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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토요일, 아내는 출근하고 아들하고 단둘이 집에 있습니다. 집안에만 있자니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민아, 학교 운동장에 나갈까?"

텔레비전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이 금방 따라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던진 말이었는데, 아들은 의외로 차분합니다.

"<밥 아저씨> 다 보고…."

<밥 아저씨>가 끝날 때까지 저는 책을 뒤척거립니다. 지난 한 주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 탓인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빠, <밥 아저씨> 끝났어."
"그래, 그럼 가자."

자리에서 일어서는 저에게 아들이 말합니다.

"정리하고 가야지…."

아들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며 책을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불을 개라고 합니다. 아내가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토요일이면 아들과 저는 늦잠을 잡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방바닥에는 아직 이불이 그대로 있습니다.

아들의 재촉을 받고서야 이불을 정리합니다. 베개는 아들이 들어다 줍니다. 이불을 정리하고 나니 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집에 머리카락이 너무 많다."

평소 아내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청소기를 가리키는 아들의 손을 따라 저는 청소기를 집어들었습니다. 제가 집안청소를 하는 사이 아들은 아빠의 책상을 정리해 줍니다. 아빠의 책상을 정리하는 동안 아들은 줄곧 밥 아저씨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청소를 마치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막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는데 아들이 말합니다.

"로봇 안 가져왔다."
"오늘은 로봇 없이 그냥 놀자."
"싫어."

로봇을 좋아하는 아들은 꼭 로봇이 있어야 한다고 고집합니다. 아들의 뜻을 꺾지 못해서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5층까지 걸어 올라와서 로봇을 가지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아들은 제일 먼저 시소를 타러 갑니다. 가지고 나온 로봇 장난감을 뒤에 앉히고 시소에 앉습니다.

▲ 집에서 가지고 나온 로봇을 뒤에 앉히고 시소를 타는 강민이
ⓒ 홍용석
저는 시소의 반대쪽에 앉습니다. 아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응, 열 번…."

오늘은 시소를 열 번을 타겠다는 말입니다.

▲ 열번 중 다섯번을 탔다고 말해주는 강민이
ⓒ 홍용석
시소를 타고나면 미끄럼틀을 탑니다. 요 며칠 계속 비가 내려서 미끄럼틀에 녹이 슬었습니다. 아들의 바지는 빨간 녹물로 얼룩이 지고 말았습니다.

▲ 마끄럼틀의 녹이 묻어 빨개진 강민이 바지
ⓒ 홍용석
아들이 신나게 노는 사이에 저는 시원한 가을바람을 쐬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깁니다. 문득 제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습니다. 운동장 바닥에 뭔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 학교 운동장에 그려진 '사방치기' 그림
ⓒ 홍용석
어린 시절 또래들과 자주 하던 놀이였습니다.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사방치기'였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사방치기(?) 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요즘처럼 놀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절 시골에서는 학교가 끝나면 거의 매일 또래 아이들이 모여서 사방치기를 했습니다. 사방치기 하다 지치면 땅따먹기를 하고 땅따먹기도 지루해지면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밤이 늦도록 술래잡기를 하다가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어도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아서 다음날도 또 밤늦도록 술래잡기를 했던 기억. 많은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로부터 약 30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제 40대가 되었으니 자기가 있는 곳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감당하고 있겠지요.

아들이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흘끔 쳐다보니 아들은 놀러 나온 또래 여자아이와 놀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달리 사교성이 좋은 아들은 아무하고나 금방 친해집니다. 저는 그런 아들이 좋습니다.

▲ 그 새 또래아이와 친해진 강민이
ⓒ 홍용석
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민이도 30년 후에는 아들의 손을 잡고 학교 운동장에 와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겠지…. 그때 강민이는 어떤 추억을 떠올릴까? 아빠와 손잡고 운동장에서 놀던 일을 추억할 수 있을까? 아니 추억해 줄까?'

먼 훗날 강민이가 아빠와 놀던 추억을 떠올려 주기를 바라봅니다.

'강민아, 나중에 커서 아빠와 운동장에서 놀던 때를 추억해 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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