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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 당시 사망한 아이들의 사진.
체르노빌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 당시 사망한 아이들의 사진. ⓒ 김세진
박물관 입구에 걸린 방사능 오염지역을 알리는 표지판.
박물관 입구에 걸린 방사능 오염지역을 알리는 표지판. ⓒ 김세진

박물관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이 내내 이어졌다.
박물관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이 내내 이어졌다. ⓒ 김세진
오는 26일은 당시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최악의 사고가 일어난지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때를 즈음하여 체르노빌 사고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키예브 도심에 세워진 체르노빌 박물관을 지난 12일 아내와 함께 견학하였습니다.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공화국 수도 키예브에서 북쪽으로 70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마침 20여명의 현지 고등학생 일행이 견학하고 있어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는 당시 사고현장에서 숨진 사람들의 이름이 걸려있었고 이름 아래를 지나자 어두운 조명 아래 성화가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악의 피해자는 어린이들이었다며 어린이들이 사고를 추모하기 위해 커다란 배 안에 추모 인형들을 모아둔 전시실을 마주하였고, 이후 20여분간 당시 사고와 현재 체르노빌의 황량한 모습을 담아 편집한 영상물을 관람했습니다.

관람실 사방의 벽면은 당시 체르노빌 사고로 죽거나 혹은 방사능 오염으로 사건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전시실은 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진행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비디오, 모형, 시뮬레이션 그리고 당시 사진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멈춰버린 시계, 어린이들의 추모 인형들, 그리고 태극기

체르노빌 사고는 당시 관리자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났습니다. 당시 원자로가 과열로 터지면서 8톤 가량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 때 누출된 방사능의 양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천배 이상으로 체르노빌에서 2400여km나 떨어진 노르웨이, 영국, 스페인을 포함 유럽 전체와 북아프리카까지 그 낙진이 떨어졌고, 스코틀랜드나 잉글랜드의 일부 지역은 아직도 그 때 긴급명령이 유효하다고 합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내부 모형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내부 모형 ⓒ 김세진
이 사고로 발전소 근무자 31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방사능 중독으로 42명이 추가로 죽었습니다. 특히 구소련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현장을 수습하던 인부들조차 부실한 장비로 대부분 죽었습니다. 이들의 사망 직전 모습을 촬영한 영상물은 수습작업을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장엄한 음악을 들려주며 수초간 멈추었습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 방사능의 영향으로 살아남은 사람들, 근처에 살았던 사람들의 끔찍한 고통은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가다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고지점 근방에 거주하던 주민 약 13만명이 변변한 옷가지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살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으며 이후에도 각종 암, 백혈병 등의 질병과 그 후유증, 유산과 기형아 출산률 상승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UN에서는 낙진 후유증에 따른 사망자가 1만 5000여명, 인근 다른 나라에서도 그 영향을 받은 사람이 90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사용했던 것과 동일하다는 방독면
당시 현장에서 사용했던 것과 동일하다는 방독면 ⓒ 김세진
박물관 내부 모습.
박물관 내부 모습. ⓒ 김세진
박물관에서 사건 당시 멈춰버린 시계, 사태 수습에 사용했던 각종 옷가지와 장비들, '용맹스럽게'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끝내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과 유품 등을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었으며, 사건을 보도한 세계 여러 나라의 신문기사들도 모아두었습니다. 심지어 당시에 사용했던 구급차도 가져다 놓았더군요.

마지막 전시실에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다짐을 상징하는 조형물, 세계 각국에서 온 격려편지, 특히 일본 아이들이 접어보낸 종이학 등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우호적이었던 나라들의 국기도 걸어두었습니다.

