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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상민 씨
ⓒ 전진한
최근 맹인 안마사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헌재 판결 이후 시각장애인들의 투신, 가두시위 등 격렬한 저항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시각장애인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헌재 판결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유는 차별 없이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안마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헌재 판결 이후 시각장애인들이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실질적 직업교육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 소재하고 있는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02-923-4555) 에서 대기업 출신 핸드폰 벨소리 작곡가가 음악직업교육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음악직업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롭지만 대기업 출신 벨소리 작곡가가 근무요건이 열악한 복지관으로 이직해 전임으로 일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 주인공인 하상민(33)씨를 만나보았다.

하상민씨는 지난 5년간 휴대폰 벨소리 회사로 유명한 모기업에서 핸드폰 벨소리 작곡가로 활동하다 복지관 직원으로 변신했다. 하상민씨는 급여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꿈을 위해 과감히 기업을 포기하고 복지관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의 음악성은 매우 탁월해 전문적인 교육만 받을 수 있다면 새로운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으로 나침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하상민씨와 인터뷰 전문이다.

▲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 전진한

- 과거에 하던 일은 무엇이었나?
"여기에 오기 전에는 약 5년간 컴퓨터음악을 이용해 휴대폰 벨소리, 로고송, 게임음악 등을 만드는 벨소리작곡가로 일했다."

-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선택한 이유는?
"큰 조직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고 발전시키기는 상당히 힘들다. 더구나 그것이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사업이 아니라면 더욱 소모적이다. 여기에선 최소한 제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는 저 나름대로의 계획과 생각대로 일을 진행시킬 수가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 근무조건이 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과 능력에 비례해 보수를 받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관 일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했다면 당연히 이곳을 선택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이곳보다 2배 이상의 보수를 받는 곳도 제가 원하면 갈 수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꿈을 만들 수 있어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도서도 만든다. 컴퓨터음악(MIDI)강좌, 컴퓨터강좌와 컴퓨터 수리서비스, 악기나 피아노교육 등 재활, 교육 사업과 교구대여나 여가활동, 차량서비스, 체력 단련실 운영, 각종상담 등의 일을 하고 있다."

- 그 중에서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제가 맡고 있는 분야는 컴퓨터음악기초, 음악 copy수업, 재즈피아노 기초, 즉흥연주 기초, 악기 실습 등이다."

- 시각장애인의 음 감각은 뛰어날 것 같은데 실제로 교육해보니 어떤가.
"이제 시작한 단계라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음악에 대한 소질이 있는 분이 꽤 있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 느끼는 촉각이나 귀로 느끼는 청각이 일반인에 비해서 매우 뛰어나다. 전문적인 교육만 뒷받침되면 음악과 관련된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대부분의 장애우들이 그렇듯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것을 회복시키는 것도 제가 할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 이 분야를 통해 진출할 수 있는 직업은 어떤 것이 있나?
"작·편곡가, 벨소리제작자, 노래방(가라오케) 제작자 등이 있고. 본인의 능력이 있다면 악기연주나 노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아직 처음이라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앞으로 조금씩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보이지 않는 분들을 위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 지금과 같은 교육이 시각장애인 직업선택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당장 안마를 대체할 만큼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은 분명히 아니지만 1∼2개의 직업 군으로 한정되어졌던 시각장애인들의 직업이 다양하게 발전될 수 있는 시작점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이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우선은 많이 배우고 싶다. 누구를 가르쳐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많이 발전하게 되었다. 제가 가르칠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그들과 함께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좋은 나침반이 됐으면 한다.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이끌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는 그들 속에 또 누군가가 나침반이 되어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욱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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