“버섯 재배하는 분들은 모두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더 크게 키워 시장에 내기를 바라죠.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저온재배를 유지해 오고 있어요. 그래서 머쉬하트는 언제나 시장에서 최고의 값을 받는 거예요.”

‘머쉬하트’의 생육실은 마치 반도체공장이나 병원처럼 보인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과 청결은 우선으로 지켜져야 하고 생육실마다 출하 날짜에 맞춘 버섯들이 인큐베이터의 아기처럼 정성스레 자라고 있다. 요새 그가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새로운 제품 개발이다.

“우리의 농업 현실이 좋지는 않아요. FTA로 압박하고 세계 농산물 시장은 지금 종자 전쟁 중이에요. 농사가 특별한 기술 없이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요. 농사는 첨단과학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미래 농업이 희망이 있다는 거예요.”

이제 농장 규모가 커지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회계, 인사, 마케팅 등 새로운 경영능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는 과감히 ‘전문가’를 기용하여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더 큰 곳으로 돌리고 있다.

‘머쉬하트’의 중기 경영계획을 보면 이미 성장기를 지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이 기간 조직, 유통, 생산 면에서 효율성을 증대시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부터는 외형이 아닌 내실을 다져 일류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매출을 증대시킨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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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에 빠져 결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는 김 대표. 그런데 2년 전 집안 소개로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서로 생각이 닮아 늦은 결혼을 해 이제 한 살 된 딸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움이 있다. 내 몸을 통해 태어난 자식은 또 다른 큰 기쁨을 주는 생명이지만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댁과 친정에서 돌아가며 돌봐주고 있어 안심은 되지만 미안함은 많이 남는다.

“아기와 남편에게 미안하죠. 아기에게 시간을 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일단 농장에 들어와 일에 묻히다 보면 또 잊어버려요. 남편도 고생이죠. 공무원이라 과천에서 근무하는데 버섯 가까이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매일 안성에서 과천까지 출퇴근 하니 좀 힘들겠어요. 모든 직업이 다 똑같지만 특히 여성 농업인들에게는 보육과 교육이 큰 문제예요. 우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여성 농업인 정책 중 이 점에 비중을 두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는 선장이 누구냐에 따라 배의 방향이 바뀌듯이 80여 명을 책임지고 있는 자신의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위해 내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호서대학교 대학원에서 새송이버섯으로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마지막 학기 중에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MBA를 시작할 거라고 한다.

항상 지식에 목말라 하고 지혜로운 경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김금희 대표. 요새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책 한 권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 이제부터 한발 한발 내딛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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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대표는...

1971년생. 2000년 안성에서 새송이 버섯농장 ‘머쉬하트’ 시작. 농업연수원 농업경영 CEO과정 수료, 단국대학교 농산물유통전문가과정 수료, 현재 호서대학교 전문대학원 식품영양학과 박사과정 중. 2004년 농업인의 날 농림부장관상 수상.

머쉬하트 5개의 새송이 버섯재배 농장에서 하루 4600㎏, 연 1380t 생산, 2006년 3월 하루 3.3t 규모 제6농장 착공. 200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무농약 재배 인증, 2004년 호서대학교와 산학협동 연구(새송이버섯 생리활성 규명, 레시피 개발). 2005년 12월 경기도지사인증 G마크 획득.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한마디

"농업은 가슴으로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식이 아니라 가슴이 움직여서 능동적으로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어야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가슴으로 이 일을 하려면 중요한 것이 ‘정직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에 신경쓰다 보면 많은 유혹이 다가온다. 기본 원칙을 지키는 정직한 마음이 성공을 가져온다."

김금희 대표의 성공전략

1. 농업을 첨단과학으로 만들라.
생산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기술과 시설이 첨단화되어야만 한다. 농업에 첨단과학이 도입되어야만 미래가 있다. 시장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 고정관념을 깨라.
농업에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면 반은 성공이다.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 아무리 값진 것도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3. 내가 못하는 것은 전문가를 들여라.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맡기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충실하라.

4. 항상 지혜에 목말라 공부하라
늘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 가능하면 직접 체험을 하고 체험할 수 없는 일이면 찾아다니며 듣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협의회 남녀공동대표 유도
역량 향상시킬 교육기회 제공을
정책과정, 여성비율을 높여라

‘여성 농업인은 농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여성 농업인의 경제적 활동을 지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이제 국가적 요구사항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책 과정에 여성 농업인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현 농림부 소관 각종 위원회의 여성위촉비율을 38%에서 내년 40%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 농정관리위원회 여성위촉비율을 32%에서 34%로, 특히 여성 위원 중 여성 농업인을 50% 이상 위촉하도록 유도할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의 ‘2차 여성농업인정책’은 이 외에도 ▲농촌마을 정합개발사업과 녹색농촌 체험마을사업에 여성참여 확대 ▲시·도 여성농업인협의회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여성 농업인 정책결정과정 참여 확대’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마을개발 협의회’에 참여하는 주민대표는 ‘남녀공동대표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마을 협정 체결 시 여성 참여비율은 15% 이상, 마을심사위원회 구성 시 여성 전문가 비율을 10%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등 폭넓은 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김성아 사무총장은 "정책과정에 여성 농업인 참여비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여성 농업인 대표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성 농업인들의 현실을 정책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농정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또 "대부분의 정책이 지자체에서 시행되는데 여성농업인담당 인력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정부의 지원정책 내용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인적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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