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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권지희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족센터’로, 건강가정사는 ‘가족지원사’로, 가정봉사원은 ‘전문돌봄요원’으로 각각 이름이 변경되고, 올해로 2회를 맞은 5월 15일 가정의 날도 없어질 전망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문희 한나라당 의원)는 지난 21일 제2차 위원회를 열어 지난 2년간 논란을 거듭해온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고, 바뀐 법명에 따라 센터 등의 이름도 변경키로 했다.

이번 법안 개정에 따른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까지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기존 건강가정기본법이 정한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실혼에 기초한 공동체 ▲아동을 위탁받아 양육하고 있는 공동체 ▲후견인과 피후견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로까지 가족의 범주를 확대한 것.

또 1인 단독가구를 ‘가정’의 범주에 넣어 지원 대상으로 했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장애인가족, 국제가족, 노인단독가정 등에 대한 지원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안했던 ‘미혼모·부와 아동으로 구성된 공동체’는 포함되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건강가정교육’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기존 법은 ▲결혼준비교육 ▲부모교육 ▲가족윤리교육 ▲가족가치실현 및 가정생활관련 교육 등을 의무 규정으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족가치’와 ‘가정의례’ 조항과 5월 15일 가정의 날도 없애기로 했다.

이날 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소위 ‘정상’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여성계의 비판여론을 적극 수렴해 가족의 범위를 대폭 넓히고, 가족의 구성과 유지를 개인의 의무로 규정한 조항을 없앰으로써 기존 법안보다 한 단계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환영 논평을 내고 “그동안 개정 논의를 통해 ‘가족’에 대한 열린 개념과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법사위는 이른 시일 안에 가족정책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표결에서 총 11명 위원 가운데 홍미영 김영주 박영선 유승희 윤원호 윤호중 장향숙 열린우리당 의원 7명, 손봉숙 민주당 의원 1명 등 8명이 ‘찬성’한 반면, 고경화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통상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에 대해서는 전원 찬성하는 것이 관례. 일부 ‘반대’ 의견은 법사위에서도 재논란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김충환 의원은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뀌면서 가족의 문화와 전통을 전수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기능이 빠져 버렸다. 이대로라면 가족정책의 목표와 방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법안은 일단 통과시키되, 추후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이를 방증했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가정 관련 단체들의 향후 대응도 관심사다.

실제로 대한가정학회 등 26개 관련 단체는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기 3일 전인 지난 15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글을 여성가족위에 보내고 “타당한 이유도 없이 법의 명칭과 전문가 및 실행기관의 명칭 등을 바꾸는 전면 개정은 법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이 법의 기본 취지를 왜곡해 건강가정을 만들기 위한 국민적인 노력을 폄하하거나 일부 단체의 의견에 떠밀려 법을 전면 개정하려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성가족위는 이르면 오는 11월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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