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사상 최초로 일본에 수출된 언론 모델인 <오마이뉴스 재팬>이 28일 오전 10시 창간됐다. <오마이뉴스 재팬>은 이날 '창간 선언'을 통해 "오마이뉴스는 일본사회에서 가장 자유로운 미디어, 뉴스를 통한 시민참여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간호에는 일본 각지의 시민기자들이 보내온 기사 20여 편이 실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소프트뱅크(회장 손정의)로부터 투자받은 110억원 가운데 60억원 가량을 자본금으로 일본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 <오마이뉴스 재팬(www.ohmynews.co.jp)>(일본 내 이름은 <오마이뉴스>) 창간을 준비해왔다.
<오마이뉴스 재팬>은 지난달 21일부터 시민기자 모집을 시작, 창간 당일까지 약 1000명의 시민기자를 확보했다. 편집장은 <마이니치 신문> 출신이며 방송 활동으로도 유명한 언론인 도리고에 슌타로(66세)씨. 편집국 기자 10명을 포함, 총 2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도쿄 현지에 주재하면서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을 지휘해온 오연호(43세) <오마이뉴스> 대표는 "<오마이뉴스> 모델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에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슴이 뛴다"면서 "일본의 시민기자들이 창간 전부터 다양한 기사를 보내오는 등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올 연말까지 시민기자 5000명을 모집하고 2년 내에 한국 시민기자와 같은 규모인 4만명을 모집하겠다"면서 "곧 한일시민기자 사이의 상호방문 등 문화교류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들도 관심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은 일본 온-오프라인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창간기념 기자회견에는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산케이> 등 일본의 주요 신문 기자 약 4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방송사들도 <후지TV>가 창간당일 밤 뉴스 프로그램에서 오 대표를 인터뷰 하고, TBS는 약 2달 전부터 창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블로거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 준비 블로그 단계에서부터 오마이뉴스의 방향성을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오마이뉴스 재팬>의 창간은 시민참여저널리즘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세계 언론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일본외신기자클럽은 오는 9월 7일 오 대표와 도리코에 편집장을 초청해 강연회 및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재팬>은 일본의 실정에 맞추기 위해 한국 <오마이뉴스>와는 몇 가지 다른 제도를 채택했다. 주민등록제도가 없는 일본의 실정을 감안, 시민기자 등록 시 실명확인을 위해 은행계좌를 등록하도록 했다.
<오마이뉴스>는 정식기사에 오르지 못한 것을 '생나무'라고 하지만 <오마이뉴스 재팬>은 '뉴스의 씨앗'이라고 명명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눈에 띄어 좋은 뉴스, 큰 뉴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이는 타인의 비판에 상처받기 쉬운 일본인들의 속성을 고려한 것이다.
<오마이뉴스 재팬>은 부득이한 경우 필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반드시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오프라인에서 편집국에 의해 실존 인물임이 증명돼야 한다. 필명 허용은 폭로기사를 쓸 때 실명사용을 꺼려하는 일본 문화를 반영했다.
이렇듯 <오마이뉴스 재팬>의 성공여부는 일본의 실정에 맞는 현지화에 달려있다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인식이다.
오 대표는 "한국에서 2000년 <오마이뉴스>를 창간했을 때는 보수언론 주도의 왜곡된 언론환경을 바꾸기 위해 '열린 진보'라는 편집철학을 분명히 밝혔지만, 일본에서는 일본의 정치사회환경을 고려해 창간사에서 '정치적 중립, 이념적 중립'을 표방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시민기자들이 기본적으로 실명으로 기사를 쓰지만 부득이할 경우 필명을 허용하는 등 일본 실정에 맞게 현지화를 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기자-기사의 글로벌화 본격 시작
한편, 전 세계 100여개국 1300여명의 시민기자가 가입돼 있는 영어판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을 2004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을 계기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쓴 기사들의 '세계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즉 한 기자가 자신의 언어로 쓴 기사를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번역해 글로벌화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글로벌 유통이 가능한 시민기자의 글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 재팬> 창간호에는 한국 시민기자 6명이 쓴 기사가 일본어로 번역돼 실렸다. 또 <오마이뉴스>는 최근 한·일 양국 언어로 취재-보도가 가능한 일본전문가 이병선 기자의 <재팬 워치>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자가 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 재팬>에 동시에 실리게 된다. 말 그대로 '글로벌 기자'의 탄생이다.
<오마이뉴스 재팬>의 창간은 한·일 양국의 인터뷰 대상자들에게는 자신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 재팬>,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중 어느 한 곳에서 한 주요 인터뷰는 서로 번역해 3개 사이트에 동시에 실리게 된다. 8월30일에 공개될 <오마이뉴스 재팬>의 일본 유력 정치인 인터뷰는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도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