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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이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 확인한 개들의 상태. 대문에는 친지들이 남긴 쪽지와 밀린 전기요금 고지서가 붙어 있다.제보자가 준 사료를 먹고 있는 말라뮤트. 4월 21일 현재.
제보자 이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 확인한 개들의 상태. 대문에는 친지들이 남긴 쪽지와 밀린 전기요금 고지서가 붙어 있다.제보자가 준 사료를 먹고 있는 말라뮤트. 4월 21일 현재. ⓒ 제보자 제공
"집안에 들어가 발견한 두 마리의 개는 이미 걷기도 힘든 상태였어요. 묶여 있는 개들 주위에는 물도 전혀 없었고 배설물은 이미 바싹 말라붙어 있었어요. 오랫동안 굶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굶은 개에게 제보자가 사료를 주고 있다. 4월 21일 현재.
굶은 개에게 제보자가 사료를 주고 있다. 4월 21일 현재. ⓒ 제보자 제공
이씨는 동네 주민들에게서 작년 가을 이 집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아들이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어렵게 생활을 이어오며 버려진 개들을 데려다 키웠다는 주인. 어떠한 사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버려진 개들은 그 집에서 또 한 번 방치된 것이다. 이씨는 일단 사료를 주고 22일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집안에 가득한 고지서들.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의 구조 당시. 4월 22일 현재.
집안에 가득한 고지서들.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의 구조 당시. 4월 22일 현재. ⓒ 동물사랑실천협회
22일 새벽. 인천에 살고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계단 밑에 웅크리고 있는 개 두 마리를 발견했다. 회원들은 척추와 골반 뼈까지 앙상하게 드러난 개들을 급히 구조,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회원들로부터 구조되는 모습. 4월 22일 현재.
회원들로부터 구조되는 모습. 4월 22일 현재. ⓒ 동물사랑실천협회
새벽, 병원으로 옮겨진 개들의 몸무게는 코카 스파니엘 3.8kg, 말라뮤트 20kg. 중형견인 코카 스파니엘의 평균 몸무게는 8~9kg, 대형견인 말라뮤트의 경우 30~40kg이다.

병원에서 몸무게를 재고 있는 모습. 4월 22일 현재.
병원에서 몸무게를 재고 있는 모습. 4월 22일 현재. ⓒ 동물사랑실천협회
소화기관에 무리가 가지 않게 물과 소량의 습식사료를 먹은 개들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조금 양호한 말라뮤트는 23일 오전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보호소인 '보금자리'로 옮겨졌다.

기자는 소식을 듣고 23일 오후 인천에 있는 동물병원을 찾았다. 탈수현상이 있던 코카 스파니엘은 상태가 많이 좋아져 수액 공급을 중단한 상태였다. 극심한 기아상태인 것만 제외하고 다른 병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 중인 코카 스파니엘. 4월 23일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코카 스파니엘. 4월 23일 현재. ⓒ 전경옥
동물학대라고 하면 흔히 때리는 행위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동물이 자신의 습성에 맞게 살아갈 수 없도록 방치하는 상황도 결과적으로 학대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지난 4월 중순경에 있던 사건이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차를 타고 길을 가다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말티즈 한 마리가 주인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개의 털은 한 번도 잘라주지 않은 듯 이미 심하게 엉켜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독한 사람용 샴푸로 목욕을 시키고 말리지 않은 채로 산책(?)을 하고 있었던 것. 털이 너무 길어 앞이 보이지 않았던 개는 주인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도로 위로 그냥 걸어가기도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주인에게 동물학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를 양도받았고 이 개는 현재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보호소인 '행복한 둥지'에서 보호받고 있다.

전혀 돌본 흔적이 없는 말티즈의 모습. 4월 중순경 촬영.
전혀 돌본 흔적이 없는 말티즈의 모습. 4월 중순경 촬영. ⓒ 동물사랑실천협회
먼 길을 떠날 때 집에 두고 온 비싼 물건들이 생각날 때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살아 있는 생명이 집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들도 생명이니 더러운 환경에 불쾌감을 느낄 것이고 먹지 못한다면 굶주려 죽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무지한 것일까 아니면 무감각한 것일까? 도대체 어떤 사정이 사람들을 이런 상황으로 내 모는 것일까?

동물보호법에는 동물보호의 기본 원칙으로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함에 있어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그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물보호법이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나쁜 행위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니.

만연한 동물 방치. 무책임한 사람들의 행동을 막을 길은 없고 법은 여전히 문구 안에 갇혀 죽어 있다.

덧붙이는 글 |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VET NEWS 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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