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가 29일 오전 평택본사 대회의실에서 임단협 협상(27차)을 재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우성
잠정합의→부결→협상결렬→재협상→합의→타결
30일 쌍용자동차 파업사태가 노사간 극적 합의로 타결됐다. 지난 16일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지 15일만이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1시간여동안 올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5320명 가운데 4867명이 투표에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2842명(58.39%)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조 규약상 노사협상안이 가결되려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 이상 참석해 찬성표가 절반이 넘으면 된다.
이날 노조가 노사간 잠정협상안을 가결시킴으로써, 한때 장기파업으로 치달았던 쌍용차 파업사태가 해결국면을 맞게 됐다. 조합원 등은 내일(31일) 하루 쉬고, 오는 9월1일부터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
오전 협상 결렬, 오후 긴급회의, 저녁 협상 타결
숨가쁜 하루였다. 경기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본사는 하루종일 긴장감이 나돌았다. 현 노조 집행부 임기 만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고, 1차 잠정합의안도 조합원들에 의해 한차례 거부당한 상태였다. 이날 아침부터 협상장에 마주앉은 노사간 교섭은 평행선을 달렸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28차 교섭에서 노사는 '생산라인 인력재배치'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오전 11시 30분께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인력 배치과정에서 노조와의 '합의'를 요구했고, 회사는 '협의' 이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 관계자는 "사측 주장대로라면, 노동 강도나 작업 환경 등에 따라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인력 운영과정에서 노조와의 합의를 요구했지만 회사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회사 쪽에선 정리해고 철회 등을 양보한 상태에서 인력재배치 문제까지 노조에게 밀릴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5일 잠정합의안을 토대로 협상에 나섰지만, 회사쪽의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500여명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해서 노조와 협의는 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현재와 같이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노조는 긴급 대의원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난상토론이 진행됐다. 다음달 1일 새롭게 뽑힐 새 집행부로 교섭권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과 현 진행부에게 다시 협상의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회사 안팎에선 파업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후 5시께 결국 현 집행부는 재협상에 나섰다.
정리해고 막는 대신 '복지 축소' '임금 동결'
▲쌍용차 노조가 30일 임단협 협상 이후 지난 16일부터 경기 평택본사에서 진행해온 '옥쇄파업'을 풀기로 결정하자 조합원들이 짐을 꾸리며 창원·구로 등 각 공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우성
오후 5시 40분께 노사간 새로운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지난 25일 노사합의안을 내용 가운데 일부 항목에서 문구 수정만이 이뤄졌다. 회사는 540여명에 달하는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생산라인의 운영권을 회사쪽에 넘겨준다는 것이다.
노조 쪽이 주장했던 생산라인별 인력 재배치의 노사 '합의'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인력 운영과정에서 노사간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복지 부문도 당초 안대로 이뤄졌다. 그동안 회사가 지원했던 체육대회와 만근자 포상, 장기 근속자 건강검진 등은 내년 말까지 중단된다. 임금동결과 복지부문이 상당히 축소됐다. 대신 회사는 오는 2009년까지 4년동안 신차 개발 등에 1조2000억여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후에 나온 합의안은 지난 25일에 나온 것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면서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노사간 협의를 거칠 것이고, 현재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빨리 극복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노조 한 간부는 "새롭게 수정된 합의안의 경우 일부 문구를 고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려고 했다"면서 "인력재배치 과정에서의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정리해고를 막고 회사 쪽으로부터 매년 3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보장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장 조합원들입장에선 100%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이번 수정안에 대해 60% 가량의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져서 통과됐지만,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이면서, 고용 안정을 위해 힘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임단협 타결로 지난 14일 노조의 전면파업과 16일 '옥쇄파업' 등으로 파국으로 치달았던 쌍용차 사태는 일단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경영 실적 악화와 상하이차로의 기술 유출 논란 등 쌍용차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