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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난 듯 합니다만 아래 사진들은 우리가 어릴 때에 자주보던 원두막입니다. 참외밭에서 그냥 톱으로 잘라 나무기둥을 세우고 가로, 세로로 도리를 걸친 다음 서까래를 몇개 갖다 댄 원두막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그 근본은 같습니다.

지붕에 갈대나 짚을 올리면 딱 맞는 집이다 하여 모정(茅亭)이라고도 합니다. 이것은 한옥을 이해하고 보다 쉽게 접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여 올려봅니다.

아래 사진의 그림은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부재만 들어간 것입니다. 보아지라고 되어있는 것은 없어도 상관없는 부재인데 이것을 치장재라고도 하지요.

ⓒ 이재은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관상의 이유가 주(主)된 것이고 굳이 기능을 말하자면 위의 도리 또는 보를 떠받쳐 주는 역할을  할 따름입니다. 도리를 떠받치는 부재로는 장혀(또는 장여)라는 것이 있는데 항상 도리밑에 따라 다니면서 장여에 가해지는 수직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서까래를 받치는 부재는 도리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한 칸짜리 집이라 할 수 있으므로 굳이 보가 있을 필요가 없어 보를 생략한 구조입니다. 기둥의 두께는 가로,세로가 각 5寸(15cm) 씩입니다. 도리는 가로*세로=4치*5치이고 서까래는 3.5치굵기입니다.

기둥을 제외한 모든 부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국산 낙엽송을 썼습니다. 구하기 쉬우면서 값이 싸고 곧은 성질이 있어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만 건조과정에서 잘 틀어지는 습성과 가공시에 잔가시가 많아 목수들을 애먹이는 나무이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기둥은 국산 육송인데 아주 싸게 구입한 것입니다. 한옥에서 '정재'라고 하면 나무의 길이가 9자, 12자 이상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길이에 미치지 못한 놈은 아주 싸게 구입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기둥의 길이는 6자3치의 길이로 190cm 남짓되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서까래를 올려다 보면서 찍은 것인데 서까래의 총 갯수는 16개 입니다. 서까래 가운데 있는 둥근 부재는 찰주(정자 지붕의 가운데 뾰족한 부분) 의 뿌리로써 특별히 정해진 용어는 없고 굳이 말하자면 '뜬동자주'라고나 할까요?  보를 쓰지않고 서꺄래를 고정시키기 위한 편법으로 고안된 것입니다.

ⓒ 이재은
서까래를 덮고 있는 판재는 개판이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대나무나 싸리를 엮어 썼습니다. 이 위에 흙을 얹고 그 위에 기와를 얹으면 되는데 이 모정의 흙의 두께는 약 5~10cm 쯤 될 것입니다. 완성 후에 너무 흙을 얇게 깔았나 우려를 했습니다만 지붕위의 열기가 잘 차단됨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방수시틀를 깔고 난 후의 전체 모습입니다. 기와나 기타 방수가 잘되는 자재를 깔면 굳이 이 방수시트가 필요가 없습니다. 이 구조물이 수명을 다해 자연으로 돌아갈 때 건축폐기물 집하장으로 가야하는 건 바로 이 방수시트뿐이랍니다.

마루는 경제적 이유로 장마루형태로 깔았습니다. 우리의 전통 마루 형식 중에 우물마루라는 것이 있는데 이 공법이 가장 기품이 있는 것으로써 선자서까래와 함께 목수의 실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되는 것입니다. 유명 누각이나 귀한 정자 또는 고급 주택에는 모두 이 우물마루를 까는게 정석입니다. 마루 밑에 동바리라고 불리는 것이 보이는데 마루판을 고정시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주춧돌은 주름관을 거푸집으로 하고서 시멘트로 만든 것인데 원칙적으로는 자연석으로 써야합니다. 그렝이뜨기를 하여야(기둥이 자연석의 요철부분에 고착되도록 기둥 밑부분을 파는 일) 기둥이 흔들릴 염려가 없고 또한 외관상 보기도 좋으면서 친환경적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이재은
완성된 후의 모습입니다. 가로*세로가 8.5척(尺)*8.5척(尺)짜리 원두막(모정)인데  약 2평 남짓한 크기입니다. 한 칸짜리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앞뒤 또는 양 옆으로 한 칸, 두 칸,... 늘려가면 바로 우리의 전통 방식의 한옥이 되는 것입니다.  

도리가 8각으로 보이는 것은 상체와 하체를 보다 더 확고하게 고정하기 위하여 도리와 도리사이를 삼각형으로 잡아주는 장치인데 보라는 기본 부재를 생략한데서 오는 보완장치에 불과합니다. 지붕의 마감재는 코이어넷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도로공사 때 절개지 부분의 토사유출을 방지하기위해 또는 조경용으로 쓰는 천연섬유로 짠 것입니다. 옛날과 달리 짚으로 이엉을 잇는 것도 쉽지가 않아 초가집처럼 연출하기위해 편법을 쓴 것으로 멀리서 보면 그럴 듯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원두막이나 초가집과 같은 옛날의 구조물을 보면 지나가다가도 정겨운 마음으로 한번 쯤은 더 쳐다보게 되고 어릴적의 고향을 생각하며 향수에 젖어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 방방곡곡에 이상한 모양의 정자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파고라". 이것을 보면 외관도 외관이거니와 이들의 부재는 거의 전부가 방부처리된 외국산 수입목이어서 인체에는 물론 외화낭비에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외관이 정겹고 나무토막 몇 개만 있으면 손쉽게 제작이 가능하고 또 외화낭비를 않해도 되는 이런 우리 고유의 순수한 구조물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재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cafe.daum.net/trajob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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