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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를 안고있는 타샤튜터. 그녀의 큰손과 옷차림에서 수수함과 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코지를 안고있는 타샤튜터. 그녀의 큰손과 옷차림에서 수수함과 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 윌북
혹시 타샤 튜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지. 동화 <비밀의 화원>과 <세라 이야기>의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로 유명한 타샤 튜터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 중 한명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보다도 그녀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더욱 유명하다. 미국 버몬트주의 한 시골에서 30만평의 대지에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는 타샤 튜터는 19세기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기인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여기에는 그녀만의 남다른 삶의 철학이 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터>는 그녀의 이러한 삶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는 자전적 에세이다. 19세기 생활방식을 좋아했던 타샤튜터는 나무로 만든 집을 짓고 넓은 정원을 가꾸며 19세기 삶의 방식으로 사는 삶을 어려서부터 동경해왔다.

그리하여 그녀의 나이 서른살부터 그녀는 현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한 채 밤이면 양초를 켜고, 19세기 드레스를 입고 물레를 지어 옷감을 만들며 장작 지피는 스토브에 직접 불을 때어 음식을 조리하는 삶을 계속 이어왔다.

그녀의 이러한 삶은 세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낼 만 하다. 30만평이나 되는 대지를 장식한 많은 화초를 가꾸는 일과나 밤이면 부엌 한 구석에서 양초를 켠 채 그림을 그린다든지 물을 길어나른다든지, 인형극에 쓸 인형들을 만드는 그녀의 하루하루는 끊임없는 노동의 연속인 셈이다.

어릴 적부터 동경해 온 19세기의 삶

그녀의 이러한 삶이 우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단지 그녀가 19세기의 삶을 살고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한 시도 쉬지않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녀의 삶 자체에 있다할 것이다.

오죽하면 이 책의 부제도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영혼'이라 표현했을까. 전 세계 독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그녀의 그림도 바로 이러한 삶을 그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부지런하고 근면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글 한 대목.

"물레질, 뜨개질, 직조를 하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자급자족하고 싶고, 내가 쓰는 물건을 어떻게 만드는지 익히고 싶다. 웹스터에서는 양모도 직접 만드느라, 암양 여섯 마리와 멋들어진 숫양 한 마리를 키웠다.…물레질을 하노라면 그리도 마음이 편하다. 물레 도는 소리가 위안을 준다."(153쪽)

현대문명이 가장 많이 발달한 미국에서 반백의 호호 할머니가 코지(양치기 사냥개)와 양, 앵무새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가금류와 한몸이 되어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읽을수록 새롭고 신선하다. 타샤 튜터에 관한 많은 책이 있지만 그녀가 직접 쓴 것으로는 이 책이 유일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숨결과 체온이 가장 많이 배어있는 듯 하다.

소박하고 단순하고 즐겁게 살자는 그녀 삶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 있는 문체도 간결하며 쉽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맞아, 이렇게 살아야하는데…'라는 생각에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물론 그녀처럼 꼭 정원을 가꾸고 옛날 물건을 사용하며 양의 젖을 짜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녀 말대로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시간과 달빛을 느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꽃 한송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며 감상할 수 있는 마음 한 조각이 있으면 된다.

"요즘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산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90쪽)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꿈같은 소리일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그녀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도 바로 이러한 소박한 삶으로부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싶다.

풀벌레소리도 점차 깊어가고 달빛도 한결 그윽해지는 요즈음, 자칫 잊고 지내기 쉬운 여유를 한번 음미해보는 것도 우리 삶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사람, 타샤 튜터/ 타샤 튜터 지음, 공경희 옮김/ 도서출판 윌북/9,800원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윌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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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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