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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자신이 겪은 휴대전화 부당요금 환불사례를 쓴 안동권 시민기자의 기사가 네티즌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다양한 댓글을 통해 나타난 네티즌들이 목소리를 안동권 시민기자가 직접 정리했다. 아울러 유료 부가서비스 부당요금 문제를 둘러싼 이동통신사와 통신위원회의 이야기도 들었다. <편집자주>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간 뒤 '다음'에는 3천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간 뒤 '다음'에는 3천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9월 14일 <오마이뉴스>에 '휴대전화 청구서 확인 안 하면 당해요'라는 기사를 썼다. SK텔레콤에서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긴통화무료옵션' 부과서비스 요금을 매달 1만5000원씩 무려 20개월 동안 30만원이나 빼간 사실을 알고, 나뿐 아니라 이런 경우가 많겠구나 하는 노파심에서 쓴 기사였다.

이 기사는 14일 오후 <오마이뉴스> 메인톱에 실린 뒤 그날 저녁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화면에도 걸렸고 댓글이 600건 넘게 달렸다. 하루가 지나자 댓글이 2천 건을 넘었고, 사흘째가 되자 3천 건에 이르렀다.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했다. SK텔레콤에 대한 비난과 "나도 똑같이 당했다"는 식의 내용들이었다. 문제가 된 '긴통화무료옵션' 부가서비스에 자신도 모르게 가입되어 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2년 넘게 매달 1만5000원씩 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런 댓글들을 읽으면서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1000건 중 265건 "나도 비슷한 피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통장에서 SK텔레콤이 부당한 부가서비스 요금으로 빼내간 돈은 모두 30만원이었고, 돌려받는 돈은 20만원이었다.

어느 네티즌 댓글처럼 20만원이라도 돌려받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네티즌의 제안처럼 고소라도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문제 삼아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내 기사에 올라와 있는 네티즌들의 댓글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기 시작했다. 3천개를 다 분석할 수는 없었고, 댓글이 가장 많이 올라온 9월 15일을 기준으로 '다음'에서 댓글 1000개를 뽑아 나름대로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신청하지도 않은 각종 부가서비스 요금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댓글이 무려 265건이나 되었다. 사례도 비슷비슷했다.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전산상의 오류나 직원 실수로 몰아붙이거나 대리점 쪽 잘못으로 넘겨버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가입자가 거세게 항의하면 6개월치 정도는 환불해 줄 수 있지만 더 이상은 자료가 없어서 곤란하다는 식이었다. 현금으로 환불해 주는 것이 아니라 통화요금으로 차감해준다는 것까지 똑같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SK텔레콤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1000개의 댓글 가운데 SK텔레콤 말고 다른 통신사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당한 경우도 76건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 SK텔레콤의 부당성을 지적한 의견: 271건
▲비슷한 피해를 경험했다는 의견: 265건(이 가운데 54건은 '긴통화무료옵션' 관련 피해)
▲청구서를 꼼꼼히 확인 안 한 사람 잘못이라는 의견: 110건
▲청구서를 잘 확인해야겠다는 의견: 98건
▲다른 통신사에서 비슷한 피해를 경험했다는 의견: 76건
▲부정부패에 대한 일반적 성토: 52건
▲고소하라는 의견: 46건
▲SK텔레콤 직원들에 대한 비난: 29건(청구서를 잘 확인 안 한 사람 잘못이란 댓글에 대한 댓글)
▲기타: 53건


이통사들이 고객들에게 이렇게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런 댓글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통사들이 휴대폰 이용자들의 다양한 불만과 의견을 참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스스로 관리감독시스템을 작동할 수밖에

뒤늦게 받은 청구서에 확인한 정체불명의 '1만5000원'
뒤늦게 받은 청구서에 확인한 정체불명의 '1만5000원' ⓒ 안동권
이 글을 마무리할 때쯤 또 한 번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며칠 전 받은 9월달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에 여전히 '긴통화무료옵션' 부과요금 1만5000원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8월 25일에 담당자가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직접 말하고, 요금을 잘못 부과했다고 20만원 환불까지 해놓고도 말이다.

나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SK텔레콤의 민원 해결 방식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지켜야 할 우리 사회의 관리감독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어느 네티즌의 댓글처럼 스스로 관리감독시스템을 작동시킬 수밖에. 그것은 시민의 힘으로 이러한 부당함에 끊임없이 맞서는 것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런 기사를 계속 쓸 생각이다. 이것이 부당함에 맞서는 내 나름의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통사들이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유료 부가서비스 의무가입 시키는 사례가 적발돼 통신위에서 시정조치를 받았다. (자료사진)
최근 이통사들이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유료 부가서비스 의무가입 시키는 사례가 적발돼 통신위에서 시정조치를 받았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승훈
"고객님 ○○텔레콤입니다. 이번에 새로운 부가서비스가 나왔는데요. 한 달 동안 무료로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한번 이용해 보시고…."

이동통신사 고객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이런 내용의 텔레마케터 전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마침 필요한 서비스여서 가입한 사람도 있지만 '한 달 무료'라는 말에 별 생각 없이 동의했다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무료서비스 이용 동의' 자체를 이통사에서 일종의 '부가서비스 가입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

이통사에선 이용자가 해지 절차를 따로 밟지 않으면 무료제공 기간이 끝난 뒤 유료서비스로 자동 전환시켜 서비스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요금을 부과했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부가서비스 요금이 청구됐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부가서비스 무단가입, 유료전환' 시정조치

결국 지난해 3월 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사들의 '부가서비스 무단가입 후 요금부과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통3사에게 19억 9천만원의 과징금까지 부과했다.

"이용자 의사에 상관없이 무단으로 특정요금제 및 유료 부가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일정 기간동안 무료제공 후 추가적인 가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무단으로 유료로 전환시켰다"는 것.

시정조치 후 이통사들은 무료기간 종료 시점에서 고객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유료 전환 사실을 미리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당시 피해 고객에 대한 공개적인 환불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용요금 청구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여전히 자신도 모르는 부가서비스 요금을 내는 이용자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막상 피해자들이 이통사에 부당요금 환불을 요구해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본인이 가입에 동의해 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환불해 줄 수는 없다"면서 "다만 본인 동의로 부가서비스에 가입했더라도 서비스 이용 이력이 없을 경우 정상을 참작해 피해를 보상해 주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일부 선의의 피해자를 위한 예외적인 조치일 뿐 무단가입 사실을 인정하고 환불한 것은 아니라는 것.

통신위원회 담당 조사관은 "부가서비스 계약 체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고객의 서비스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요금을 환불해야 한다"면서 "고객 가입 동의 여부뿐 아니라 텔레마케터가 유료 전환 등 이용 조건 등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입증할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이통3사에서 단말기 대금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특정요금제와 유료 부가서비스에 무단 가입시키거나 의무 가입시킨 사실이 밝혀져 통신위에서 또다시 과징금 15억 4천만원을 부과했다. / 김시연 기자

덧붙이는 글 | 휴대전화요금 부당청구와 관련한 피해 사항이 있으면 제 이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함께 개선해 나갑시다. 저는 평범한 시민기자입니다. dkah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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