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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인컬쳐

뮤지컬배우 신성우의 힘은 대단했다. 오랜 록커생활을 통해 다져진 내공이 엿보이는 거친 창법의 가창력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거기에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이번 공연을 위해 만들었다는 근육질의 몸매까지, 드라큘라 역에 충실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팝과 클래식, 그리고 록을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과 안무라 하겠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중세의 고성(古城)에서부터 런던의 카지노까지 시대의 변화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낸 무대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음악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특히 성가풍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배우들의 하모니가 매력을 발하는 합창 부분은 가히 탁월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그 장엄한 음악의 중량감은 무대와 공연장 전체 그리고 객석의 관객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 전반을 이끄는 데 성공한 피의 천사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극 전반을 이끄는 데 성공한 피의 천사들 ⓒ 다인컬쳐

또한 극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피의 천사’ 역의 3명의 배우들은 극이 전개되는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해 내는 역할을, 음산하면서도 사이버틱한 음악에 어울리는 안무를 멋지게 소화해 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그들의 춤을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뮤지컬 ‘드라큘라’에는 3명의 주연배우가 등장한다. 신성우와 이종혁, 신성록이 트리플캐스팅된 극중 드라큘라 역과 아드리아나 역의 양소민, 그리고 로레인 역을 맡은 윤공주가 그들이다. 이들 중 특히 도드라지는 배우는 단연 로레인 역의 윤공주다.

극중 드라큘라 역을 맡은 신성우와 이종혁, 그리고 신성록의 모습(왼쪽부터)
극중 드라큘라 역을 맡은 신성우와 이종혁, 그리고 신성록의 모습(왼쪽부터) ⓒ 다인컬쳐

맑고 고운 음색을 선보이는 그는 풍부한 성량과 절제된 호흡을 보여주며 극중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절절하게 노래하며 연기하는 그에게서 극적 감동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는 드라큘라와 사랑에 빠진 장면과 그에게서 버림받은 후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역할까지 자연스레 연기해 내 객석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으며, 커튼콜 시간에도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뮤지컬 ‘그리스’와 ‘사랑은 비를 타고’ 등 다수의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며 2005년 제11회 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반면 드라큘라 역을 연기한 배우 신성록의 연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빼어난 가창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은 윤공주(극중 로레인 역)와 배우 신성록의 연기하는 모습
빼어난 가창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은 윤공주(극중 로레인 역)와 배우 신성록의 연기하는 모습 ⓒ 다인컬쳐

비록 프리뷰공연이라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극중 드라큘라 역이 극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많은 분량이라는 것이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만큼 드라큘라를 맡은 배우의 가창력과 연기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신성록의 공연 특히 그의 노래는 관객들의 실망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동이 전해져야 하는 대목에서도 극중 상황에 제대로 몰입하기 힘들게 만드니 말이다. 개성 넘치는 잘생긴 외모와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가진 그가, 깊이있는 연기력과 가창력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배에 왕자가 제대로 새겨진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낸 채 열연하는 신성우
배에 왕자가 제대로 새겨진 근육질의 몸매를 드러낸 채 열연하는 신성우 ⓒ 다인컬쳐

신성우와 신성록이 각각 극중 아드리아나와 연기하는 장면
신성우와 신성록이 각각 극중 아드리아나와 연기하는 장면 ⓒ 다인컬쳐

그렇다면 1998년 초연과 2000년, 그리고 2006년의 공연까지 드라큘라 역을 3대째 연기해 온 배우 신성우는 어떨까.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특유의 거친 창법에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긴 머리까지 어우러져, 그가 연기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그 감동이 몇 배 더 진하게 전해져 온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인터미션을 거친 후 반전을 맛볼 수 있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1막에서 지루함을 느꼈을 관객들도,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시작되는 2막에서는 훨씬 경쾌한 느낌으로 즐겁게 공연에 빠져들게 된다. 여기에 굉음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는 잘 빠진 오토바이도 한 몫을 단단히 해낸다.

이종혁이 양소민(왼쪽), 윤공주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종혁이 양소민(왼쪽), 윤공주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다인컬쳐

공연은 드라큘라를 심판하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대단원에서 관객들은 밀려드는 감동에 푹 빠지게 된다. 여기서 곰곰이 아니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관객들에게 공연을 통해 과연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일까?

진부하게 죄와 벌에 대해 논하고 싶었던 것일까 혹은 심판의 날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선을 행하라는 신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주최측이 준비한 홍보문구 대로 ‘프라하의 영혼이 울리는 사랑과 감동’인가. 그 해답은 뮤지컬을 지켜볼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놓아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드라큘라'는 4월 22일부터 한전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연문의는 1544-4530로 하시면 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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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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