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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능선에 가냘프게 핀 '두메양귀비'꽃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천지 능선에 가냘프게 핀 '두메양귀비'꽃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 서종규
옛날 두메 산골에 서로 아끼고 사랑하여 아주 화목하고 우애가 깊은 가족이 있었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염라대왕이 그 가족을 시험을 하려고 죽음의 사자를 보내어 그 가족 중 한 명에게 저승으로 오라는 호출장을 전해 주라고 하였답니다.

호출장을 받은 시아버지는 자신은 늙어서 적임자라고 떠날 채비를 하였는데, 시어머니는 자기가 죽겠다고 호출장을 빼앗아 들었고, 이어서 며느리가 호출장을 빼앗고, 며느리의 말을 들은 아들이 빼앗아 들었고, 최종적으로 처녀인 시누이가 호출장을 빼앗았답니다.

염라대왕은 아직 젊은 처녀가 죽음의 사자를 따라와 전하는 인간사회 가족의 화목한 사연을 듣고 너무 감격하여 시누이에게 씨앗을 하나 주어 인간 세상으로 다시 내보냈답니다. 그 씨앗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었는데, 그 풀을 바르거나 먹으면 각종 질병에 깨끗이 나았답니다. 이것이 오늘날 '두메양귀비꽃'이라고 한답니다.

'두메양귀비꽃'은 백두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능선에 천지를 바라보며 노랗게 피어 있었습니다. 깎아지른 천지의 절벽 끝에 자라나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두메양귀비꽃'은 백두산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이 된 것입니다.

염라대왕의 선물 '두메양귀비꽃', 꽃대왕 못 한 게 서러운 '노란만병초'

올려다 본 백두산 능선에 노랗게 '화살곰취'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습니다.
올려다 본 백두산 능선에 노랗게 '화살곰취'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습니다. ⓒ 서종규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잇기'를 주제로 한 통일염원 백두산 트레킹이 이 달 1일부터 8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교조 광주지부가 주최하고 '풀꽃산행'팀 등에서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65명이 참가했습니다.

백두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풀꽃들의 장관을 기대합니다. 백두산에 눈이 녹기 시작하는 6월 중순부터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여, 8월 말이면 대부분의 꽃이 집니다. 약 두 달간의 기간에 백두산의 모든 꽃들은 피었다가 지는 것이지요.

보랏빛 '하늘매발톱'의 고고한 자태
보랏빛 '하늘매발톱'의 고고한 자태 ⓒ 서종규
백두산에 눈이 녹는 기간을 택하여 모두 피었다가 지는 것은 생존번식의 본능을 따르려는 자연의 순리인 것이겠지요. 식물마다 자기 자신의 번식 방법을 자연의 맞춘 것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백두산을 찾은 사람들은 한꺼번에 피어나는 백두산의 야생화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많은 백두산 천지의 사진 배경으로 깔리는 '노랑만병초꽃'은 지고 없었습니다. 8월 중순은 자연의 가을에 해당되어서 일찍 피는 꽃들은 지고 없었던 것입니다.

'노란만병초'는 풀이 아니고 나무입니다. 1000m가 넘는 산에 땅에 붙어서 자라는 나무입니다. 특히 천지 주위에 '노랑만병초'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노랑만병초꽃'이 필 6월 말 즈음엔 천지가 노랗게 물들어진다고 합니다.

봄날 남녘의 산에 앙증스럽게 피어나는 별꽃과 비슷한 '나도개미자리'
봄날 남녘의 산에 앙증스럽게 피어나는 별꽃과 비슷한 '나도개미자리' ⓒ 서종규
만병초라고 하여 사람들이 잎을 따가고, 가지를 베어가곤 하였지만 모든 병을 다 낫게 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노랑만병초'는 꽃이 '노랑철쭉'처럼 생겼는데, 무더기로 피어나는 꽃이 아름답습니다. 옛날 아무 날 아무 시에 꽃대왕을 뽑기로 하였답니다. 그래서 많은 꽃들이 그 곳에 모여들었는데, 백두산 천지에 살고 있던 만병초는 자기가 없으면 꽃대왕을 뽑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였답니다. 자기만큼 아름다운 꽃이 없었다고 자만했던 것이지요.

천지 주위에 살던 만병초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자기만큼 아름다운 꽃이 가지 않으면 어떻게 꽃대왕을 뽑을 수가 있다는 것이냐고 거드름을 피웠답니다. 그래서 느릿느릿 뽑는 장소로 갔는데, 모든 꽃들이 겸손한 '진달래꽃'을 꽃대왕으로 뽑은 뒤였답니다.

