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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5월26일이타바시혼죠역앞의 카페
2006년5월26일이타바시혼죠역앞의 카페 ⓒ 정진화
'기삿텐'은 일본말로 '찻집'이라는 뜻이다. 현대식 영어를 표현하면 '카페'이다. 많은 사람들이 낮에도 카페에 많이 앉아 있다. 대부분 자유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아주머니들 그리고 중고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빵과 케이크를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한편에는 혼자 있는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신문이나 만화 그리고 잡지를 보면서 앉아 있는 모습들을 오히려 더 많이 볼 수 있다.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혼자 않아서 책을 읽을까,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별로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한 번 일본어학교가 끝나고 다음날 시험 준비도 할 겸 나도 남들이 가는 역전 앞의 멋있는 카페에 갔다.

늦은 오후에 가서 나도 같이 책을 읽어 보면서 체험을 해보았다. 그러고 나니 정말 느낌이 달랐다. 보통 한국 같으면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거나 TV소리 때문에 뭔가 시끌벅적할 텐데 이곳은 조용히 "이럇 샤이맛세(어서 오세요)"라는 소리만 들리고 사람들도 소근소근 말하고 있었다.

이상해서 그리고 저녁에 또 한 번 갔다. 이번에는 혼자 앉아서 무언가를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낮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사람들이 조용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를 정도이였다. 혼자 책을 읽을 사람들과 컴퓨터를 할 사람들을 위해서 공부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어 놓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카페에 오기도 하지만, 혼자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기 오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외로워 보인다.

'군중 속의 고독'. 19세기의 유럽의 어느 철학자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군중은 많으나 그 속에 자신 혼자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자신의 생활 속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라는 철학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 명언이다. 이런 질문은 카페에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카페 홀로 공부하는 테이블에서 책읽는 모습들
카페 홀로 공부하는 테이블에서 책읽는 모습들 ⓒ 정진화
또 2차대전 이후 서구의 생활 방식과 경제 발전을 모델로 삼았던 환경이 남아 있어서인지 일본에는 서구적 생활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 생활 방식과 산업화가 가져온 핵가족화 그리고 싱글족 등 급속한 경제적인 발전과 더불어서 인간성 상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부모 자식간에도 결국 속과 겉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은 새로운 신종 아르바이트가 생겨났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외로운 노인들은 광고를 내서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을 찾고 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대학생이나 어떤 가족들이 와서 하루 동안 노인을 즐겁게 해주고 비용을 받는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신세를 지지 않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일본 사람들의 생활 속에는 철저한 독립의식과 책임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는 성인이 되면 가족으로부터 거의 독립을 한다. 거기서 발생하는 철저한 개인주의 의식들이 인간관계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만들고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한다. 그리고 그 개인의 거리를 넘어오는 것을 아주 친한 관계가 아니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적 배경과 인간관계가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본질적으로는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함부로 그런 감정을 표현하거나 내세우는 것을 두려워하게 한다. 예를 들면 2002년 한일 월드컵 응원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길거리 공동체 응원을 하며 전 세계를 감동 시키고 응원 후 청소를 하며 깨끗한 시민의식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자체적으로 집안이나 삼삼오오 모여서 응원할 뿐 큰 거리에서 축제 같은 자발적 분위기는 없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언제나 氣(에너지)와 할력소가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찻집에서 하나 둘씩 모여서 그리운 정을 채워 넣는 것처럼 보인다. 조그마한 일본의 집보다는 크고 넓고 사람의 기운이 있는 곳에서 책을 읽거나 자신의 밀린 일을 하거나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받고 싶은 모습이다. 일본 속의 카페를 보면서 일본의 사회의 외로운 사람끼리 모여 지내는 한 공간을 이해할 수 있었다.

2인테이블에서 공부하는모습
2인테이블에서 공부하는모습 ⓒ 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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