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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을 두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열린우리당의 처지를 '내 일'로 여기는 사람에겐 '목불인견'일 것이요, 애정이 없는 사람에겐 '점입가경'일 것이다.

후임 지도체제 문제다. 김근태 최고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것만 놓고보면 정리가 돼 가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과정과 뒷말이 예사롭지 않다.

'당의장 김근태'는 안 되고 '비대위원장 김근태'는 된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직을 내놨다. 열린우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5명의 최고위원 중 3명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는 자동으로 해체된다. 이로써 김근태 최고위원은 의장이 아니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추스르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의 사퇴 이유가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김근태는 안 된다"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은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사이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동영 전 의장은 물러나면서 김근태 최고위원에게 의장직 승계를 부탁했다. 어찌된 일인가?

또 있다. "김근태는 안 된다"고 했던 김혁규 최고위원은 "김근태 개인을 비토하는 건 아니다"고도 했다.

널뛰기 언행이라 할 만 하다. 그래서 보는 사람을 어지럽게 한다. 뭔가? 몽골기병처럼 '치고 빠지기'를 하는 건가?

언론의 분석은 '비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겨레>는 김근태 최고위원에 대한 비토 정서가 있다며 이를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의 거부정서"로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정동영-김혁규, 김근태-김두관 체제의 실용·개혁 갈등과 '파워게임'이 현존하고, 멀리는 정계개편 방향의 시각차"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하면 '김근태 의장-김두관 최고위원 협력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두 사람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김두관 최고위원까지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를 이끌어 낸 셈"이라고 평했다.

백가쟁명 정리하고 백화제방 조절하고... 재보선에서 또 지면?

언론의 분석은 이렇게 정리된다. 김근태 최고위원에 힘이 쏠리는 일은 두 눈 뜨고 못 본다는 게 실용파의 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언론은 두 최고위원의 사퇴가 가져온 결과, 즉 최고위원회의 해체와 비대위 구성을 주목하고 있다. 비대위는 속성상 계파별·지역별로 자리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위원장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정리하자. 지금까지 열거한 언론의 분석이 맞으면 실용파는 김근태 최고위원의 비대위원장 취임을 마뜩찮게 본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보자. 마뜩찮게 본다고 해서 그것이 곧 강력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니다. 실용파가 자파의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움직인다는 말은 전혀 없다. 그래서 잘게 쪼개볼 필요가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당 중심에 서는 걸 반대하지는 않되 그 위상을 의장에서 비대위원장으로 내리고, 적절하게 견제구를 던지면 나중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올리되 힘을 빼는 전략이다.

그래서 새삼스레 다가온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비대위원장직을 '독배'에 비유했다. 왜 그랬을까?

비대위원장의 유일무이한 역할은 '당 추스르기'다. 그런데 이 일이 쉽지 않다. 당 정책과 노선을 둘러싼 백가쟁명을 정리해야 하고, 소속 의원들의 백화제방식 행보를 조절해야 한다. 잘 해야 본전이고 못 하면 '독박'이다. 7.26 재보선에서 또 다시 참패한다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될지도 모른다.

▲ 김근태 최고위원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긴급 비상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당 인사들의 당면 과제는 안 죽고 살아남기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당 추스르기'에 동원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청와대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당 추스르기'의 한 방법으로 국정노선과 당 정책방향을 손질하려면 청와대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당장 부동산·세금정책을 놓고 당청이 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하다간 "계급장 떼고" 붙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 김근태 최고위원에겐 약일까, 독일까?

또 하나의 요인은 조직이다. 열린우리당이 '당 개혁'을 얘기할 때마다 감초처럼 나온 게 기간당원제와 상향식 공천제다. 특정 계파가 비대위의 과제로 이 문제를 걸면서 시험하려 들 경우 김근태 최고위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실용파의 입장에선 크게 나쁠 게 없다. '김근태 비대위원장'을 적절한 선에서 견제하면, 다시 말해 '비판적 지지'를 하면 비대위가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개혁파의 실패를 실용파의 입지 확장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특히 '파워 게임'을 정계개편을 대비한 전초전으로 성격 규정하는 언론 입장에선 '실용파가 그리 여유부릴 상황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반문에 답할 정황도 있다. 정계개편용 파워게임이라면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연대론자 김근태'와 '반연대론자 김두관'의 조합, 역시 '반연대론'을 펴는 친노 그룹의 '김근태 비대위원장' 지지 입장을 설명할 수 없다.

정계개편은 어차피 비대위의 몫이 아니다. 대다수가 전망하는 정계개편 시점은 대권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돌입하는 시기다. 열린우리당 내 각 계파가 지금 당장 챙겨야 하는 건 '안 죽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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