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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왼쪽)과 광해군 일기(오른쪽) 겉표지.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세종실록에는 규장각 관리 라벨이 국사편찬위 자료인 광해군 일기에는 총독부 라벨이 붙어있다.
세종실록(왼쪽)과 광해군 일기(오른쪽) 겉표지.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세종실록에는 규장각 관리 라벨이 국사편찬위 자료인 광해군 일기에는 총독부 라벨이 붙어있다. ⓒ 국가기록원.국사편찬위
일시 소장했던 자료라도 규칙상 장서인을 날인해야 한다는 서울대 규장각의 주장과는 달리 85년까지 서울대가 소장 했다가 국가기록원 부산 기록정보센터에 이관한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에는 장서인이 날인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93년 만에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에 서울대 규장각이 '서울대규장각도서지인'이라는 장서인을 마음대로 찍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지난 21일 서울대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국가기록원 부산기록센터 "태백산본 실록 848책, 장서인 날인돼있지 않아"

국가기록원 부산기록정보센터 관계자는 28일 "부산센터에 보관하고 있는 태백산본 실록 848책에는 장서인이 날인돼 있지 않으며 겉표지에는 서울대 규장각 관리 라벨이, 뒷면에는 조선총독부 관리 라벨이 부착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소장했던 자료라도 장서인을 꼭 찍어왔다는 서울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관리주체가 결정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장서인을 날인 한 것은 소유욕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원대 석좌교수이며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문화재청이 관리주체를 결정하기도 전에 (서울대가) 경솔한 처사를 했다"며 "앞으로 줄을 잇게 될 약탈문화재 환수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또 이 선생은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인 문화재로 국보1호로 지정해야 할 실록은 물론 규장각과 장서각 국사편찬위원회 등 곳곳에 흩어진 국보급 전적(典籍)들을 한 군데 모아 소장하게 될 '한국전적센터'를 건립하면 소장처 지정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은 자연히 해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서지학자도 "학문적으로는 소장했던 도서에 장서인을 찍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수십년 동안 소장해온 태백산에는 장서인을 찍지 않고, 돌아온 오대산본에 서둘러 장서인을 찍은 것은 결국 서울대의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세종실록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총독부 라벨(왼쪽)과 표지 겉쪽에 붙어 있는 규장각 라벨. 라벨만 붙어있을 뿐 날인은 없다.
세종실록 표지 안쪽에 붙어 있는 총독부 라벨(왼쪽)과 표지 겉쪽에 붙어 있는 규장각 라벨. 라벨만 붙어있을 뿐 날인은 없다. ⓒ 국가기록원
한편, 서울대 규장각 정보관리담장자는 85년도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태백산본에 장서인이 날인돼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문화재청이 요구한 날인 경위서는 28일 우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조선왕조실록 태백산본은 1606년(선조 39)에 설치한 외사고(外史庫)에 보관하던 848책으로 일제강점기 때 규장각도서와 함께 조선총독부로 옮겨 보관하다가 1930년 규장각도서와 함께 경성제국대학으로 옮겼다가 1985년 3월 현재 국가기록원 부산기록정보센터가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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