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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마이클 로마스(71)씨. 그는 12일부터 열리는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캐나다 출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마이클 로마스(71)씨. 그는 12일부터 열리는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메인면 톱1 기사로 써줄거죠? 로마스(Lomas)라고 이름도 크게."(웃음)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인터뷰 40여분간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서랍을 열어서 소지품을 다 보여주고, 호텔방 거울 뒤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7살짜리 유별난 남자아이를 만난 것이 아니다. 12일부터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리는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서울까지 날아온 마이클 로마스(71·Michael Lomas)씨를 만났다.

12일 포럼이 열리는 베스트웨스턴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눈가 주름은 셀 수 없었고, 돋보기는 눈크기를 두 배로 키워줄 정도로 도수가 높았다. 하지만 그는 연습장에 71에서 숫자 배치를 거꾸로 하며 '17'을 쓴 뒤 "마음의 나이"라고 강조했다.

로마스씨의 한국 방문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작년 제1회 세계시민기자포럼 방문차 공항을 향했지만 폭풍을 만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서 올해는 일찌감치 포럼 시작 5일전에 서울을 찾았다. 그는 5일간 버스도, 지하철도 타지 않았다. 아침 6시부터 이곳저곳을 걸어다녔다.

몸에 흐르는 에너지만큼 머리 속도 활동적이다. 취미인 카약을 할 때도 노트를 들고 탄단다.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하기 위해서다. 나이를 뒤집는 엉뚱함, 생각의 벽을 뛰어넘는 도발정신, 무엇이든 적어두는 습관, 이것들이 그를 <오마이뉴스>로 이끌었다.

"나이는 71살이지만 마음은 17살"

다음은 로마스씨와의 일문일답.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직접 노트에 숫자를 적어 보이며)나이는 71살이지만, 마음은 17살이다. (숫자 위치가) 반대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웃음) 광고마케팅 회사에 다녔다. 광고 컨셉을 정하는 일을 했는데, 장난끼가 많고 즐겁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exhibitionist). 어디를 가도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사랑 받는다. 직업은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노는 데 돈을 주더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웨일즈에서 자랐다. 16살 때 호주로 갔다가 2년 반만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입대했다. 2년간 이집트에서 군 생활을 하다가 1956년 캐나다 몬트리올로 갔다. 그래서 불어를 약간 할 줄 안다. 부인은 간호대학 교수다. 카약, 하이킹 등 운동을 많이 한다."

-작년에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오려고 했는데 아쉽게 못 왔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미국 뉴욕에 내렸는데 큰 폭풍(big big storm) 때문에 뉴욕에 비행기가 뜨지도 도착하지도 않았다. 주머니에 한국돈을 바꿔놓았는데, 당시 너무 상처받았다. 그래서 이번 방문이 너무 흥분됐다. <오마이뉴스>는 성장하는 조직이다. 세계의 시민기자들을 모아서 이런 포럼을 연다는 것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다. 점점 더 <오마이뉴스>에 무엇이든 기여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어떻게 <오마이뉴스>를 알게 됐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어떤 주제든지 그와 관련해서 글을 쓰기에 (<오마이뉴스>는) 좋은 기회였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영화속 키스의 역사, 바나나빵 요리법, 캐나다 정치 등을 여러 가지 주제들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다닌다. 한국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호작용을 한다. 하지만 캐나다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슬프다.

내 삶의 4분의 3 정도를 광고마케팅 회사에서 일했다. 시민기자로 일하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는 나에게 학교 같은 곳이다. (기사를 통해) 자기 스타일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상깊게 본 시민기자는 데이비드 웨버(David Weber)이다. 그는 재치가 있고, 인터뷰 기사를 잘 쓴다. 또다른 이는 엠마뉴엘 패스트라이히(Emanuel Pastreich), 그는 내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구글(google)'에서 검색해서 이들이 <오마이뉴스>가 아닌 곳에 쓴 글을 찾아본다. 이번 포럼 기간 중 룸메이트인 엠마뉴엘을 인터뷰할 생각이다."

"오마이뉴스는 학교 같은 곳... 내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캐나다에는 <오마이뉴스> 같은 사이트가 없나.
"없다. 구체적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캐나다에는 4개의 주요한 통신사가 있다. 이들이 작은 마을의 지역 언론사(local)에 똑같은 뉴스를 제공한다. 중앙(national Bereau)에서 기사를 주면 소규모 언론사는 그대로 기사를 받기 때문에 깊숙이 못 들어간다. 다양한 의견이 있음에도 그것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쉽게 보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 지역 언론사에서 3-5개 정도의 (지역 고유의) 뉴스가 있다면 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투자가 필요한데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기사를 쓰면 피드백이 없다. 한 잡지사에 프리랜서로 글을 기고했는데, 편집인이 내게 '이렇게 저렇게 수정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기사를 쓰고 나면 (편집인과의) 대화가 없다. '내가 아주 똑똑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아마도 너무 볼 기사가 많아서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편집부에서 헤드라인을 바꾼다. 왜? 한국 사람들이 내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편집인이 글쓴이와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오마이뉴스>를 여자친구에 비유하자면,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답을 주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없거나, 관심이 없거나."

-‘고양이를 먹는 법’ 등 특이한 주제들을 자주 다룬다.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데,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먹을 걸 상상해봐라. 얼마나 끔찍한가. 그런데 그렇게 나쁜 상황은 되레 재미있을 수 있다. 비트는 것이다(Twist it)! 어린 소년처럼 호기심이 많다. (호텔방의 거울을 가리키며) 저 거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지 않나. 인습적인 것이 나에게는 없다. 내 마음대로 생각한다.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유치하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뜻이다. 나는 죽을 때도 웃을거다. 슬프게 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4-5년 더 살 수 있을텐데, 매순간 즐겨야 한다."

"똑같은 기성언론 기사에 식상... 새로운 것을 보여줘라"

-<오마이뉴스>에 희망이 있다고 보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독자들에게 진실(truth)을 가져다 줘라. 시민기자들은 언론사의 기존 기자들과 다르다. 시민기자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기사를 통해 제공하는 정보는 대중의 내면을 보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대중은 기존의 기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니컬하고, 반발심만 생긴다. 게다가 너무 똑같다. 네티즌들의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보면 모든 법칙을 깨고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오마이뉴스>는 그들의 열정과 재미를 따라가고 있다."

2006 세계시민기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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