반가운 태극기도 한 곳에 있더군요. 실제로 1999년 즈음 민간차원에서 체르노빌 피해 어린이 40여명을 한국에 초청하여 강원도 인근의 옥 동굴에서 옥 치료를 받게 했다고 합니다.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었지만 쉴 새 없이 어린 우크라이나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의도겠지 싶었습니다. 우리도 그 역사는 성찰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체르노빌 발전소의 사고현장 항공기 촬영 사진
체르노빌 발전소의 사고현장 항공기 촬영 사진 ⓒ 김세진
우리도 체르노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한국에서도 방폐장 유치를 두고 치열한 지역갈등이 벌어졌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체르노빌과는 다르다고 합니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고의 위험은 늘 안고 있으며 또한 사고가 발생되었을 때 피해는 상상하기 힘든 것입니다. 때문에 원자력 발전만이 아닌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대체에너지 연구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조년 선생(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그의 '표주박 통신'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사고수습인부의 모습. 사진에 붙어있는 방사능 표시는 사망했음을 의미한다.
당시 사고수습인부의 모습. 사진에 붙어있는 방사능 표시는 사망했음을 의미한다. ⓒ 김세진
"…예를 들어 석유와 같은 경우는 수백만년을 저축하여야 하며, 석탄의 경우도 수만년에서 수십만년을 저축하여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긴 시간 형성된 에너지는 매우 짧은 기간에 소모된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물론 각각 조사한 그룹에 따라서 다르게 결과가 나타나지만, 석유의 경우 앞으로 60년에서 90년, 지하가스의 경우 60년, 석탄의 경우 길면 200년 그리고 원자력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의 경우 100년에서 30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 매장된 그 양은 그 때 쯤 가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중략)…그 대신 바이오에너지의 원료인 바이오매스, 즉 생물체들은 저장이 가능하다. 태양열을 저장한 풀이나 곡식을 오래도록 저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바이오에너지 생산시설은 지구온난화의 핵심문제가 되는 탄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략)…(이같은 대안적인 바이오에너지 마을을 형성은) 경제, 환경, 사회문제를 푸는 데 도시와 농촌, 도시와 시골이 깊이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문제들은 어느 독립된 지역이나 단체와 기구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할 수 있는 긴밀한 체계가 구축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은 사람이나 짐승들에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역시 열린다.

특히 거대자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이 글로벌연쇄를 이루는 자본의 활동에서 지역단위의 협동조합체계는 새로운 모습의 풀뿌리민주주의 경영형태를 창출하고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를 활용하는 흐름은 바로 새로운 미래형 생활문화를 창출하는 선진 활동이 될 수 있다. (출처 : '표주박 통신' 87호) "


마을 단위로 에너지를 만든다면

물론 선생이 이야기하는 바이오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의 대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의 고민과 그의 적용에 대한 고민은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중앙대량생산 후 배분 시스템보다는 더욱 안전하며 환경친화적일 수 있다는 것이며 무엇보다 미래를 위한 준비입니다.

독일의 작은 시골마을인 윤데(Jühnde)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산되어 오는 전력(어쩌면 핵발전소에서 생산했을 지도 모르는)의 사용을 거부하고 지역 단위의 전력생산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도 가축의 오물 등을 발효시켜 나오는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오히려 마을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전기를 생산하고도 남았고 남은 전기를 다른 지역에 팔아 지역경제의 보탬이 되기도 한답니다.

이렇듯 원자력과 같은 형태의 집중화, 대형화되어 있는 소비형 발전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지역단위, 마을 단위의 바이오에너지 생산체계입니다.

대안적 에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단지 원자력의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를 넘어 멀지 않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하는 현실이며, 그렇기에 서둘러 준비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마을 단위의 지역전력의 생산이 갖는 의미를 성찰할 때에 우리에게도 적용 가능한 대안이 찾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방명록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출퇴근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구체적인 작은 노력이 이 땅에 체르노빌과 같은 참사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이라 생각하며 나부터 삶의 변화를 추구하자고 아내와 약속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걸려있는 황폐해진 체르노빌 한 병원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박물관 입구에 걸려있는 황폐해진 체르노빌 한 병원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 김세진
방명록에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말기를 바란다 적었다.
방명록에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말기를 바란다 적었다. ⓒ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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