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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한국 아파트 건축문화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 심재현 교수
도시 지형이 바뀌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한눈에 쳐다보지 못할 정도의 고층 빌딩이 서울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마천루,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이다. 타워 팰리스로 대표되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은 21세기 초 부의 상징으로 대표되고 있으며, 또한 한국 아파트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7일 (사)민족예술인총연합 문예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우리시대 삶의 공간, 아파트'의 두 번째 강의가 있었다. 심재현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의 마천루, 아파트-고층주거의 모색'을 주제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에 대한 강의를 펼쳤다. 타워 팰리스 등 여러 고층빌딩 설계에 참여한 바 있는 심재현 교수는 부의 상징이라는 사회적 거부감에서 비켜서, 건축문화로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석했다.

심재현 교수는 먼저 주상복합 건축물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의 인구가 일산, 분당 등의 위성도시로 분산되면서 도시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유령도시가 된 서울은 사회범죄 증가 등 위험에 노출됐고, 다시 서울로 인구들 유입시킬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에 그만한 땅은 없다. 결국 건축물은 하늘로 향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아파트 문화에 큰 변화 가져온 '초고층 주상복합'

▲ 심재현 교수는 건축문화 리더로서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 안효원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수요자는 편의시설이 모두 갖추어진 주거공간을 요구했고, 공급자는 한정된 토지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 고소득층, 도심주거를 선호하는 젊은 계층의 증가, 건축기술의 발전 등 경제, 사회, 건축의 발전과 1990년대 정부규제 완화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현실화 시켰다.

한국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특징은 사무형 공간 중심이 아닌 주거형 공간, 즉 아파트 공간 중심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사무형 공간 중심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물이 많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분양이 용이하고 수익성이 높은 아파트가 중심이 되어 지금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형태가 완성됐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출현은 한국 건축 문화, 특히 아파트 문화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전통적인 아파트 양식은 주방과 베란다를 축으로 자연환기가 가능하고, 안방과 그 외의 방이 분리된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자연환기가 불가능한 폐쇄적인 구조로 새로운 아파트 모형을 제시하게 됐다. 또 가족 구성원의 축소는 방이 개수가 적은 실험적인 모형을 가속화시켰다.

초고층 주상복합 등장에 '빌라' 타격

▲ 주방과 베란다를 축으로 했던 기존 아파트와 달리 변화된 양식의 아파트가 출현하고 있다.
ⓒ 심재현 교수
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주거공간은 남향이 기본이라는 개념도 바꿨다. 햇빛이 집안에 잘 들어오는 남향의 주거공간이 그동안 한국 주거건축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이것이 불가능하다. 거대한 면적의 아파트는 한쪽이 남향을 취한다면 다른 한쪽은 북향을 취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개념이 조망권이다. 설계자들은 북향을 한 아파트의 경우 조망권을 최대 중점을 두고 설계를 해 밤에 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운 주거인들에게 선물했다. 이것은 다른 아파트들에도 큰 영향을 미쳐 이제 아파트의 조망권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이밖에 아파트 단지 내 차도를 지하공간에 배치하면서 보도와 차도를 분리한 것, 친환경적인 환경을 확대하는 것 등 심재현 교수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출현 이후 아파트 문화의 다양한 변화상을 보여줬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발전으로 고급빌라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다. 넓은 정원과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부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던 빌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고급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목마루, 대리석, 최고급 등, 대리석 장식 등은 더 이상 빌라의 전유물이 아니라, 아파트에도 실현되고 있다.

주거와 호텔이 결합된 '주호복합 아파트' 등장할 것

▲ 평면 북쪽에 위치한 세대같은 경우 1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멋진 야경을 보장해 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심재현 교수
게다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빌라에는 없는 보안시스템, 환경 조절, 첨단 관리시스템이 추가되어 있다. 중앙정수시스템, 음식물 처리 시스템, 소음 차단, 에너지 절감에 가전기구 원격조정 시스템까지. 또 인터넷 통신 환경 등 정보통신 설비가 압도적으로 앞서 있으며, 산소 발생기 등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웰빙 시스템이 갖춰져 빌라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재현 교수는 이러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방이 줄어들면서 기존에 상상할 수 없었던 주거모형이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주거와 상가의 결합이 아닌 주거와 호텔이 결합된 주호복합 아파트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사람만 들어가서 살면 되는 주호복합 아파트는 1가구 1주택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고급화는 고급빌라의 인기를 떨어뜨렸다.
ⓒ 심재현 교수
최근 건축의 경향은 더 높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과 다시 땅에 근접한 것으로 나눠진다고 한다. 전자는 공간이 부족한 도시형이고 후자는 공간이 여유로운 시골형 건축일 것이다. 심재현 교수는 그 어떤 것이 우위에 있음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양식은 각자 개성을 갖는 것으로 다양한 건축환경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강남의 타워 팰리스를 비롯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부러움과 시기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현대 도시의 마천루. 심재현 교수는 한국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 등의 부정적 영향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가져온 주거공간의 변화를 주목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예술전문 웹진 컬쳐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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