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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귀애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다거나 가장 큰 현안을 자녀교육으로 두고 있는 한인 동포들이 많다. 그리고 수많은 우리의 자녀가 공부 열심히 해서, 좋다고 인정받는 대학교에 들어감으로써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다른 유혹을 물리치고 꾹 참고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사회적 위치를 갖기를 원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잘 되라고 하는 마음에서 바라는 바이지만 자녀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10대가 되면서 자녀는 부모가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고 만족하지 않는 것에 속상해 하고, 성적 외에도 친구들과의 문제 등 더 중요한 문제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을 부모가 몰라주는 것에 대해 반항하고 점차 거리를 두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녀 양측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으므로 생기는 문제들이다.

<코넷>에서는 DFW지역의 한 교회에 다니는 일단의 십대들에게 가정이나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6명의 아이 대부분이 학교나 친구들과의 문제보다는 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답을 했다.

그들의 생각을 들은 것이 ‘부모 되기’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뒷부분에 덧붙인 3명의 미국, 히스패닉 십대들의 생각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와는 다른 다양한 목소리로 들어보았다.

-언제 스트레스를 받나?

장준석(17세, 12학년) :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카센터에서 회계를 보고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수업 끝난 후 저녁 문 닫을 때까지, 주말이나 방학 때에는 풀타임으로 일한다. 특별한 것은 아니나 보통 사람들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처럼 일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적에 관해서는 부모님이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나도 낙제하지 않고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이든(15세, 10학년) : 엄마는 내가 전부 A 성적을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내가 A만을 받을 만큼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A, B 성적을 받으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되고, 좋은 성적 내기는 더 어렵다.
엄마의 높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이 일종의 스트레스다. 그리고 부모님이 저녁까지 일하시는 동안 2살짜리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것도 어떤 때는 짜증나기도 한다.

엄마가 “우리는 옛날에 이렇게 했고 저렇게 했었는데” 하며 비교하는 게 싫다.
또 내 나름대로는 노력해서 나온 성적을 보고 “딴 애들은 잘하는데 너는 성적이 왜 그러니”라고 비교하면 그냥 “whatever”라고 하고 만다. 엄마는 잔소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한테는 잔소리로 느껴진다. 거꾸로 엄마가 저녁 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할 때 “다른 친구 엄마는 이렇게 한다는데 엄마는 왜 못하게 하느냐”고 말하면 엄마는 “다른 엄마와 왜 비교하느냐”고 야단을 치신다.

이샤론(14세, 9학년) : 아버지가 목사라고 해서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행동을 해도 “목사님 딸이 왜 그러느냐”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 좋지만 어떤 때는 가기 싫을 때도 있는데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한다. 부모님께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보지는 않았다. 부모님과 매일 가정예배 후 대화를 나누지만 고민이 있을 때는 주로 친구들과 얘기를 한다. 친구들은 거의 한국 아이들이다.

신충만(15세, 9학년) : 공부하기 싫은데 자꾸 공부 많이 하라고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A와 B 성적을 받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은 내가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해서 모두 A만을 받기 바란다. 그리고 늘 다른 애들보다 잘해야 한다고 한다.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화를 내신다.

이런 문제로 엄마하고 싸울 때는 “게임 있는 것 다 지워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신다. 하지만, 싸우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금방 풀린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차이니즈”라고 하고, 눈이 이상하게 생겼다는 등 겉모습을 보고 말하는 것이 싫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임지혁(16세, 11학년) : 엄마는 자꾸 공부만 하라고 해서 매일 싸운다. 나는 할리우드의 스타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부모님께는 반대하실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혼자 독립해서 꿈을 이뤄보고 싶다.

이승택(16세, 11학년) : 한국에서 온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 영어가 힘들다. 엄마는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영어가 안되냐?”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영어를 듣는 것은 괜찮은데 아직 문법실력이 달려서 말하는 것은 좀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힘들다. 미국에 온 것이 다 잘되자고 한 것 같은데 부모님도 힘들어하시고 나도 너무 힘이 든다. 하지만, 부모님 앞에서 힘든 내색은 하지 않는다.

-술이나 담배, 마약에 대한 생각은?

