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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이 날은 흡연이 개인과 공공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988년부터 시행됐다. 금연의 날에는 담배와 관련된 각종 질병을 퇴치하고,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구촌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대적인 계몽활동과 범국민적인 금연캠페인 등 다양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청소년과 여성들의 흡연율이 급격하고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과 심각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닷새간의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서울위생병원 부설 '5일 금연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이 금연학교는 지난 1972년 7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금연전문교육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청소년 흡연 증가는 어른들 책임도 커"

▲ 청소년 흡연 증가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는 김태우 과장.
ⓒ 김범태
지난 29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서울위생병원 구내 건강교육관. 60여 평의 공간에 40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다. 언뜻 보아도 앳된 모습의 청소년이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흡연으로 적발되어 '5일 금연학교' 위탁교육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이날은 3일째 교육이 이뤄지는 날이었다. 강연시간에 이 병원의 김태우 건강교육과장이 '한국인의 담배소비량과 폐암사망률 추계' 등 관련 자료를 펼쳐 보이며, 흡연의 폐해성과 일상생활에서 금연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김 과장은 "담배에는 초A급 발암물질 20여 가지를 비롯해 4000여 종의 화학성분이 들어 있다"며 "아무리 소량의 담배라도 건강에 해로운 만큼 '하루라도 빨리, 한 개비라도 먼저'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강사들은 다양한 사진과 영상물 등 각종 시청각 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담배의 독성과 폐해를 알려주면서 효과적인 금연방법을 교육했다. 이곳에서는 때에 따라 쥐를 이용한 생체실험을 진행하는 등 신체적, 정신적, 물리적 접근으로 금연을 지도하고 있었다.

다소 딱딱하고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면서 흥미로워 했다. 학생들은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간간이 질문도 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건강하고 희망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갔다.

3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은 "강의를 듣다보면 금연에 대한 의지가 생기다가도 친구들을 만나면 또다시 피우게 된다"며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에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굴뚝같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중학교에 다닌다는 한 여학생은 "30여 명의 학급인원 중 절반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무작위로 조사할 경우 거의 대다수가 담배를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학생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지만, 금연하기로 결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교육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는 한눈에 보아도 여학생들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병원 관계자는 "재작년(2004년)부터 이런 (여학생 흡연) 현상이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요즘은 청소년 강연의 거의 대부분을 여학생들이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청소년, 특히 여학생들의 흡연율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태우 과장은 "우리나라 성인들의 흡연율은 49% 이하로 떨어진 반면, 청소년 흡연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남학생들보다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청소년 흡연율이 이렇게 높아진 데에는 입시위주의 경쟁적 학업과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 직업선택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주요원인이 된다"며 "마땅한 해소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흡연은 사회적 그림자로 작용하고 있다"고 어른들의 책임을 지적했다.

"담배 끊는 수준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바꿔주는 훈련' 필요"

▲ 김태우 과장이 담배의 독성과 효과적인 금연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 김범태
지금까지 서울위생병원 부설 '5일 금연학교' 생활금연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은 모두 2만2000여 명에 이른다. 각급 학교와 기관 등에 직접 가서 펼친 출강과 상담까지 합하면 그 수는 27만 명을 넘어선다.

'5일 금연학교'는 성인의 경우 아침 6시 30분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종일 합숙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2시간 동안 계속된다. 교육 마지막 날에는 시험도 치르는 등 모든 과정이 엄격한 통제 속에 이어진다. 이후 1년 동안 철저한 사후 관리가 뒤따라 완전한 금연 생활에 정착하도록 돕는다.

주된 금연교육 방법은 니코틴 패치나 니코틴껌, 부프로피온 등 다소 부작용이 따를 위험성이 있는 약물처방에 의존하지 않고, 운동요법이나 식이요법, 상담심리와 함께 물과 음식, 신체활동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이 경제적 부담 없이 금연할 수 있는 예방의학적 자연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최근에는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웃음치료와 음악치료, 수치료 등을 접목한 분야별 전문치료를 병행하고 있어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체조, 심호흡운동 등 자기신체를 이용한 금연법과 함께 참가자들이 흡연의 유해성을 인지하여 스스로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료 프로그램은 의사와 건강교육가, 영양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며, 금연학교 입학생들에게 기초적인 신체검사부터 금연자를 위한 식단배정까지 관리, 감독해 준다. 이를 통해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한 질병들을 고치고, 흡연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5일 금연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담배를 끊는 수준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주는 훈련'을 통해 참가자들이 보다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변화의 방법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이 같은 금연법을 통해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금연에 성공했으며, 재흡연율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연법보다 단연법 접근이 현명... 긍정적 마인드 중요"
김태우 강사가 전하는 실패 줄이는 효과적 금연법

▲ 흡연의 폐해를 경고하는 포스터
금연 방법에는 크게 '감연법'과 '단연법'이 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갑자기 담배를 끊을 때 생기는 여러 가지 고통과 두려움 때문에 감연법을 선택하는데, 이 방법은 흡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만다.

이런 실패가 반복되어 금연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나약한 심리를 갖게 만들게 되므로 금연을 원한다면 두부를 칼로 자르듯 단연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흡연의 유혹을 자극하는 음식은 기름지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또 커피, 차,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음료와 함께 술은 강력한 '유혹제'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 가량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 금연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채식위주의 식사로 평상시보다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현미나 잡곡 위주의 식사는 불안해진 신경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며, 견과류와 과일을 섭취하는 등 부족해진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영양을 균형 있게 맞춰준다.

많은 흡연자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은 금연을 유지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금연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운동을 하라고 꼭 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별한 운동보다는 개인이 즐기면서 무리 없이 매일의 생활 속에서 지속할 수 있는 것이면 좋다.

담배를 끊으면 다양한 신체적 금단증상이 찾아오게 된다. 졸리거나 두통이 발생하면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하면 좋다. 가벼운 맨손체조로 목과 상체를 이완시키고, 여건이 되면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거나 목뒤에 찬 수건을 대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소화장애 증세가 나타나면 고지방 음식이나 단 음식, 카페인과 자극성 있는 음식의 섭취를 피하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또 갈증이 나면 물이나 과일주스를 천천히 한 모금씩 마시거나 양치질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안감, 신경과민, 짜증 등 정신적 금단증상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니코틴에 대한 신체적인 증상은 7일 정도면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고, 흡연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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