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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댐 분포도.
ⓒ 오마이뉴스 안홍기

댐 없어 홍수 위기 불렀다?

지난 14일부터 계속된 집중호우로 강원·경기북부 지역이 크게 피해를 입은 가운데 잠잠했던 댐 건설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댐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목된 곳은 한탄강과 동강. 특히 일부 언론은 환경단체의 반대에 막혀 댐을 건설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 등의 반발도 거세다. 산림의 홍수 조절 기능은 도외시한,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건설 예정인 한탄강댐의 하류 지역은 실제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댐 건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 <동아> "댐 건설 시급" 아우성

18일자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 '물난리 뒤끝, 다목적 댐이 아쉽다'는 기사에서 홍수 예방을 위해 한탄강댐과 동강댐의 건설이 시급하다는 내용을 전했다.

정부 여당도 이날 당정협의를 통해 다목적댐 건설을 적극 추진키로 해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중단됐던 댐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중앙>은 1면 머리기사로 "북한강 수계는 소양강댐·화천댐·춘천댐·팔당댐 등이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6일 충주댐(남한강)과 소양강댐(강원 춘천)이 수량을 조절한 덕분에 한강이 범람하지 않았다"며 수자원기획관의 말을 인용해 "한강 범람은 댐이 막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댐 건설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했던 환경단체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중앙>은 2000년 건설 계획이 발표된 한탄강댐에 대해 "상습 수해 지역인 경기 북부를 위한 것인데, 환경단체의 반대에 막혀 몇 년째 표류 중"이라며 "이 지역은 1996년부터 3년간 연속적으로 발생한 홍수로 사망 128명에 1조원 재산 피해를 봤다"고 썼다.

<동아>도 "충주댐이 16일 오후 6시 감당할 수 있는 최고수위(145m)를 불과 90cm 남겨둔 곳까지 차올랐다"며 "수자원 전문가들은 1998년 사업계획을 발표했다가 착공도 못한 충주댐 상류의 영원댐(일명 동강댐)이 예정 대로 건설됐다면 이런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홍수 피해를 계기로 무분별한 댐 건설 논의가 가속화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홍수 피해는 대부분 산간 지역의 기습적인 돌발 홍수와 도시지역의 부실한 시설 관리로 발생했다"며 "많은 댐이 있더라도 댐 상류에서 발생한 산간 계곡의 홍수 피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홍수 조절 기능을 가진 산림을 되레 파괴하는 댐 건설은 홍수 피해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며 "다목적댐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한 기사"라고 비난했다.

댐에 관한 오해 혹은 진실

#1. 한탄강댐 지어야 물난리 막는다? vs "홍수 예방 효과는 미미"

▲ 98년 홍수에 잠긴 문산읍 전경, 오른쪽 아래로 홍수를 직접 야기한 도로와 철도 교량이 보인다.
ⓒ 염형철
환경운동연합은 한탄강댐 건설 주장에 대해 "댐이 없어도 홍수 위험이 전혀 없었던 곳"이라며 "왜 댐을 짓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낙중 환경운동연합 국토정책팀장은 "정부 입장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의 비 피해를 한탄강댐 건설로 방어하자는 것인데, 한탄강의 본류(本流)인 임진강 주변에 제방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댐 건설은 시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탄강댐이 건설돼 이득을 얻게 될 하류 지역은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다.

▲ 한탄강댐 예정지.
ⓒ 오마이뉴스 안홍기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은 지난 16일 오후 1시 홍수량이 초당 4510톤으로, 계획홍수량(해당 하천이 완전히 넘칠 정도의 수량, 초당 6750톤)에 훨씬 못 미쳤다. 파주시 적성읍도 계획홍수량(초당 1만6200톤)의 65% 수준인 초당 1만1787톤에 그쳤다. 즉, 댐 없이도 홍수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김 팀장은 "한탄강댐이 건설되면 임진강 전체 유역 면적 중 한탄강댐이 감당할 수 있는 비율은 전체의 16.6%에 불과하다"며 "2001년 댐 건설 예산인 9700억원에 지가 상승까지 포함하면 건설비만 2조원이 넘는데, 한탄강댐을 반드시 건설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혜애 녹색연합 정책실장도 "건설 예정인 한탄강댐의 하류 지역은 실제로 홍수 피해가 없었다"며 "지난 96년 피해가 심각했지만, 배수 처리 시설을 늘리고 피해 대책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행정적인 노력으로 무사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댐 없어 주민들 발 동동? vs "무책임한 행정 탓"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동강댐이 없어 강원도 영원 주민들이 침수 공포로 인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보도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주민들의 대피는 건교부의 허술한 국토계획과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환경연합은 "영월읍은 홍수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방을 높이고, 배수 펌프 시설도 지난해 완료했다"며 "다만 제방보다 2m 낮은 영월대교가 물길을 막아 제방이 터질 염려 때문에 주민들이 대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영월의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영월대교의 교량을 적절히 높이고, 저지대인 영월읍에 맞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낙중 팀장은 "건교부가 물 부족 해결을 위해 동강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물 수요예측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온 국민의 홍수 걱정을 틈 타, 때아닌 댐 건설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3. 댐, 과연 만능일까? vs "실효성 의문"

그렇다면 댐만 건설하면 홍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김혜애 실장은 "'루사', '매미' 등의 태풍 피해 당시 원인은 하천의 범람이었다"며 "무분별한 도로 확장 공사와 지나친 벌목으로 산림을 훼손시켜 하천의 흐름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2002년 양양 남대천 수해복구 공사 현장. 고속도로를 놓는 것 같이 직선화된 하천이 하류의 홍수를 가중시킨다.
ⓒ 염형철
김 실장은 "이번 강원도 지역의 수해도 펜션 등 관광도시 건설을 위한 난개발이 가장 큰 원원인"이라며 "정부나 언론은 이번 피해 대책을 댐 건설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시 어떤 행정적 시스템을 갖춰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낙중 팀장은 지역에 맞는 치수대책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무조건 콘크리트 제방을 양쪽에 쌓아 하천을 가둬두는 게 아니라 자연스런 하천의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제방이나 습지, 천변저류지(하천변에 저류할 수 있는 인위적 시설) 등을 적절히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론 등에 업고, 무작정 댐건설 안 될 말"

일각에서는 언론의 '여론몰이'에 휩쓸려 댐건설을 재추진하는 당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남한에 있는 댐은 총 1만 9천개. 그러나 이 중 실제 홍수조절능력을 가진 댐은 15개에 불과하다. 댐의 홍수조절능력도 약 24억톤으로 홍수기에 발생하는 홍수량(498억톤)의 5%를 밑도는 수치다.

더구나 댐에 의해 홍수를 조절할 수 있는 지역은 댐의 하류에 위치한 대도시들뿐이라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에 수해대책 비용 중 댐 건설 및 관리비로 약 2200억원, 제방 건설비로 약 1조원을 썼다.

박재현 인제대(토목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조 단위의 예산이 드는 정책에 대해 정확한 계산이나 타당한 논거없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댐 건설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특히 한탄강댐의 경우,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수긍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정확한 계획홍수량 등을 제시해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염형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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