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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서
순천만에서 ⓒ 안준철
지난 주, 그녀가 남자친구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경북 경산에서 전남 순천까지의 만만치 않은 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온 두 젊은이를 나는 순천만으로 안내했다. 날이 너무 더워 순천만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까지는 가지 못하고 대대포구를 구경한 뒤에 확 트인 갯벌이 아름다운 화포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석양 무렵, 압록을 지나 구례로 가서 섬진강 푸른 물줄기를 구경하고 난 뒤에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우리는 함께 있는 동안 교육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남자친구의 얼굴이나 행동거지가 순수하고 정겹게 느껴져서 그랬는지 섬진강 근처 냇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동안 이런 말을 해주었을 뿐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도 많이 친해져 자연스레 말을 놓게 되었다.

“순수하면 되는 거야. 두 사람 사이도 그렇고, 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부모와 자식 관계도 마찬가지야.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수단화하는 거지. 나중에 교사가 되거든 아이들을 사랑해줘.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사랑하지 말고 그냥 사랑해줘. 그러면 좋은 교사가 되는 거야. 그 순서가 뒤바뀌면 이미 사랑이 아니야.”

짱뚱어는 오염된 바다에서 살 수 없다.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짱뚱어는 오염된 바다에서 살 수 없다.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 안준철
그 말에 두 젊은이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해도 될 말을 해준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만나지도 않은 미래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눈물로 번민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리고 함께 오붓하게 보내고 싶었을 휴가를 예비교사인 여자친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청년의 순수한 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를 행복하게 해준 두 사람이 벌써부터 그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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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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