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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외환은행 노조원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외환은행 노조원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론스타의 성공은 한국 직원의 노고에 따른 것이고… 일부는 외환위기 당시 투자 리스크(위험성) 때문이다. 또 한국 국민의 노고와 정부의 정책으로 (론스타가) 성공했다.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000억원을 한국 국민에게 드린다."

미국계 사모투자펀드인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의 말이다. 그는 론스타 펀드의 1인자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체리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레이켄 회장의 표정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함께 자리를 한 엘리스 쇼트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론스타는 그동안 부동산 매각에 따른 세금 탈루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인수 의혹 등으로 사법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조사를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불법 인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감사원 조사과정에서 론스타 개입 흔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유감스럽다", "적극 협조하겠다", "관련없다" 등으로 일관했다.

"유감... 협조... 관련없다..."

19일 오후 기자회견 중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19일 오후 기자회견 중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레이켄 회장은 최근 한덕수 경제부총리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론스타의 그동안 한국내 투자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론스타의 성공은 한국 국민의 노고에 따른 것"이라며 "사회공헌 기금 1000억원과 함께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세금 7250억원을 은행에 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조작 의혹과 대주주로서의 적격성 여부에 대해선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는 이미 독일과 일본 등에서 은행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BIS 비율을 계산할 당시에는 외환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BIS 비율 산정에는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규제당국 등이 참여했었다"면서 "(우리는) 비율 조작에 어떤 개입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외환은행의 이사였던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쪽의 예를 들면서 "외환은행이 당시 자본을 절실하게 필요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오히려 당시 외환은행 BIS비율이 6.2%였는데, 외환카드의 부실까지 감안할 경우 4.4%까지 내려갔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재차 외환은행 인수 때 BIS 산정과정에 개입이 없었다면서,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민이 우리의 투자를 오해하고 있다"

최근 론스타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의 투자활동에 대해 한국민의 오해가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면서 "한국 법과 규제를 준수하겠다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비켜나갔다.

세금 논란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입장만을 내놓았다. 그레이켄 회장은 "스타타워 매각으로 부과된 세금 1400억원은 국세심판원의 납부결정이 나오면 낼 것"이라고 말해 당장 납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수조원의 이익에 대해 7250억원을 은행에 예치했으며, 세금 납부를 거부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이후 최근 수년동안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먹튀(먹고 튀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은행에 3년 이상 투자를 생각했지만 은행의 건전성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돼 매각하게 됐다"면서 "한국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 - "여론무마용" 교차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금융계 일부에선 론스타의 사회공헌 기금 등이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투기펀드가 1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것이나,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앞서 미리 세금 몫으로 수천억원을 예치해놓은 것 자체가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론스타의 입장이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금융계 한 인사는 "전형적인 단기 투기자본인 론스타가 거액의 사회기금이나 세금을 미리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의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론스타의 개입설이 여전하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매각 이익에 대한 세금 탈루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무마용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게다가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 부분도 론스타쪽 계산보다 훨씬 많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국세청은 론스타쪽에 대한 확고한 과세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론스타코리아를 '고정사업장으로 규정할 경우' 세금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론스타는 최대 1조25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수도 있다. 론스타가 이번에 은행에 예치하겠다는 7250억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외국 투기자본의 사실상 백기투항인지, 단기적인 여론을 잠재우기위한 술수인지는 사법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성난 외환은행 노조원들 "오해가 아니라 분노"
[현장] 회견장에서 침묵시위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려는 외환은행 노조원들과 주최측 관계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회견의 긴장감은 시작 30분전에 터져 나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외환은행지부 소속 노조원 10여명이 1시 30분께 론스타 수뇌부를 직접 만나기 위해 회견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주최측에서 이를 막았다. 게다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 관계자들이 눈에 띄어 이들의 항변은 더욱 거세졌다.

강환복 여성문화부장은 "상황이 거지같지 않느냐"며 "3년간 주인 행세를 할 때는 언제고, 기자회견을 연다는 연락조차 우리에게 주지 않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은행 직원들 나와달라"며 주최측과 회견장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1시45분께 몸으로 밀어붙여 진입에 성공, 회견장 한 가운데에 서서 "투기자본 박살내고 외환은행 지켜내자"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론스타 수뇌부를 향해 "대한민국 우롱하는 론스타를 박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1시간 동안의 기자회견이 끝났지만 이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론스타 활동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오해(misunderstanding)", "론스타의 소유 기간 동안 재정 건전성이 회복됐다"는 등의 해명이 나왔기 때문.

강 부장은 "우리는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울분을 느끼고 있다"며 "오해라고 생각한다면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량 해고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1년 전 해고 당시에 외환은행은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었다, 해고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강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을 다시 발표하는 자리였을 뿐"이라며 "해고된 직원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음에도 언급 한 번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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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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