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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 억새길
정상부 억새길 ⓒ 박민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왠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막상 어디든 떠날려고 하다가도 어디로, 어떻게, 누구랑? 등 정말 고민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다행히도 그 떠나고픈 방법이 매달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있으니 회사동료들과 매달 한 차례 모여 전국 유명산 산행을 하는 산악동우회가 그것이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산행을 계획하는데 산행지는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소재하고 있는 오서산(791m) 억새산행으로 가기로 했다. 이곳 오서산을 찾게 된 계기는 올여름 휴가 때 대천해수욕장으로 피서를 떠났던 산악동우회 회장인 김선주(46)씨가 서해안의 낮고 평평한 산들에 비해 유독 높게 솟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이곳 오서산을 눈여겨보고 다음 산행지로 염두에 뒀다고 한다.

결국 산악동우회 집행부의 사전답사를 통해 억새와 서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곳임을 경험하고 산행지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740봉에서 바라본 서해바다(안면도,천수만)
740봉에서 바라본 서해바다(안면도,천수만) ⓒ 박민삼
이른 아침 7시까지 모이기로 한 일행은 지각한 몇몇 사람을 급히 태우고 7시20분에 회사 본사를 서둘러 출발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을 떠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1시간 20여 분을 달리자 서해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행담도휴게소에 도착해 간단한 요기를 했다. 다시 고속국도를 50여 분 달려 광천나들목을 빠져나와 광천읍을 경유해 10여 분 달리자 조그마한 마을이 보이며 아담한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정암사 방면으로 시작되는 등산로 초입인 상담마을주차장이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이곳은 주변 곳곳에 고추, 생강, 땅콩 등 다양한 밭작물들이 청명한 가을햇살에 마지막 가을걷이를 앞두고 토실토실 여물고 있었다. 지나가는 농부들의 순박한 웃음소리도 더없이 풍성하게 들린다.

풋풋한 맑은 공기에 긴 호흡 한 번 길게 내쉬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정암사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산책로나 다름없는 평범한 오솔길을 걷는 듯했다. 오솔길을 걷는 숲길 사이에는 어릴 적 많이 따먹던 으름 열매가 조그마한 바나나모양을 하고서 높은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개인 산행이었다면 나뭇가지에 올라 으름 열매를 따서 가져갔을 것이다. 아쉬움을 눈요기로 달래며 정암사를 향해 더딘 걸음을 재촉했다.

30여 분을 걷다가 정암사 바로 아래 약수터에서 일행은 잠시 숨을 고르며 뒤처진 일행들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일행들이 도착하자 정상까지 필요한 식수를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한다.

정암사 범종각
정암사 범종각 ⓒ 박민삼
가파른 산등성 아래에 위치한 정암사. 백제 무왕 때 무렴국사와 고려 때 대운국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전하는 이곳은 절이라기보다는 몇 채의 조그마한 암자처럼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 입구의 범종각이 이곳이 그래도 절이라는 곳임을 위풍당당하게 알리고 있을 뿐이다.

이곳 정암사부터 본격적인 가파른 산행길이 시작되는데, 곳곳에 나무계단이 설치되 있어 올라가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치의 여유를 두지 않는 가파른 오름길에 초가을의 선선하고 제법 차가운 바람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잔돌과 잔바위로 인해 힘겨운 오르막을 얼마나 올라갔을까…, 비탈진 등산로 한쪽 구석으로 뻥 뚫린 조그마한 바위전망대가 지친 일행을 반긴다. 이 조그마한 전망대에선 서해바다의 안면도와 천수만이 눈앞에 또렷이 보이고, 거칠고 선선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눈을 감으니 천국의 내음이며, 다시 눈을 뜨니 끝없는 천상의 물결이다.

