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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에 말 걸기' 프로그램. 생리대에 간단한 글과 그림을 적어 행사장에 내거는 월경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이다.
'생리대에 말 걸기' 프로그램. 생리대에 간단한 글과 그림을 적어 행사장에 내거는 월경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이다. ⓒ 우먼타임스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해 얼마나 말하고 사는가. 여성의 몸은 남성의 시각으로 재단되고, 성공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여성의 몸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정작 여성 스스로 여성의 몸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쌈지길과 홍대앞 클럽 등에서 진행되는 제8회 월경페스티벌 '자화자찬'은 여성 스스로 여성의 몸을 이야기하는 축제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이 지닌 아름다움을 자화자찬하며 내 몸을 긍정하는 것에서 여성의 행복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몸을 긍정할 수 있을까.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터.

생리대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빨랫줄에 널면서 엄마와 딸이 생리의 축복에 대해 대화하는 '생리대에 말 걸기', 연인들이 서로의 몸을 얼마나 알고 사랑해주고 있는지 측정하는 '나의 내 몸 사랑지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감대에 스티커를 붙여보는 '반갑다, 성감대야!',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부끄러워하는 여성들을 독려하는 '당신의 자궁은 안녕하십니까!' 등 여성의 성에 대한 건강한 접근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많다.

축제 참가자 중엔 더러 당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자화자찬'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주원(한국외대 4)씨는 "여자들이 이런 주제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좀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여성의 몸을 긍정하고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신명을 쏟아 붓는 '오, 자매여 어디 있는가'라는 콘서트도 준비되어 있다. 여성주의 밴드들과 퍼포먼스 그룹, 연극팀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젊은 꾼들이 모여 여성의 몸을 노래하는 마당을 마련한다.

16일 홍대앞 클럽 '빵'에서 열린 '파자마 파티'에선 시와, 정민아, 경이 등이 노래했고, 23일 롤링홀에서 열리는 '노브라 파티'에선 안혜경, 지현, 미스티블루 등이 공연한다.

여성전용 파티 '칠거지락'

ⓒ 우먼타임스
남 눈치 보지 않고 춤추고 노래하며 일상의 무게를 덜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22일 서울 선유도공원 물놀이터에서 열리는 여성전용 파티, 피도 눈물도 없는 밤 '칠거지락'이 바로 그것. 성폭력 등의 범죄로 밤만 되면 움츠러드는 여성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안겨주는 축제다.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등 여성주의 문화축제를 기획해온 (사)문화미래 이프가 주최하는 '칠거지락'은 '더 아래로! 더 뜨겁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소외받는 여성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축제 형식으로 풀어내겠다는 것.

'칠거지락(七居之樂)'은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七去之惡)이 아니라, 여성이 평화롭게 밤의 해방구를 맞이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뜻한다.

자연과 함께 오감을 충족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아가 타인의 상처와 기쁨에 공감하겠다는 것이 이 축제의 기획 의도.

쫀득한 맛을 내는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자신의 감정과 삶에 솔직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욕 테라피티, 여성의 분노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상황극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무대 위에서는 물론 관객들 틈에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공연 '아일랜드 시티', 별빛 가득한 야외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 퍼포먼스 'VJ 영신의 환타지움' 등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

'칠거지락'은 축제 기간 동안 여성전용 콜택시 제도 마련을 위한 서명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교통수단인 택시가 언제 어디서 범죄의 수단이 될지도 모르는 현실을 반영한 서명운동. 여성의 밤이 행복해지면 세상도 조금 더 살 맛 나는 곳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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