이에 화가 치민 만병초는 황급히 백두산 천지로 돌아와 하루 종일 울면서 다시는 산 아래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답니다. 그래서 만병초는 오로지 백두산 천지 주위에만 피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백두산에 바람이 불면 하얗고 노란 꽃물결이

방망이처럼 시원스럽게 핀 '자주꽃방망이'
방망이처럼 시원스럽게 핀 '자주꽃방망이' ⓒ 서종규
중국 당국에서도 백두산의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고산화원' 단지를 조성하고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사 중이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꼭 '고산화원' 단지에서만 풀꽃을 감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백두산의 아래쪽은 많은 풀꽃들이 시들어가고 있었지만 능선 위쪽으로 갈수록 아름답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서파산문에서 북파산문까지 외륜봉 14km의 종주 내내 수많은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서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으니까요.

백두산 서파주차장(2400m) 근방에서부터 가득 피어 있는 하얀 '오이풀꽃'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하얀 오이풀꽃과 비슷하게 피어 있는 '범의꼬리꽃'도 곳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무더기로 피어있는 이 하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면 아름다운 물결이 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천지 물가에 핀 '바위구절초'
천지 물가에 핀 '바위구절초' ⓒ 서종규
8월 중순이면 가을꽃이 피어나는데 '구름국화'와 '바위구절초'가 대표적입니다. 그만큼 짧은 기간이지만 봄에 피는 꽃은 일찍 피고, 여름, 가을에 피는 꽃 순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구름 국화'와 '바위구절초'는 우리 남쪽에서도 흔히 보는 '구절초' '쑥부쟁이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북부지방 고산지대에 피어나는 꽃이랍니다. 또 '화살곰취꽃'이 노랗게 온 산을 뒤덮고 있어서 산을 오르는 우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답니다.

고산지대만 피는 '돌꽃'은 특이했습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산식물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들이 봄에 보았던 '별꽃'과 비슷하게 생긴 '나도개미자리꽃'도 애처로웠습니다.

용담초, 너무 순수한 느낌이죠
용담초, 너무 순수한 느낌이죠 ⓒ 서종규
보랏빛 자태를 뽐내는 꽃으로는 '구슬봉이꽃'이 땅에 딱 붙어 피어 있었습니다. 남녘의 산하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구슬봉이'가 많이 피어서 보랏빛 세상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매발톱꽃'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하늘매발톱'은 보랏빛 꽃잎에 노랑 테두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보랏빛 '각시투구꽃'도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보랏빛 '산각시취'와 '자주꽃방망이'의 모습은 경건해 보였습니다. 하얀 꽃과 보랏빛 꽃, 노랑꽃과 붉은 꽃 여러 가지 색깔들이 어우러진 백두산 능선의 꽃들로 우리들의 발걸음은 내내 멈추어지곤 하였답니다.

갈 길이 먼 우리들의 발걸음을 늘 붙잡는 풀꽃들
갈 길이 먼 우리들의 발걸음을 늘 붙잡는 풀꽃들 ⓒ 서종규
하얀 꽃 중에서는 '개회향꽃'이 백두산의 아래쪽에 피어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물매화'가 몇 송이 피어 있어서 그 청순함이 드러났습니다. '노랑이질풀'과 '둥근이질풀'도 우리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나뭇잎이 작고 앙증스러운 '담자리꽃나무꽃'은 이미 다 지고 씨앗만 하늘거리면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싣고 있었습니다. '사초' '용담초' '엉겅퀴' '금불초' '미나리아재비', '금매화' 모두 우리들의 마음을 빼앗아 가기에 충분한 자태들이었습니다.

백두산의 풀꽃에 담긴 이야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더 많았답니다. 그리고 꽃을 안내하는 중국 가이드가 동행을 하였는데, 우리말을 할 줄 몰라 중국 꽃 이름을 말하니 우리 꽃 이름과 통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답니다. 그리고 화집에도 모두 중국 이름으로 쓰여 있어서 우리들은 많이 당황하였답니다.

꽃이 이미 진 '담자리꽃나무' 씨앗
꽃이 이미 진 '담자리꽃나무' 씨앗 ⓒ 서종규
옛날 어느 한 고개에 괴상하게 생긴 큰 돌이 하나 있었답니다. 그 돌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해를 끼쳤답니다. 화살을 잘 쏘는 석죽이라는 사람이 그 소식을 듣고 쫓아와 그 돌에 화살을 쏘았답니다.

그 뒤에 그 돌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되었는데, 그 돌에 쏜 화살을 뽑아보니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답니다. 그 꽃 이름이 '구름패랭이'입니다.

이처럼 백두산의 많은 풀꽃들은 그 아름다움과 함께 많은 전설들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장한 석장사의 화살 전설이 꽃이 된 '구름패랭이(석죽꽃)'
장한 석장사의 화살 전설이 꽃이 된 '구름패랭이(석죽꽃)'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8월 1일부터 8일까지 백두산 트레킹에 다녀왔습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1. 백두산 트레킹 2. 백두산 천지 3.백두산 야생화 4.백두산 초원 5.백두산 협곡과 폭포 

* 이 기사는 풀꽃을 좋아하는 친구 김정숙에게 자문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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