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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해븐
공연을 보러가기 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하고 갈 수밖에 없었던 건, 지난 번 인터뷰 때 김태우가 보여준 대단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뮤지컬배우로서 당당히 심판받겠다'는 그의 야무진 말투에서, 충분한 연습을 통한 공연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픈 후 첫 공연이 임박한 12일 저녁, 충무아트홀 대극장 로비에는 젊은 여성관객들이 대세를 이룬 채 공연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지오디 멤버 태우'의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영화나 소설, 그리고 뮤지컬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주제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이미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는 은혜가 될지언정, 정작 그 내용으로 인해 감동을 받아야 할 비신자들은 따분하고 고루함을 느끼기가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우선 <알타보이즈>는 성공적이라 하겠다. 너무도 유쾌하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복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가수의 은혜로운 노래나 명망높은 목회자의 설교보다도 설득력 있게 관객들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이유이다.

재기 넘치는 대사와 신나는 공연의 분위기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주가 내게 전화했네. 수신자부담도 아니야' 이런 재밌는 대사를 통해서 말이다.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맘껏 느끼게 된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웬 시끄러운 남자의 안내멘트가 들려오는데, '이 남자 누구야'라는 반응을 보이던 관객들은 이내 '와! 이거 김제동 목소리 아냐?' 이렇게 반색하며 옆사람에게 동의를 구하게 된다. 보도자료에서조차 그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기에 관객들의 즐거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고백의 시간'을 통해 죄지은 영혼들을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장면
'고백의 시간'을 통해 죄지은 영혼들을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장면 ⓒ 뮤지컬해븐
그가 무명시절 늘상 해왔던 것처럼 그리고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공연 시작 전의 바람잡이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의 빽빽한 스케줄로 인해 그 재밌는 얼굴은 직접 만나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무대에 4인조 밴드가 등장한 후 이내 공연이 시작된다. 유명가수의 콘서트장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알타보이즈> 밴드의 등장과 함께 극장 안은 함성으로 뒤덮이며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정말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뮤지컬 <알타보이즈>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최신작답게 유쾌한 방식으로 주제전달을 깔끔히 해낸다. 공연 전반부에는 신나는 음악에 맞춘 5인조밴드 <알타보이즈>의 안무와 노래로 관객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후반부에서는 진지함으로 무장한 채 객석을 채운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려 노력한다.

공연을 보러가기 전 아니 김태우를 인터뷰한 이후부터 줄곧, 5명의 출연배우 중 유독 김태우에게만 온통 관심이 집중돼 다른 배우들은 심드렁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 게 사실이다. 허나 이런 걱정은 공연을 보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이 공연에서 김태우가 연기한 '메튜'역은 팀의 리더이기에 대사가 조금 더 많을 뿐, 전체 공연의 분량에 비하면 특별히 두드러지는 역할이라 보기는 힘들다. 5명의 배우가 거의 비슷한 시간만큼 주인공이 되어 무대의 중앙에서 자신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고, 관객들은 역시 비슷한 환호성으로 그들을 격려해 준다.

극중 '마크' 역할을 맡아 관객들을 간드러지게 했던 최성원의 연기하는 모습
극중 '마크' 역할을 맡아 관객들을 간드러지게 했던 최성원의 연기하는 모습 ⓒ 뮤지컬해븐
특히 극중 마크 역을 맡은 최성원의 인기는 김태우가 시샘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해서 기자를 놀라게 한다. 귀여운 말투와 곱상한 외모에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혹시 CCM가수가 아닌가' 의심할 만큼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는 대번에 스타가 된다. 적어도 공연장에서는 말이다.

배우 김무열은 과거에 약물중독자였지만 치료를 통해 거듭난 '루크' 역할을 감칠맛 나게 연기한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그의 대사를 들으며 관객들은 웃다못해 자지러지고 비보이에 가까운 그의 멋진 춤에 박수를 보낸다.

엉뚱함으로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 극중 '루크'역의 김무열
엉뚱함으로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 극중 '루크'역의 김무열 ⓒ 뮤지컬해븐
어디 이뿐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부모님의 사망소식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비통해하는 역을 실감나게 연기한 '후안' 역의 이태희와 멋진 비트박스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개성있는 연기실력을 보여준 '에이브라함' 역의 김태한까지.

<알타보이즈>에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은 이렇듯 톡톡 튀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잘 어우러져 공연의 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그들의 노래솜씨와 연기력 또한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답게 제법 훌륭한 편이라 하겠다. 이들 외에도 더블 혹은 트리플캐스팅된 젊은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김태우의 노래와 연기는 과연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다른 배우들이 솔로로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무대 뒤에서 코러스를 넣어주고 백댄서처럼 함께 춤을 추는 모습에서, 우선 뮤지컬에 대한 그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5인조 보이밴드 '알타보이즈'의 리더 '메튜'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김태우. 그룹 지오디에서는 막내였다가 이번에 리더를 맡게 돼 소원을 풀었다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5인조 보이밴드 '알타보이즈'의 리더 '메튜'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김태우. 그룹 지오디에서는 막내였다가 이번에 리더를 맡게 돼 소원을 풀었다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 뮤지컬해븐
사실 톱스타인 그의 입장에서야 극중 자신의 역할이 극대화돼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뮤지컬 대본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럼에도 <알타보이즈> 출연을 결정짓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땀흘리며 연습한 그에게서, '제대 후에도 뮤지컬을 해볼 생각이 있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본다.

'가수 김태우가 한 뮤지컬로서는 괜찮은 편이다' 이런 평가를 거부하고 오롯이 '뮤지컬배우 김태우'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 뮤지컬배우 김태우는 처음 연기한 뮤지컬이라는 걸 감안할 때 꽤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아주 빠르게 대사를 소화해 내야하는 대목에서는 약간 대사전달력에 문제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연기와 대사전달력은 괜찮아 보였다.

다만 <알타보이즈> 자체가 그리 대단한 연기력을 요하는 뮤지컬이라기보다는 뮤지컬콘서트에 가까운 공연이기에, 제대 후 더 원숙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에서 그를 만나게 되길 기다려 보기로 한다.

객석은 대부분 여성관객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5명의 멋진 남자들에게 공연 내내 환호성과 함께 폭발적인 리액션을 보내준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약간의 질투심이 발동했는지 기자 옆에 앉은 어떤 남성관객은 무덤덤한 척 박수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뮤지컬해븐
뮤지컬 <알타보이즈>는 가슴이 아릴 정도의 감동이 느껴질 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또한 화려한 무대와 멋진 의상을 통해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스케일 큰 공연도 아니다.

하지만 <알타보이즈>에는 대작뮤지컬의 웅장함 대신 맛깔스럽고 유쾌한 대사가, 그리고 젊은 배우들의 멋진 춤과 노래가 있다. 신나는 뮤지컬 한 편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권할만한 작품이라 하겠다.

뮤지컬 시장의 기존관객 외에 10대관객 개발을 통해 미래뮤지컬 시장의 저변을 확대해 보겠다는 <알타보이즈>의 기획의도는 성공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알타보이즈'는 4월 12일부터 5월 2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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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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