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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장희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정지용 님의 '향수'


ⓒ 장희용
신호가 몇 번 바뀌어도 도무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자동차 때문에 짜증이 난다. 겨우겨우 빠져나온 도로에서 벗어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으련만 높디높은 아파트 고층 건물로 바람 길이 막혀 무거운 공기만이 내 주위를 맴돈다.

겨우 햇볕 가릴 만큼 자란 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보아 주위를 둘러본다. 도무지 시선을 둘 곳이 없다. 사방이 온통 회색빛이다. 얼굴이 찡그려진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소리만 애처롭게 들린다.

ⓒ 장희용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본다. 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이 도시라는 곳에는 없다. 다람쥐처럼 요리조리 잽싸게 뛰어다니지만 겨우 반경 10미터도 되지 않는 이 놀이터 안이 전부다. 저 아이들은 이 도시에서 사는 것이 갑갑하지 않을까? 저 아이들은 이 다음에 커서 마음에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

ⓒ 장희용
나는 도시라는 곳이 싫다. 도시라는 곳에서는 별도 볼 수 없다. 시골 여름 밤 앞마당에 쑥을 태워 모기를 쫓고, 멍석 위에 누워 까만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던 그 깨알 같던 밤하늘의 별을 이곳 도시라는 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찌르르르∼' 풀벌레 소리의 아름다운 화음을 이곳 도시라는 곳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밤이 되면 동네가 떠나가라 '개골개골' 울어대던 개구리 소리도 들을 수 없다. '탁탁∼'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보면 불빛을 따라 집 안으로 날아들어 온 풍뎅이며 사슴벌레도 볼 수가 없다.

ⓒ 장희용
나는 도시라는 곳이 싫다. 봄이 되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도 뜯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가을이면 다람쥐와 함께 알밤도 주울 것이다. 겨울이면 소복소복 내린 눈길 위에 내 발자국도 남길 수도 없다.

하지만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곳 도시라는 곳에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는 이곳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시골로 갈 것이다. 그날을 꿈꾸며 나는 버티고 있다.

ⓒ 장희용
나는 도시라는 곳이 싫다.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리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내 안에 생명을 가지고 살아 숨 쉬고 있는 내 고향 시골 풍경을 꺼내어 바라본다. 이것 밖에 할 수 없다.

언제까지 나를 지켜 줄 것만 같았던 내 고향 풍경들. 하지만 시간의 노예가 되어가는 나에게서 자꾸만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15년째 살고 있는 이 도시라는 곳, 나를 매우 지치게 하고 있다.

ⓒ 장희용
나는 도시가 싫다. 도시의 매연이 나는 헉헉거리게 한다. 언젠가 나는 이곳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시골로 갈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지침을 달랠 것이다.

늘 그리운 내 고향.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는 곳 내 고향. 봄 여름 가을 겨울, 내 고향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또 채워 준다.

ⓒ 장희용
검정 고무신 뒤로 젖혀 자동차 놀이하던 어린 시절, 이 산 저 산 온 산을 돌아다니며 산딸기도 따 먹고 토끼도 잡던 내 어린 시설, 밤나무와 노란 고무줄로 새총을 만들어 참새 잡으러 다니던 내 어린 시절.

나는 그 어린 시절, 추억이라는 것을 선물해 준 내 고향 시골로 돌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오늘은 이렇게 내 추억과 사진을 보며 그리움에 나를 맡기지만, 알밤 여물어가는 그리운 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 장희용
그리운 내 고향. 나는 그곳에서 내 아내와 함께 텃밭을 일구며,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가 그리했듯이 내 아들과 딸을 반가이 맞이할 것이다. 손자 녀석들이 오면 조그만 손에 개구리도 보여 주고, 고추도 따고, 참외도 따고, 냇가에서 물고기도 잡아 줄 것이다.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가 그리했듯이 내 아들과 딸이 오면 방금 텃밭에서 딴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 멍석 깔린 마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밤하늘 별을 보며 옥수수 하모니카도 불어 줄 것이다.

ⓒ 장희용
그리운 내 고향.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덧붙이는 글 | 이따금씩 이 도시가 너무 싫어 아무 생각 말고 무작정 시골 내 고향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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