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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나스(Moh Anas)는 요즘 여기저기서 치이느라 서럽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는 한국에 고용허가로 입국하여 평택에 있는 회사에서 1년간 일을 하였습니다. 1년 근로계약이 만기된 아나스는 회사를 옮기려고 했지만 회사에서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측에서 "근로계약을 연장하든지 출국하든지 하라.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다"라고 우기면서 근무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나스는 관할지방 고용안정센터를 통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근무처 변경을 하고 '구직필증'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12일) 구직기간 중에 외국인등록증상의 체류기간 만료일이 다 되어 연장신청을 하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출입국 심사과 직원에게서 '더 이상 체류하는 것은 불법이니 인도네시아 돌아가라'는 말을 들은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불법을 저지른 적이 없는 아나스는 도망치듯 쉼터로 달려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일로 관할 수원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자, 심사과 담당 직원인 원아무개씨는 "'이탈신고'가 돼 있기 때문에 처리가 불가하다. 그런데 제3자가 왜 나서느냐"고 오히려 트집을 잡더군요. 근무지 이탈신고 처리가 되면 그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 상태가 됩니다.

저는 출입국 관리사무소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 위원임을 밝히고, 규정상 이탈신고된 자에 대해 출입국에서 한 달간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인력이 없어서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본인이 정정신고를 받아와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외국인력 변동신고는 고용주가 해야 하고 그 사실 여부 확인은 출입국이 하게 돼 있는데도, 출입국은 인력이 부족하니 아쉬운 피해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지 않겠느냐 하는 태도였습니다.

결국 그 문제로 수원 출입국 관리사무소 소장과 전화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며 아나스 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런 일이 일회성이 아닌 반복적인 일임을 얘기하자, 아나스를 출입국으로 보내면 경위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사측에서 외국인력 고용변동신고를 할 때 악의적으로 '이탈신고'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아나스는 체류기간 연장 신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구직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도 사측에서 이탈신고를 했다며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출입국 관리사무소와 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이지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상 아나스와 같은 1년 근로계약 만기가 된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주의 동의가 없어도 근무처 변경이 가능합니다. 이럴 경우, 고용주는 출입국 관리사무소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근무처 변경신고를 해야 하지만, 아나스의 경우 고용주가 고의적으로 양 기관 모두에 근무지 이탈신고를 한 것이지요.

그러한 문제를 지적했더니 고용안정센터 측은 "이 건은 우리 센터에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 사업장이 있는 지역으로 가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더 이상 대화가 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담당 직원들이 관련규정을 전혀 모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귀찮으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네 문제는 네가 해결하라'고 떠미는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이 불법체류자가 맞는다면 당연히 체포했겠지요? 그런데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체포하지 않고 돌려보냈다면 그 사람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닐까요?

고용안정센터 직원은 더 가관입니다. 애시 당초 근로계약이 만기되어 '구직필증'을 발급해 주고 근무처변경을 하도록 해 놓고 업체 사장이 감정적으로 이탈신고를 한 부분에 대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정정까지 해준 사실을 지적하는데도 "사장이 정정신고를 하지 않는 한 불법"이라고 주장하니까요.

담당업무인 외국인력 제도에 대해 아주 무지하거나, 외국인을 민원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깡그리 무시하거나 하는 것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근무처 변경과 관련하여 이주노동자들이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양측을 찾아다니며, 고용주의 잘못된 신고에 대해 정정을 받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 기관은 이주노동자의 근무처변경과 관련한 자료를 공유하며 '원스톱'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저곳에 가서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며 서로 떠넘기기로 일관합니다.

게다가 고용안정센터의 경우, 온라인상으로 외국 인력의 고용사실 등에 대한 사실관계 조회가 가능한데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최초 고용업체 관할지역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래 저래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나스는 탁구공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벌써 며칠을 보내고 있고 아나스처럼 애매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오늘도 창원에서, 김포에서 우리 쉼터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탁구공이라면 테이블치고는 너무 넓은 테이블에서 치이고 사는 셈입니다.

아나스는 이주노동자가 탁구공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고 노동자라는 사실을 담당 공무원들과 한국인들이 제대로 이해해 주길 바라며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지금도 발품을 팔고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오는 8월이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할 법률'에 의한 고용허가제 시행 2주년이 된다. 현재 이 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 극히 예외적,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저임금의 종속적 위치에 강제된 이주노동자를 한 사업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현실적으로 위 건처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과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사례가 숱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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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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