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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이은경 기자] 민주당에 당헌까지 개정해 도입한 정당사상 첫 ‘남녀 공동대표제’의 주역 장상 전 총리서리를 만나봤다.

그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직접 뛴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선전에 대해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진 게 놀랍지…”로 말문을 연 장 대표는 선거 결과를 놓고 ‘기적’이란 말을 거듭했다.

2002년 7월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가혹한 비난 끝에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의 꿈을 접었던 그가, 다시는 정치를 뒤돌아볼 것 같지 않던 그가 당당히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면 기적이리라.

“장상은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에 들어가면 이용당하고 속고 실패한다”며 “기가 막히게 반대했던” 지인들. 그는 도대체 무슨 뚝심으로 자신을 상처 입힌 곳으로 다시 들어갈 결심을 했을까.

“한 사람을 잡아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나”란 의문을 던져준 청문회 때문에 오히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3년여 고심 끝에 민주당을 택했다는 장 대표. ‘희망’과 ‘살리는 정치’를 키워드로 ‘정계’ 개편이 아닌 ‘정치’ 개편에 목소리를 높인다.

장 대표는 고건 전 총리의 행보가 민주당으로 향할 가능성에 대해서 “고건 전 총리는 내가 참 신뢰하는 분인데”라며 “민주당이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세력과 제휴를 한다면 고건 전 총리의 그룹을 배제할 수 없다”고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의 유사성을 꼽았다.

-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나.
“우선 공동대표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이 남녀 반반으로 구성돼 있고, 공동대표제가 남녀라면 충분히 여성권익 신장의 상징성이 있는 거다. 더구나 민주당은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 1호다.”

- 내년 2월 전당대회까지 대표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은.
“민주당이 좀 더 강해지고, 튼튼해지고, 몸집도 커져야 한다. 또 당이 좀 더 체계화되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당사 모든 직원들의 의견이 잘 취합돼 위로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하고, 소수의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 특히 당이 좀 더 젊어지고 여성의 존재가 명확히 보이는 그런 당이 됐으면 좋겠다. 수석 부대표(신낙균 전 문광부 장관)도 여성인 데다가 이제 대표까지 여성이니까. 여성 당직자들이 힘을 받는다고 하더라.”

- 여성 인재 영입에 주력하는데, 선호하는 자격이랄지 조건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이제 전국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전문 영역이나 직능별로 활동하는 3040 여성 인재들을 주로 데려오고 싶다. 거물급 빅카드는 별로 생각 안하고 있다.”

- 남녀 공동대표제라 한화갑 대표와의 파트너십도 궁금하다.
“내가 당에 들어온 지는 4개월, 한 대표는 40년이다. 우선 두 대표 간의 당의 목적과 운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독자적 노선을 가기보다는 서로 보완하려 노력해야 한다. 각각의 블루오션이 돼야 한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 이상이 되어야 하고, 이런 것을 당직자들도 늘 염두에 둬야 공동대표제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여야 모두 생활정치와 중도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면에서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제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생활정치라는 개념은 분화, 발전하는 중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다. 난 탈이념, 탈정당의 생활정치를 주장한다. 국민은 이념이라든지, 여당·야당 상관 안한다. 정당 간 이념적 차이로 게임하듯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념이니, 정파 간의 차이니 이런 것을 떠나 국민의 관심과 생활이 기준이 돼야 한다. 정당은 자기 뜻을 국민에게 강요 말고,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 특히 여성에게 어필하는 당으로서의 정책과 이미지도 고심하고 계실 것 같다.
“여성의 삶이 사적 영역에 치우쳐 있는 것 같지만, 여성이야말로 삶의 현장에서 삶을 엮어가는 존재들이고, 여성들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느껴야 한다. 그들의 견해가 아주 중요하다. 당으로선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여성의 관점에 정치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과, 여성이 정치영역에서 자기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를 좀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적극 정치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계’ 개편이 아닌, ‘정치’ 개편을 해야 한다.”

장상 대표는 신학박사(프린스턴신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를 거쳐 제11대 총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 서리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당시 그를 총리서리로 지명했던 인연으로, 그의 민주당 입당을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DJ 부부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언젠가는 (민주당에) 올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담담한 말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당 대표가 된 후 이희호 여사는 “마치 당신이 당 대표가 된 것처럼” 기뻐했다.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 서리로서 장 대표는 한명숙 현 국무총리가 국정 수행을 잘 해 나가길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전 한 총리가 전화를 걸었을 때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만 잃지 않으면 (국회인준을) 통과할 수 있다”는 말로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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