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온통 초록이다. 나도 초록빛 나뭇잎이 싱그러운 나무가 된 듯했다.
온통 초록이다. 나도 초록빛 나뭇잎이 싱그러운 나무가 된 듯했다. ⓒ 김연옥

깊고 험난한 한신계곡.
깊고 험난한 한신계곡. ⓒ 김연옥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진다는 한신계곡을 끼고 하는 산행이라 하얀 바위를 타고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한신계곡은 깊고 험난한 계곡으로 물이 몹시 차고 굽이치는 곳이 많다. 옛날 한신이란 사람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평전으로 가다 급류에 휩쓸려 모두 죽게 되어 한신계곡으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이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힘찬 물소리는 이따금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뜨거운 여름날에 들리는 요란한 매미 소리는 왠지 한가한 풍경이 연상되어 정겹다.

ⓒ 김연옥

얼마 후 철제 출렁다리가 나왔다. 몸이 흔들거려 재미있다. 가끔 산죽 길도 걷게 된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나는 좁다란 산죽 길을 좋아한다. 그렇게 1시간을 걸었을까. 가내소폭포의 힘찬 소리가 들려와 갑자기 신이 났다.

가내소폭포.
가내소폭포. ⓒ 김연옥

가내소폭포는 높이가 15m로 50여평의 검푸른 소(沼)를 만들고 있는데 참으로 아름답다. 하늘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듯한 폭포를 보면 내 가슴은 늘 콩닥콩닥 뛴다. 밑바닥으로 추락하는데도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이는 폭포 앞에 서면 황홀하다.

나는 가내소폭포의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땀으로 끈적끈적한 손을 담갔다.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했다.

가내소폭포는 예로부터 영험한 곳이라 하여 날이 가물면 그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를 올린 방법도 참 재미있다. 부녀자들이 홑치마 바람으로 앉아 방망이를 두드려 지리산 산신인 마고할미의 통곡을 유도했다는데, 그 이유는 마고할미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석평전에 가까울수록 가파른 너덜겅이라  힘든 산행이었다.
세석평전에 가까울수록 가파른 너덜겅이라 힘든 산행이었다. ⓒ 김연옥

세석평전을 2km 앞두고 오르는 길은 가파른 너덜겅이다. 무더운 여름 산행인데다 험한 길이라 나는 몹시 힘들었다. 너덜겅과의 지루한 싸움이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가다 쉬기를 되풀이하면서 힘겹게 올라갔다.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 ⓒ 김연옥

오후 2시 20분께 드디어 세석평전에 이르렀다.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하산 시간 때문에 가까이에 있는 영신봉 정상까지 갈 시간은 없었다. 게다가 힘이 빠져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산을 하려면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서 허둥지둥 도시락을 먹었다.

한신계곡.
한신계곡. ⓒ 김연옥

ⓒ 김연옥

나는 정신없이 점심을 먹고 올라왔던 그 길로 다시 하산을 서둘렀다. 이따금 귀여운 다람쥐들과 마주쳤다. 디카로 찍으려고 다가가면 쪼르르 달아났다.

눈에 익은 바위와 나무들을 지나며 걸음을 재촉했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가 바쁜 내 마음을 끌어당겨도 눈길만 살짝 줄 수밖에 없었다.

하산 시간은 2시간 30분 남짓 걸렸다. 영신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 이용)→대전(대진고속도로 이용)→함양분기점→88고속도로 광주방향 진입, 함양I.C→(약 15분 후) 지리산 I.C→인월→마천(60번 지방도)→백무동(1023지방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