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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막된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 미술축제 '2006 광주비엔날레'가 개막 첫 주말 2만 2000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11월 11일까지 광주시 중외공원 문화예술벨트 일원에서 진행되는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는 '열풍변주곡'. 현대 아시아의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전 세계 32개국 85개 팀 127명의 작가 중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여성 작가는 20여 명에 이른다. 사진, 영상, 설치작업뿐 아니라 설문작업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담아낸 이들 작품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동화와 신화, 성매매 여성까지 폭넓은 주제를 통해 여성 정체성과 인권 문제를 이야기한다.

야나기 미와의 '동화 이야기'
야나기 미와의 '동화 이야기' ⓒ 여성신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제1 전시실에 소개된 일본 작가 야나기 미와의 흑백사진 '동화 시리즈'. '엘리베이터 걸' '나의 할머니들' '나의 손녀들' 등 남성 중심 사회에서 보이는 정형화된 여성에 대한 발언을 계속해 왔던 작가는 이번 출품작에서 동화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 속에 파묻힌 여성성을 표현한다.

싱가포르 출생의 수잔 빅터는 동북아시아 식민주의 문화의 파괴성, 섹슈얼리티, 욕망, 비참함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출품작 '화려한 술책의 윤곽'은 투명한 아크릴 튜브로 만들어진 가림막 안쪽에 설치된 화려한 샹들리에가 원추를 그리며 진자운동을 한다. 공중감옥에 갇힌 듯한 화려한 불빛이 억눌려진 욕망과 비참한 현실을 상징한다.

제2 전시실에 들어서면 입구에 터널처럼 마주한 두 벽을 장식한 검은 선의 물결이 눈길을 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곽선경의 '언타잉 스페이스'. 전시장 바닥이나 벽면에 검정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전시공간을 생명력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라틴아메리카인의 인권문제에 대한 작품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수잔 메이슬라스는 이번에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쿠르디스탄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쿠르드 족의 나라 '쿠르디스탄'을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글로 강대국의 이권 다툼 속에서 나라를 잃은 약소민족의 인권을 이야기한다.

제니퍼 티의 ‘사랑, 달콤한 낮잠(펼쳐진)(가리워진)부채’
제니퍼 티의 ‘사랑, 달콤한 낮잠(펼쳐진)(가리워진)부채’ ⓒ 여성신문
네덜란드 출신 작가 제니퍼 티의 '사랑, 달콤한 낮잠(펼쳐진)(가리워진) 부채'는 네온이나 광택 나는 천 등 서양식 재료로 만든 부채를 이용한 설치작업이다. 네덜란드와 중국 혼혈인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동서양의 문화적 양면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사용해 사적인 기억과 역사가 결합된 독특한 작업을 선보인다.

송상희는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를 소재로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역사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비판적인 페미니즘 작업에 주력해왔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암스테르담에서 제작한 '달맞이 꽃'은 성매매 여성들이 쓴 시들을 특수 제작한 램프에 부착해 그림자로 보이게 하는 작업. 이를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그들'이라고 타자화하는 성매매 여성들도 시를 짓는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개별적인 존재임을 일깨우려 한다.

바나나를 소재로 한 함경아의 영상설치작업 '허니 바나나'는 한국, 필리핀, 독일 등의 현지 촬영과 인터뷰로 구성된 작품. 한국에서 70∼80년대까지만 해도 고가의 맛보기 힘든 과일이었으나 현재는 어디서나 싸게 구할 수 있는 '바나나'에 얽힌 세계 각국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국제무역 환경의 현실 속에서 겪는 상대적 상실감을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작가 모니카 본비치니는 남성적 권력이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권력화 등 숨겨진 권력구조를 풍자와 유머로 꼬집는다. '당신의 거친 손을 아내나 여자친구가 어떻게 생각하나요'는 광주, 상하이, 도쿄의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통해 건축, 커뮤니티, 성, 세계화와 이주에 대한 이슈를 다룬다.

광주비엔날레 ‘대중 속으로’
관객 참여 프로그램 대폭 늘어


2006 광주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된 점이다. 그동안 비엔날레가 일부 미술 애호가만을 위한 전시회로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제3섹터-시민프로그램: 140만의 불꽃’이란 별도 섹션 아래 야외 공연인 ‘빛카페·빛가든’, 작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열린 아트마켓’, 작가와 함께하는 미술교육 프로그램 ‘미술놀이터’ 등이 마련된다. 특히 아마추어 시민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광주별곡’에선 76명의 광주 시민이 광주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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