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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의 말을 정확한 판단력과 적절한 어휘사용으로 정치상황을 적절히 표현해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맡았던 김현미 의원(왼쪽)과 한나라당 전 대변인 전여옥의원.
대변인의 말을 정확한 판단력과 적절한 어휘사용으로 정치상황을 적절히 표현해 유행어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맡았던 김현미 의원(왼쪽)과 한나라당 전 대변인 전여옥의원. ⓒ 우먼타임스
[장정화 기자]정치 9단, 총체적 난국, 유신공주 등등. 오늘날 정치·사회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 말들은 모두 대변인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정당사상 최장수 대변인이자 명대변인으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1989년 12월 5공청산 문제를 풀기 위해 모인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야당 3총재를 가리켜 "정치 9단의 입신의 경지에 있다"고 표현, 그 유명한 '정치 9단'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혼란하고 불안한 사회상을 일컬을 때 흔히 쓰는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도 1990년 봄 당시 이승윤 부총리가 표현한 'Total crisis'를 박 부의장이 번역한 용어이다.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은 1992년 국회에 입성해 3년 동안 야당 대변인을 지내면서 쉬운 말을 조합해냈다. 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재산을 공개했을 때 "머리부터 공개하라"며 공격했고, 텔레비전 토론을 거부하자 "연설 때 사용하는 원고를 가져와도 된다"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칭하는 '유신공주'라는 말은 부대변인 5년, 대변인 1년을 지내 기자들 사이에서 '베테랑 대변인'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이 만들어내 화제가 된 신조어다. 2004년 12월 김 의원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회담장의 어느 분은 박 대표를 보면서 유신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는 것 같은 섬뜩함을 느꼈다'고 했다"며 "'유신공주'의 모습에서 숨이 답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정인을 빗대어 폄하한 '치매 노인', '미숙아' 등의 발언은 독설가로 유명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대변인 시절 했던 말이다. 지난 2월 전 의원은 6·15선언에 합의한 김대중 전대통령을 빗대어 "'치매든 노인'처럼 얼어서 서 있다가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안이 가결되던 2004년 3월,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대통령은 시대정신이 낳은 미숙아,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지 제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가락국수', '내부 수리중' 등은 대변인들이 실생활과 가까운 소재를 정치 상황에 접목해 자연스러운 웃음이 묻어난 논평에서 나온 말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지난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과 관련, 정권의 해결의지 부재에 대해 "가락국수를 시켰는데 맹물 국수가 나와서 젓가락도 필요 없이 맹물 국수를 훌훌 마신 기분이 든다"고 꼬집었다.

신문기자 출신 김철 전 의원은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로 시끄러운 상황에 대해 기자들이 대변인을 붙잡고 논평을 요구하자 "지금은 내부 수리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고 순발력 있게 맞받아쳤다.

역대 대변인 중 가장 신사적인 대변인으로 손꼽히는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연두기자회견에서 당내 민주화와 정당 개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그는 대사를 앞두고 당내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빗대어 "대양을 앞에 두고 해변에서 조가비나 줍는 소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신사답게 논평했다.

이 밖에도 동방예의지국을 패러디한 '동방부패지국'은 2001년 12월 권력형 비리 사건에 연루된 김대중정부를 빗대어 한나라당 장광근 수석 부대변인이 말해 화제가 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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