잠시나마 전망에 취해 지체하니 협소한 장소 때문에 올라오는 산객들의 정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서둘러 자리를 내어주고 일행은 740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에서 바라본 억새능선
정상에서 바라본 억새능선 ⓒ 박민삼
두 번째 바위전망대를 지나 740봉 아래 널찍한 안부사거리에 도착하자 시간은 낮12시를 10여 분 남겨놓고 있었다. 이 시간대로라면 오후 1시 이전에는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 겨울 산행은 휴식시간이 길면 길수록 차가운 바람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20분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에 따라 잠깐의 숨 고르기를 하고 바로 740봉을 오른다.

이곳 바위봉의 오름길은 아기자기한 암릉이 곳곳에 있어 그동안 올라왔던 길과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오름길 중간 중간 뒤돌아 보는 서해바다 전경은 정말 일품이다. 아마 오서산 산행 중 전망이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사방조망을 충분히 즐긴 뒤 억새의 갈빛 물결로 들어간다.

정상에서 바라본 청소면 성연리(성연저수지)
정상에서 바라본 청소면 성연리(성연저수지) ⓒ 박민삼
억새에 푹빠진 여심(女心)
억새에 푹빠진 여심(女心) ⓒ 박민삼
이곳 740봉에서부터 억새군락이 시작되는 정상부 능선길은 800m에 가까운 거대한 산등성에 시골길의 소박한 오솔길을 걷는 이색적인 감동이 있는 곳이다. 아직은 초가을인지 억새의 제 색깔을 숨기고 있어 갈색 물결을 충분히 느끼진 못하지만 10월 초·중순엔 아름다운 억새의 향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서산 정상
오서산 정상 ⓒ 박민삼
정상능선길은 나무가 없는 억새길이라 따가운 가을 햇살이 유난히 강렬하다. 눈이 부시도록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10여 분 걸으니 오서정 정자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려 했으나 미리 올라온 수많은 산객으로 인해 여의치 않아 중식을 할 수 있는 넓은 공터로 바로 이동했다.

정상 가는 길 바로 못미처 조그마한 나무가 우거져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펴고 먼저 도착한 일행이 늦은 중식을 먹는다. 뒤처진 일행을 기다리다 보니 그늘진 이곳이 이젠 한기가 들 정도로 춥게 느껴진다. 배낭에 미리 준비해 간 여벌의 방풍의를 입고서야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양지와 음지의 기온 차가 상당하다.

정상에서...동우회 가족들
정상에서...동우회 가족들 ⓒ 박민삼
중식을 끝내고 10여 분 가다 도착하는 정상에서 마지막 억새의 갈색 여운을 즐긴 뒤 일행은 남릉을 타고 청소면 성연리 청연마을로 하산했다.

하산시 만난 수천평의 밤나무군락에서 가을빛으로 알차게 여문 밤을 배낭에 가득히 담고 오는 풍성함도 즐겼다.

가을빛으로 알차게 여문 밤
가을빛으로 알차게 여문 밤 ⓒ 박민삼
이곳 충남 홍성군 광천읍 일대는 광천새우젓과 광천김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광천새우젓은 매년 2500톤이 이곳 오서산 줄기 깊숙한 토굴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근처 대천해수욕장, 안면도, 천수만 등도 접할 수 있어 여행을 겸한 가족산행으로도 적극 추천할만한 곳이다.

사내(社內) 산악동우회  "상진산악회" 회원과 가족들
사내(社內) 산악동우회 "상진산악회" 회원과 가족들 ⓒ 박민삼

덧붙이는 글 | 이번 산행을 위해 많은 준비와 봉사를 마다 하지 않은 김선주 회장님,노영호 총무님, 그리고 근무에 바쁜 와중에도 산악회집행부를 열심히 꾸려오고 계시는 장인달, 김광근, 이수철, 전재춘, 이종길님께도 항상 고마움을 표합니다. 서해 바다가 보이는 억새산행, 오서산, 님들과 함께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박민삼 기자는 사내(社內)산악회 모임인 다음카페"상진산악회"운영자입니다.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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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그 길을 찾고...기록으로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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