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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진지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진지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 등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한미FTA 저지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종로에서는 "한미FTA 만세"를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한국기독교신앙실천운동협의회 등 총 13개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5가 제일은행 앞에서 '한미FTA 추진 지지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300여명(경찰 집계)으로 참가자 대부분이 60~80대 노인들이었다.

애국가를 부르며 시작된 집회에서 연사로 나선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허물려고 했던 단체들이 FTA 중단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그 사람들이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미국과 FTA를 맺으면 한미관계가 공고해지기 때문에 반미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KBS와 MBC가 FTA를 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보도해 원래 80%에 이르던 FTA 찬성 국민여론이 50%까지 떨어졌다"며 "무엇이 국익인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하는데 국민들이 잘못도니 선동에 휘말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UN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박근 한미우호협회장은 "우리가 한미FTA협상에 찬성하는 것은 김정일과 김정일을 추종하는 친북좌파세력이 한미FTA를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김정일 추종세력 10만명이 오늘 반FTA집회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성명서에서 "한미FTA에 대해 일부에서는 근거없는 주장과 감정적 호소를 통해 미군철수 및 반미투쟁에 동원하고 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반미 선동을 위한 '반 FTA'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WTO체제 출범 이후 세계의 무역장벽은 높아만 가고 있고, 세계 각국은 FTA 체결과 지역경제 통합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며 "이런 국제경제협력으로부터 소외된 우리는 치열한 국제무역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세계 각국과 FTA체결을 포함한 국제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협상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를 씻어줘야 한다"며 "농업과 서비스 분야 등 한미FTA 체결로 불가피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보상·지원 및 경쟁력 강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 오후 '한미 FTA 추진지지 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종로 5가에서 장충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12일 오후 '한미 FTA 추진지지 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종로 5가에서 장충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30분 만에 집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종로5가에서 한미FTA 협상장인 장충동 신라호텔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도로 1개 차선을 점유, 을지로 5가-오장동 사거리를 거치면서 "한미FTA 체결하여 선진한국 이룩하자", "KBS·MBC는 왜곡보도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대열은 오후 3시 20분경 신라호텔이 보이는 동국대 혜화문 앞에서 "한미FTA만세!"를 외치고 해산했다.

주최 측은 "협상장 주변을 지키는 경찰에 부담되니 협상장 가까이는 가지 않엤다"고 해산 이유를 밝혔다.

"한미FTA, 미국 농산물 싸게 수입하는 거 아니냐?"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5가에서 한미FTA 협상 지지와 찬성의 뜻을 보내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

이들은 목청껏 "한미 FTA 만세!"를 외쳤지만, 정작 한미FTA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신라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행진대열 속에서 '한미FTA가 어떤 것인지 아느냐', '오늘 집회에 어떻게 나오게 됐느냐'고 질문했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서울 중구에서 왔다는 한 아무개(62)씨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한미FTA협상은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고 (한국이) 공산품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먹거리 자급자족이 불가능해서 농산물이 수입돼 지금보다 값이 싸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승배(78)씨도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주변에서 알려줘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FTA가 공산품, 서비스업, 농산물 등 거의 모든 무역분야를 개방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 보다는 '미국의 농산물을 싸게 수입하고 우리 공산품을 많이 수출하는 것' 쯤으로 알고 있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또 FTA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집회에 참가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FTA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명순(80)씨는 "FTA에 대해서 잘 모른다, FTA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중간에 합류했다"고 답했다.

'KBS·MBC는 왜곡보도를 사과하라'라는 피켓을 들고있던 한 노인은 "잘 모른다, 피켓 들고 있으라고 해서 들고 있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 이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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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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