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신라시대 역사가 김대문이 쓴 ‘화랑세기’는 미실을 “세 가지 아름다움의 정기를 모았다고 할 수 있다”며, 얼굴이 아름답고 몸은 풍만하며 성격도 명랑하다고 극찬하고 있다. 진흥·진지·진평으로 이어지는 3대 왕들을 색(色)으로 휘어잡고,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사다함·세종·설원랑 등과도 사랑을 나누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 미실이 3년 만에 연극무대에서 되살아난다.

연극 ‘미실’은 2005년 김별아 작가의 소설 ’미실‘이 출간되기 전인 2002년 ’혜화동1번지‘에서 초연됐다. 이번 연극은 사랑, 권력, 인생 총 3부작으로 나누어져 무대에 올려진다. 워낙 내용이 방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3부로 나누어 무대에 오르는 이번 연극의 1부는 미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실을 다룰 2부와 서서히 권력과 사랑을 떠나는 미실을 다룰 3부는 5년 안에 무대 위에 올려질 예정이다.

미실이 살았던 신라시대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 없이 연극을 접하면 미실을 ‘색녀’로만 인식할 위험이 있다. 8명의 남성들과의 관계에 관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고 있고, 권력다툼에 휘말려 사랑을 잃고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미실의 의지가 작품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미실이 오랫동안 숙고한 사랑에 대한 철학을 엿보기란 어렵다.

연극무대의 미실과 풍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화랑세기’에 문자로만 기록된 여인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로 살려낸 소설 ‘미실’을 읽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연극과 달리 소설에서는 미실에게 교태를 부리는 방법과 가무를 가르친 외할머니 옥진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화랑 제1세 풍월주 위화랑의 딸이자 임금에게 색공(色供)을 바치는 대원신통 계급으로 태어난 옥진.

그는 미실을 5살 때까지 숲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함으로써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우주의 리듬을 가르친다. 옥진의 가르침을 통해 미실은 ‘큰 사랑은 공경하기를 신(神)같이 하고 작은 사랑은 희롱하기를 옥같이 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는 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흘러내리는 것은 흘러내리는 대로 걸리는 것은 걸리는 대로 울창한 수풀을 자유로이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흔연히 두면 되는 것이다. 미실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도록 훈련받았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마음을 두어 고이도록 하지 않았다.”(소설 미실 中)

소설 외에 신라시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알아놓는 것도 작품에 다가서는 한 방법이다. 유교의 딱딱한 도덕관이 여성을 통제하는 제도와 성도덕으로 정립되기 전, 그래서 남녀가 가장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인간으로 존재했던 신라시대를 그냥 소화하다가는 탈날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양정웅 연출가는 “연극을 보고 미실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그냥 미실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며 “시적 어구가 많아 관객들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2부부터는 언어 중심의 드라마극으로 연출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무대 위의 미실을 통해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삶의 모습을 볼 것인가, 아니면 그저 많은 남성들을 휘어잡은 색녀를 볼 것인가 여부는 전적으로 관객에게 달려 있다. 연극 ‘미실’은 5월 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문의 02-744-7304.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