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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자리가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달 16일, 27개월간의 화려했던 당 대표직을 물러나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남긴 말이다. 대권 도전을 강하게 시사한 대목으로 읽혀진다.

박 전 대표는 5·31 지방선거 압승으로 한나라당의 집권 발판을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 속에서 라이벌인 고건 전 총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제치고 대권주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선 '박심'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가 박근혜, 이명박 두 대선주자를 둘러싼 대리전 양상으로 과열되면서 친박 인사인 강재섭 의원과 이 전 시장 측으로 알려진 이재오 원내대표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거리를 두면서 박심을 노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강재섭 후보도 최근 이명박 전 시장이 "여자 대통령은 시기상조"라고 한 발언을 두고, "여자 대통령이든 남자 대통령이든 국가의 미래를 창출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통합해서 나아갈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좋다고 생각한다"며 정면으로 받아치기도 했다. 정작 박심은 엄정 중립을 천명하며 묵묵부답이다.

이처럼 당내 비호감 세력까지 '박근혜'를 칭송하게 만든 '박풍'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의 인기 비결에는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겠고, 국민정서에 다가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미지가 있다. 박근혜는 국민정서를 파고들고, 서민들의 아픔을 알아줄 것 같은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박풍'을 이렇게 분석한 바 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의 딸로서 특별한 세월을 보낸 그에게 자연인으로서의 영광보다는 상처가 더 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곁에서 지도자의 자세를 배웠고, 22살부터 27살 때까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수행했다. 청와대를 나온 후 18년 동안 야인 생활을 하며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시켰다. 품위 있고 우아한 자태, 인내와 겸손, 절제가 몸에 배어 있는 것도 고난의 성장 과정과 무관치 않다.

그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 5·31 지방선거 기간 중 피습으로 70바늘이나 얼굴을 꿰매고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당대표로서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테러범에 대해서도 분노의 기색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들은 그의 강인한 내공에 감동했다. 부모의 불행에 이은 테러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측은지심(惻隱之心)도 작용했다.

그의 대중적 인기도는 지역별, 연령별로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40∼50대 이상에게는 박정희 향수로, 20대∼30대 젊은 층에게는 깨끗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여성 리더십 바람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올해로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째를 맞는 박 전 대표는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놀랍도록 빠른 성장을 했다. '원칙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평가 속에 거대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대권 고지까지 그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과 콘텐츠가 부족하다", "지도자로서 친근감과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박 전 대표의 가파른 지지도 상승에 대한 거품론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또 독재자의 딸이라는 멍에는 언제까지나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멍에는 그가 권력의 속성을 속속들이 꿰뚫을 수 있었던 모태로 작용했다. 그는 평소 지인들에게 "권력은 칼이고, 권력을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것을 소유한 당사자"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의 말속엔 유독 국민, 나라, 애국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정치인)가 편하면 국민이 고통스럽고, 우리가 힘들면 국민이 행복할 것입니다. 정치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책임이 있습니다. 국민이 잘살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드리는 것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묶지 말고, 작은 정치에서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가 꿈꾸는 정치도 국민이 행복한 나라, 한마디로 '부국안민(富國安民)'이다. "자신을 이긴 사람에게 남이란 싸움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그는 술회한 적이 있다.

1년 6개월여 남은 대선, 진정한 승리자가 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는 과연 자기 자신과 어떤 싸움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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