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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의 분야를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스포츠 영재인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음악 영재인 장영주 바이올리니스트, 과학 영재인 송유근군.
영재교육의 분야를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스포츠 영재인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음악 영재인 장영주 바이올리니스트, 과학 영재인 송유근군.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치러진 토익시험에서 중·고등학생 신분으로 차례로 만점을 받아 주목을 끌었던 광주의 두 형제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과학적 창의성 검사에서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IQ 157의 정아무개군은 수업 중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딴 짓을 하는 등 담임교사에게 문제아로 인식돼 서울의 여러 학교를 전전하다가 결국 시골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획일화된 학교 구조 속에서 영재들의 능력이 사장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년 영재교육법 시행령 발표 후 본격적인 영재교육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그 수혜 인원이 0.35% 정도로 극히 적고 수학과 과학 과목이 83%를 차지하는 등 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어 ‘영재교육의 마인드를 바꾸자’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재’란 보통 이상의 지능에 창의성과 과제집착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영재의 자질이 있는 아이의 영재성을 이끌어주는 것이 교육의 힘이다. 선진국의 경우 창의성과 잠재력을 보고 영재를 선별해 관심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다양한 분야의 영재교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영재교육원을 다니다 과학고를 진학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영재의 일반적인 학습 경로로 여겨지는 등 그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

또한 미성취 영재, 농어촌 등 소외지역 영재, 소외계층 영재 등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다양한 영재아들의 능력이 발굴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여성 영재에 대한 발굴과 교육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국제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학생 중 여학생은 1∼2명 정도로 25분의 1에 불과한 것에서 보듯 수학과 과학만을 강조하는 시스템 때문에 이과 적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의 적성을 검사할 수 있는 영재판별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인문·사회·언어·창작·외국어·정보·예술 분야의 영재 발굴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영재교육의 방법을 제시하는 전문가 3인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개선 방향을 알아본다.

전문가 제언

조석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전 영재교육실장)
공교육 차원 영재 선발 범위 넓혀야

한국교육개발원 초대 영재교육실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영재교육 정착에 앞장서 온 조석희 박사는 영재교육은 공교육 시스템 아래서 그 분야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양한 적성을 가진 영재아들이 현 영재교육시스템 아래에서 수학·과학 분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교육에서의 무분별한 영재교육은 신뢰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재 판별과 교육시스템 구축 등 중요한 사안들은 지금처럼 공교육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너무 어린 나이에 영재교육기관에 들어가 경쟁을 경험하면 자신감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어 현재의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교과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선발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이를 위해 대학원 내 영재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영재교육을 전공한 사람을 교사로 채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경화 숭실대 영재교육연구소 교수
창의성 기르고 적성에 맞는 교육이 우선

이경화 숭실대 영재교육연구소 교수는 창의성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가능성 있는 영재아를 조기에 발견해 창의성을 길러주고 적성에 맞는 영재교육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재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으로는 미성취 영재, 학습부진 영재 등 학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영재아들의 능력을 사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한국적인 창의성 영재 판별 프로그램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또한 유아∼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과제를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지금의 영재교육기관들이 영재교육의 종합적인 모형을 세우지 못한 채 난이도 높은 선행학습 위주로 이뤄지고 있음을 비판했다.

박은정 한국외국어대 영미연구소 교수
영어영재 발굴 글로벌 리더 육성을

박은정 한국외국어대 영미연구소 교수는 국제감각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춘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영어 영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인문학부터 시작하는 선진국의 영재교육과 달리 실험과 문제풀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바로 도출되는 수학·과학 분야에 치우친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을 성과주의의 산물이라 비판한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로 "윤리의식을 가지지 않은 과학자는 기술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가 주장하는 영어 영재교육은 현재 붐을 이루고 있는 조기 영어교육과는 다르다. 외국인과의 일상 대화를 위한 생활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영어를 도구로 분석하고 분석·비판할 수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영어교육을 뜻한다. 따라서 한국어로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한 초등학교 4학년이 영어 영재교육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나이라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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