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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갖가지 천연염색 재료들
갖가지 천연염색 재료들 ⓒ 이종혁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식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세 가지 모두를 위협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농약과 식품첨가물, 유전자 변형 작물로 위협받는 식생활, 새집증후군 등에 위협받는 주거생활, 화학염색 처리된 의류까지…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적인 의식주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나는 것을 원료로 천을 염색하는 것입니다. 매일 입고 자는 데 쓰이는 옷가지들이 화학제품이 아닌 천연제품이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1일 경남 김해 생림에서 참빛 천연염색을 운영하고 계신 김철희·배인숙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제부터 7년째 천연염색을 하고 있는 귀농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참빛천연염색 김철희님
참빛천연염색 김철희님 ⓒ 이종혁
- 천연염색을 택해 귀농한 이유는 뭔가?
"일단 천연염색은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비해서 상품화 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넓은 농경지 등의 기반이 없어도 가능하므로 귀농하려는 도시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귀농은 실패하기 쉽다고 판단하고 귀농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천연염색에 대한 정보도 얻고 실습도 하고, 귀농하기 전에 페인트 등 도료와 관련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연관성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귀농학교에서 배운 생태귀농의 의미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 이 지역(김해시 생림면)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처음엔 진례로 귀농했다가 생림으로 옮겼습니다. 천연염색을 하려면 물이 많이 필요한데, 이 지역은 마을이 들어선 이후로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물이 풍부한 곳입니다. 병풍처럼 둘러선 무척산의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고염, 감, 뽕, 오리나무, 개모시풀, 꼭두서니 등 천연염색의 재료로 쓸 식물들이 풍부하게 널려 있어 아주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실내 교육 모습
실내 교육 모습 ⓒ 이종혁
- 천연염색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천연염색을 하는 것이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 비해서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일 자체가 쉽지도 않았습니다. 3년 정도 돼서 기반이 잡히기 전까지는 새벽 2시에서 3시까지 일을 해야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귀농학교 동문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우리 제품을 알리고 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습니다. 끈기 있게 한 가지에 매진하다 보니 소문도 많이 나고, 김해의 큰 대형마트에도 입점을 했습니다. 전국의 매장으로 납품할 것도 제의를 받았는데 도저히 물량을 못 맞출 것 같고, 시골에서 사는 의미를 잃어버리고 너무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지요?
"우리 제품을 인정해 주고 찾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기쁩니다. 각 단체들로부터 천연염색 교육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요. 올해에는 지방자치 단체와 정부로부터 '천연염색 교육 및 체험기관'으로 공식인정을 받아서 어느 정도 지원도 받게 되었습니다. 지원받는다는 사실보다는 수년간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어 온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사실에 많이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천연염색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 천연염색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 대한 교육을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손수건에 식물 모양대로 물을 들였습니다.
손수건에 식물 모양대로 물을 들였습니다. ⓒ 이종혁
- 앞으로의 계획은?
"이곳이 염색재료를 채취하기에 좋은 곳이긴 하지만 직접 재배도 할 예정입니다. 우선은 결명자부터 시작할 예정이고요, 새로운 염색 기법 등을 연구하고 창조해내는 것도 시도할 것입니다."

- 천연염색으로 귀농을 하려고 생각중인 사람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천연염색은 재배작물에 비해 소득 창출 기간이 비교적 짧고, 넓은 경작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시인들이 접근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소비자들을 만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은 어떤 형태의 귀농이든 공통적이겠지요. 친환경 농산물과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도 점점 늘고 있으니 전망 있는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실습한 손수건, 스카프를 말리는 중
실습한 손수건, 스카프를 말리는 중 ⓒ 이종혁
소목을 이용해 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소목을 이용해 염색을 하고 있습니다. ⓒ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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