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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구묘역 기념비.
5.18 구묘역 기념비. ⓒ 이기원
훗날 5·18 진상 규명 및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을 염원하며 투쟁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도 이곳에 함께 묻혔다. 정부의 5·18 묘역 성역화 방침(1994년)에 따라 5·18 관련 열사들은 1997년 신묘역으로 이장되었고, 현재 구묘역에는 5·18 영령들의 가묘와 민족민주열사 36분의 묘가 모셔져 있다.

성역화된 5·18묘역과 달리 구묘역은 상대적으로 관리 상태가 허술했다. 묘역의 성역화가 5·18의 본질을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고 박 소장이 이야기했다.

성역화라는 미명 아래 힘깨나 있는 이들이 카메라 앞세우고 와서 사진 찍으며 생색내기 좋은 장소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성역화의 그늘에 가려 구묘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묘역 입구에는 5·18 희생자 유족들의 통한의 마음이 담긴 흔적이 남아 있다. 이 흔적은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전두환씨와 관련된 것이다.

예전에 전남 담양 지방에는 전두환 대통령 부부가 민박한 마을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때인가 그 비석은 해체되어 망월동 구묘역 입구에 묻혔다. 이곳 영령들께 참배하기 위해 들어오는 모든 이들이 밟고 지나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인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전남 담양의 한 마을에서 민박했다는 기념비. 이 기념비는 해체돼 5.18 구묘역 입구에 묻혔다. 광주의 영령을 찾는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인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전남 담양의 한 마을에서 민박했다는 기념비. 이 기념비는 해체돼 5.18 구묘역 입구에 묻혔다. 광주의 영령을 찾는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이기원
묘지를 둘러본 뒤 도청으로 향했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80년 오월엔 항쟁의 마지막 불꽃이 되어 스러져간 이들의 피가 배어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 열아홉의 나이에 시민군이 되어 도청에서 마지막까지 항쟁하다 체포돼 모진 고초를 당하며 살아온 김태찬 강사께서 안내해주셨다.

성역화된 묘역, 그러나 끝나지 않은 광주

많은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공식 역사에 자리를 잡게 되었지만 오월 광주의 모습은 아직도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희생자 수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유공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최후의 항쟁의 날이 다가오면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사람들 속에는 대학생과 지식인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가방끈이 짧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사람들, 즉 구두닦이·고아 등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머리에 든 지식도 많지 않고 가진 것도 적은 이들이 오월 항쟁 과정에서 가장 인간적인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항쟁의 공동체에서는 지식인도, 대학생도, 고아도, 구두닦이도 똑같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끝까지 도청을 사수하면서 항쟁의 마지막 불꽃이 되었다고 한다.

유공자 선정 과정에서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신원 확인이 쉬웠지만 고아처럼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선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성역화된 5·18 신묘역의 모습만 보면 5·18 민주항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아 보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고 했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무명열사로 묻힌 이들은 말 그대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주고 떠난 이들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과 달리 죽어서 이름 석 자도 남기지 못했지만 이 땅의 자유와 민주와 정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의 소중한 넋이 바로 지금 우리들의 삶을 가능하게 해준 밑거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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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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