장준선(17세, 12학년) : 친구들이 해서 모두 해봤었다. 부모님이 아셨고 화를 냈지만 내가 그만 둘 것을 믿어주셨고, 내게 어떻게 뭘 어떻게 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경험해본 후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끊었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서 시작하지만 중독에 이르기까지에는 스트레스가 많이 작용한다고 본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 아이들이 그걸 풀기 위해서 마리화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신충만(15세, 9학년) :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해본 적이 없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만약 하게 되면 아마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해 보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임지혁(16세, 11학년) : 해본 적이 있다. 부모님이 아셨지만 한번쯤은 경험이니 괜찮다고 하셨다. 가끔 하고 싶기는 하지만 안하는 게 좋은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참는다.

이승택(16세, 11학년) : 가끔 힘들거나 스트레스 쌓일 때 친구들과 술을 먹을 때가 있다.

-장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장준석(17세, 12학년) :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집 가까이에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를 2년 동안 다니다가 역시 집 가까이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한 후 비즈니스를 전공하려고 한다. 아버지 비즈니스를 이어 받으려고 하지만 나의 미래를 위해서 대학 공부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최이든(15세, 10학년) : 전에는 플룻을 전공하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통역 관련된 학과를 생각하고 있다. 영어 이외에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해서 3개 국어를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음악 전공 보다는 그게 낫겠다고 찬성을 하셨다.

신충만(15세, 9학년) : 예일대학이 목표다. 가고 싶은 곳이 계속 바뀌긴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을 해보겠다.

임지혁(16세, 11학년) : 부모님이 물어보시면 의사라고 대답을 한다. 의사가 되고 싶지도 않고 성적도 안 되지만 그렇게 얘기를 하면 부모님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냥 그렇게 얘기한다. 마음속으로는 꼭 할리우드에 가서 성공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승택(16세, 11학년) : 영어하기에도 바빠서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한국에서는 육군사관학교나 공군사관학교에 가고 싶었다.

-부모의 강요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샤론(14세, 9학년) : 부모들이 푸시를 하면 그 반대로 가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맘대로 하게 되면 커서 후회할 수도 있다. 부모님이 적정선을 제시해줘야 한다.

신충만(15세, 9학년) : 지나치게 푸시하면 오히려 반항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 무엇이 좋고 나쁜지 모르니까 적당하게 잘 지도해줘야 한다.

최이든(15세, 10학년) : 푸시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쌓여 더 못하게 된다. 자녀를 믿어주고 할 수 있는 만큼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임지혁(16세, 11학년) : 나하고 어울리는 친구들을 나쁘게 평가해서 “어떤 친구들하고는 놀지 마라”하는 식으로 말을 하면 거꾸로 부모가 모르게 숨어서 하게 된다. 부모가 보기에는 나쁜 친구지만 부모의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장준선(17세, 12학년) : 부모님이 자식을 이 세상에 내놓은 후에는 자녀가 자신의 삶을 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이 세상을 살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나쁜 짓을 할 때 혼을 내는 것보다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는 것이 좋다. 언제나 자녀를 위해 부모의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녀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들어주는 것이 좋다. “나는 벌써 거기에 다 가봤으니까 다 안다”라는 말은 옳지 않다. 부모가 푸시하고 혼을 내서 혹시 겉으로는 변할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만큼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힐러리 홀튼(15세, 10학년) :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이다. 남자친구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싸우고 있는 것이 스트레스로 쌓이고 있다. 그리고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아 걱정이다. 건강에도 좋고 살이 안 찌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 안된다.

부모님은 내가 무남독녀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은 거의 다 해주신다. 내가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도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시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남자친구, 부모님을 동시에 배려하고 싶지만 그럴 때 내 마음이 같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부모님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없다.

테일러 에반스(15세, 10학년) :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데 사이가 좋지 않고 집에서 숙제나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환경이 나에게는 맞지 않아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이 하기 힘들다. 개학하면 학교 공부와 집에서 아버지와 사는 것을 동시에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르네 에르난데스(17세, 11학년) : 별다르게 고민하는 것은 없지만 학교에서 공부에 집중이 안된다. 학점이 부족해서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빨리 졸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반대로 고등학교 졸업 후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다. 왜냐하면, 독립적으로 무엇을 해본 경험이 없고, 특별한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잔소리를 하시지는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한인 주간신문 <코넷>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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