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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원 기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에 제대혈 은행이 설립되면서 제대혈 공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5월11일 보라매병원에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난치병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제대혈 은행을 열기로 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제대혈 은행을 마련하자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투명성이 보장되는 운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제대혈 공여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법안 마련. 현재 제대혈 관리와 관련된 법안은 아직 없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과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제대혈 안전관리와 연구에 관한 법률안 중 하나는 국회에 계류 중이고 하나는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두 법안은 제대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에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제대혈 채취 시 산모에게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여 제대혈 정보센터를 두고 의료기관에 제대혈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비영리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제대혈 은행 관리도 관건. 제대혈 관리가 수익사업으로 변질되면서 일부 업체들이 분만병원을 상대로 로비를 하거나 광고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2~3년 동안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 사례로 제대혈 은행 열풍이 불면서 기업형 제대혈 은행들이 난립하게 됐다.

우리나라 제대혈 은행은 2006년 현재 16개소. 이중 공여 제대혈 은행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곳은 5곳뿐이다. 임산부 단체인 ‘탁틴맘’이 회원 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제대혈 은행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시스템’이라는 의견이 4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효과적인 홍보와 충분한 임산부교육 역시 28.2%로 높게 기록됐다. 또한 58.5%에 이르는 임산부들이 공여 제대혈 은행이 있다면 기증할 의사가 있고, 기증 이유로는 ‘난치병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가 50.4%로 가장 높았다.

제대혈이란

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으로 출산 때 탯줄에서 나온다. 제대혈에는 혈액을 만들어주는 조혈모세포와 뼈, 근육, 신경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가 들어 있어 의료 가치가 높다.

특히 척수마비와 손상, 간경화, 뇌출혈 등 다양한 난치병 치료에서 호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 후 성체줄기세포와 함께 제대혈을 이용한 질병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탁틴맘은 올바른 제대혈 공여 활성화 논의를 위해 공여 주체인 임산부와 출산 현장에서 채혈을 맡는 산부인과의사회, 제대혈 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다. 5월2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탁틴맘 권현정 소장은 “난치병 치료와 연구, 생명공학 발전을 위해 제대혈을 공공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탁틴맘은 제대혈 공여운동을 계속 펼쳐나갈 것”이라며 “공여 제대혈 은행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한 법률적 기반도 준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현 보라매병원 공여 제대혈 은행장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총 2만 단위의 제대혈을 보관하고 제대혈 줄기세포 응용사업단과 연계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실용화 연구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대혈 은행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대혈을 채혈하는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 등과의 협력 역시 필수적이다. 강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경기지회장은 “가족 제대혈의 채취량은 한정되어 있는 만큼 공여 제대혈과 함께 운용되는 체계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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