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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의 칼끝이 다시 '재계의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안기부 X파일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비켜갔던 칼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검찰은 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큰아들 이재용 상무의 소환 방침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소환 시기는 이번달, 늦어도 8월초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대검 중수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에서 맡는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지난 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가 헐값으로 재용씨 남매에게 넘어가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설은 지난 4월말부터 나돌기 시작했다. 4월 27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구속이 계기가 됐다. 재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형평성'이 불거졌다.

A그룹 한 임원은 "검찰은 지난해 말 안기부 X파일과 불법대선자금 사건을 정리하면서, 이 회장에게 단지 서면조사로 끝냈다"면서 "사안이 다를수 있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형평성 논란은 자연스럽게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 가능성으로 번졌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일부 기업과 언론쪽에서 제기한 가능성일 뿐"이라며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4월부터 나돈 이건희-이재용 소환설... 5월께 소환 방침 굳힌듯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사건에 대해 검찰은 이미 1심에서 삼성 전현직 사장을 상대로 유죄판결을 끌어냈다. 지난달 22일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CB 헐값매각에 그룹 비서실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로 CB 발행 당시 삼성그룹 임직원의 진술조서 등 22개 서류가 나왔다.

수사팀은 이미 지난 5월께 이회장 부자 소환 방침을 굳히고, 윗선에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수사를 지휘하는 이인규 3차장 검사는 5월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인이 바뀌는 일인데 머슴이나 마름(그룹 실무진)이 주인 말 없이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단언했다.

이 회장 주변 인사들의 소환조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그동안 정관계 거물급 인사를 소환 조사하기 직전 그의 핵심 측근들을 먼저 불렀다. 이들을 통해 각종 증거를 토대로 주요 진술을 확보하고, 해당 인사를 소환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해, 지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의 최태원 회장 소환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모두는 소환된 후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이미 올초부터 삼성 전현직 임원 수십여명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관련 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지난달 초에는 CJ그룹의 공동대표인 이재현, 손경식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또 지난달 27일과 29일에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두차례에 걸쳐 불러 조사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제주도 지사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현 전 회장은 에버랜드 CB 헐값 배정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이었다.

검찰은 현 전 회장을 상대로 그룹 최고위층의 지시 여부를 놓고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현 전 회장에 대한 조사로 사실상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회장 턱밑까지 온 것이다.

탄력받은 검찰 수사... 비상체제에 돌입한 삼성

삼성그룹은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이 회장 소환에 대한 검찰의 반응과 구체적인 시기 등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등과 전략기획실(옛 구조본) 차원에서 정관계, 언론쪽 인사의 접촉 빈도를 늘려나가는 등 사실상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검찰의 브리핑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이 회장의 소환이 확정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언론에서 이미 소환을 기정사실화는 분위기로 가는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건희 회장의 검찰 소환이 정·관·재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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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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