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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고 유권자들을 만나게 될 김동효씨. 그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선거라는 쉽지않은 도전에 나섰다.
ⓒ 조경모
4명의 중증장애인이 5·31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ㆍ정치 참여 실현'이 이들의 출마 목표. 희망사회당 소속 4명의 장애인들은 서울, 청주, 광주, 대구지역 기초의원후보 등으로 출마했다.

세상의 차별과 싸우기 위한 '아름다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5·31 지방선거에서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들 가운데 광주광역시 광산구 기초의원 후보로 나선 김동효(39)씨를 12일 만나봤다.

약속장소는 광주광역시 광천동 희망사회당 광주전남시도위원회 사무실. 김씨는 약속시간인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사무실에 들어섰다. 휠체어를 탄 그는 동료 세 명의 도움을 받고서야 3층 사무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입주한 건물에 승강기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게 바로 중증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그래도 나는 이렇게 도움을 받아서라도 움직일 수가 있어 시설에 수용돼 있는 장애인들에 비하면 사정이 낳은 편"이라고 했다. "진짜 문제는 지역사회와 떨어져 있어 특수한 교통수단이 없으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외딴 곳 장애인수용시설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어떤 정치인들도 우리의 이같은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직접 정치권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정도와 연령이 서로 다른 분들을 될 수 있으면 자주 만날 것"이라며 "장애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들을 만나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동효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우리는 동정 대상 아니다... 인권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

- 희망사회당에서 중증장애인 4명을 후보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장애가 차이 아닌 차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차별에 의해 장애인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정치인들도 우리의 이같은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직접 정치권에 나설 수밖에 없다"

- 본인이 직접 출마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
"지난 2002년, 투표장 입구에 계단이 있어 선관위에 항의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부재자투표를 권하더라. 이것이 바로 정부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수준이다. 그저 귀찮은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정부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인식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직접 정치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를 느껴 출마하게 됐다.

장애인 참정권만 해도 그렇다. 사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선거일 단 하루만이라도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등 조그만 배려만 해준다면 장애인의 투표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다."

ⓒ 조경모
- 장애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고쳐야할 점은 무엇인가?
"사실 나는 지난 1994년 교통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 26년 동안을 비장애인으로 살았었다. 그래서 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들로 인해 장애인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고 난 뒤부터는 장애인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반드시 고쳐져야 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깨닫게 됐다.

특히 대중매체에서 동정어린 시선으로 장애인의 사연이나 인간승리식의 장애극복 사례만을 집중 조명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런 점들이 바로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 유권자에서 출마자로 입장이 변하게 됐는데 감회는 어떤가?
"정치에 관심을 더 갖게 됐다. 장애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고 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출마지역인 광산구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수만 1만명이 넘는데 솔직히 이들을 모두 만나볼 수는 없다. 그 대신 장애정도와 연령이 서로 다른 분들을 될 수 있으면 자주 만나 입장을 들어보고, 장애아의 부모들과 같이, 장애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분들을 만나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한다. 또 다른 지역의 후보들과도 토론을 통해 선택된 정책을 공유할 예정이다"

- 자신의 출마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내려 본다면?
"선거 출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자평해본다. 현재 출마구역내의 선거권을 갖고 있는 만 19세 이상의 중증 장애인의 수를 파악하고 있고 그들의 주거 형태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이것은 주거형태에 맞게 이들이 투표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조사를 마친 뒤 관계당국에 리프트차량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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